학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신분증
학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신분증
  • 박용진 기자, 남정미 기자
  • 승인 2007.08.26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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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회 내에서도 학벌주의 만연, 과외도 학력 부풀려

△ 학력위조 사건, 학벌사회 모습 드러내

최근 신정아 교수부터 연예계까지 학력위조 검증바람이 불고 있다. 김선웅 교수<사회대·사회학과>교수는 “주영훈·윤석화 같은 연예인들이 반드시 학위가 필요하지는 않다”며 “언론에서 학력 위조한 공인들을 마녀사냥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은 사회가 명문·학벌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학력위조 사건부터 원세대(연세대 원주캠퍼스를 비하하는 말)·SKY등에서 볼 수 있듯 한국사회는 유명대학을 원하고 있다. 대학입시를 통해 점수별로 학교가 구분되고, 대학의 서열화가 이뤄졌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에 재학 중인 A군은 “다른 사람들이 무슨 학교 다니는지 물어볼 때, 연대 원주캠퍼스라고 말하기 전에 ‘연대’까지만 듣고 부러워 할 때가 많았다”며 “내 능력이 지방캠퍼스라는 이름 때문에 낮아질까 걱정 된다”고 말했다.

△ 대학 내 학벌사회의 모습

대학 서열화는 학벌사회를 만들고 이 현상은 대학사회 내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과외중개 사이트 ‘과외복덕방’에 선생님으로 가입된 회원 중 서울대를 포함한 9개 대학이 49.3%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회원비율이 타 대학생에 비해 2배정도 많은 편으로 밝혀졌다.

‘과외복덕방’ 조철호<(주)네오티처> 대표는 “고등학생의 경우 중상위권 대학 또는 졸업한 뒤 과외를 직업으로 하는 선생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며, 지도과목을 전공하는 선생님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력을 부정기재해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한 과외중개 사이트에서 대학생이 중앙대 의예과와 서울대 물리학과로 속이고 과외를 구하다 적발됐다. 인기대학, 인기학과 학생이 아니면 좋은 조건의 과외를 구하기가 힘들어 학력을 속인 것이다.

김소현<동국대·독어독문학과 07> 양은 “지인을 통해 과외를 구하기 힘들어 중개하는 곳을 찾아갔더니 수수료가 첫 달 과외비의 절반이나 돼서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과외 이외에도 유명대학을 선호하는 학벌사회의 모습은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공대는 한양대다’식의 계열별·학과별로 대학을 구분하고, 지역별로 대학을 구분하기도 한다.

김진환<한국외대·법학과 07> 군은 “가끔 ‘외대에도 법대가 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며 “외대인데 외국어학과가 아니라서 취업에 불리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김은지<부산대·법학과 07> 양은 “지방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대한 동경이 심한 것 같다”며 “과외를 구할 때 수능점수로 비교해 지방대가 더 높더라도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은 굉장히 쉽게 구한다”고 토로했다.

△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학벌주의

한국사회에서 유명대학 숭배는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학력위조 사건부터 허위학력으로 과외를 가르치는 일까지 유명대학을 위한 열망은 오늘도 끊이지 않는다. 이 열망들이 대학 서열화를 낳고 대학서열화는 취업으로 이어진다. 정계·법계 등 고위직은 대부분 수능성적 높은 대학 출신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단 한 번의 수능성적으로 학생들은 유명대에 가지 못하고, 학벌이 주는 사회적 스트레스는 대학생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 스스로 학벌사회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식들에게 ‘유명대에 들어가라’라고 외치게 된다. 이는 사교육 경쟁을 불러오고 입시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김 교수는 “대학입시를 통해 1류 대학, 2류 대학이 강화되고 이는 사회 불평등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학력위조 사건이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람들이 학벌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에 학력외의 평가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연예인을 학력으로 평가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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