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상반기, 사회·문화 이슈 A to Z (3)
2007년 상반기, 사회·문화 이슈 A to Z (3)
  • 김보만 김소희 남정미 심재환 최지웅 기자
  • 승인 2007.06.03
  • 호수 1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7년의 중간에 서있는 지금, 올 상반기를 뜨겁게 했던 사회·문화 현상을 A부터 Z까지 26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있었던 현상을 짚어보는건 물론, 남은 후반기를 위한 전망까지 함께 담았다.  <편집자주>

Novel소설  가벼운 일본 소설 vs 진지한 한국 소설

올 상반기에도 일본 소설 열풍이 계속됐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요시모토 바나나 작품 3권, 에쿠니 가오리 2권를 비롯해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등 일본 소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진지하고 치밀한 반면 어렵게 느껴지는 한국 소설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감각적인 일본 소설에 대한 높은 선호를 보여준다. 일본 소설 외에 영화 개봉에 힘입어 재출간된 ‘향수’는 1월부터 4월까지 1위를 차지했다.

지난 달 소설 부문 판매 순위 10위권 안에서 한국소설은 은희경 소설집「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김훈의 장편역사소설「남한산성」 2권뿐이며 나머지는 외국 소설이다. 이러한 한국 소설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남한산성」이 출간 한 달 반 만에 10만부가 팔리며 ‘한국문학의 벼랑 같은 축복’이라 불리고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후 한국소설이 8개월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이다. 이 소설은 진지한 내용이면 팔리지 않는다는 서점가의 통념을 깨고 독자들 중에서 ‘심각하고 진지한 읽을거리’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문열, 최인호, 조정래, 김진명 등의 묵직한 중견작가의 신작 역시 베스트 셀러 안에 포함돼 이러한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Old power 중견배우의 활약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사람들은 영 파워가 아니라 올드 파워였다. 이순재, 김수미, 노주현, 임채무, 나문희 등은 여느 젊은 탤런트보다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어떤 배역도 소화해내는 뛰어난 연기력과 노련미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 무진했다. 올드피플은 연예인들의 붕어빵 얼굴과 어설픈 연기력에 질려버린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이들이 파워를 과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캐릭터의 변신’이다.

「허준」 등에서 엄숙한 이미지의 역할을 맡았던 이순재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로 해학적인 캐릭터로 변신했다. 또한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던 김수미는 현란한 애드립을 구사하며 코믹한 역할들을 소화 해냈다. 이러한 현상에는 노년의 진지함과 권위적일 것만 같은 이미지의 틀을 벗어나, 유쾌함과 즐거움을 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담겨있다고 분석된다. 젊음만이 유쾌함과 즐거움의 가치로 판단하던 매스미디어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PRISON BREAK-미드열풍

3월21일. 많은 여성 팬들을 설레게 한 석호필의 방한. 그의 방한 소식은 금새 각종 포털사이트 1위를 장식했다. 물론 ‘석호필이 누구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 프리즌 브레이크가 퍼지기 시작할 땐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방한 후 2개월 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미국드라마(이하 미드)의 열기는 식기는커녕 점점 더 뜨거워진다.

어딜 가나 대화의 중심은 미드다. 대한민국 성인의 40.1%가 미드를 보고 있다니 그럴 만도 하다. 특히 그중 여성이 43.2%이며, 20대가 54%란다. 미드열풍에 따른 각종 신조어들도 생겨났다. 미드족, 미드 폐인 모두 미드에 열광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미드는 케이블에서 이젠 지상파로 영역을 넓혔다. SBS는 지난 24일부터 프리즌 브레이크를 한국말 더빙으로 방영하고 있다. 국내 유명 제과에서는 「섹스 앤 더 시티」주인공 이름을 딴 케이크를 출시했고, 출퇴근 시간 미드를 보기위한 PMP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TV로 장시간 미드를 감상하는 이를 위해 1인용 소파도 제작 됐다. 미드가 끼친 영향이 실로 대단하다.

Queen of figure 스포츠에서의 두각

세계 피겨 선수권대회에서 여왕에 등극한 김연아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김연아는 일명 ‘문근영 이후, 새 국민 여동생’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유명인사가 되었다. 또한 한국 수영 최초의 세계 선수권대회 자유형 금메달 석권도 모자라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한 박태환. 그는 수영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세계 선수권 대회를 석권했다. 김연아와 마찬가지로, 그의 인기도 ‘마린보이’라는 별명에 힘입어 급상승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단순한 메달 획득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 여동생 김연아와 마린보이 박태환의 대회 우승은 우리로 하여금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동기를 부여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수영이나 육상(마라톤 제외)같은 비인기 종목은 생활 스포츠로 나뉘어 양궁이나 태권도 보다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실제로, 메달 획득 가능성에 따라 지원 정도가 달라지는 것도 비인기 종목 지원이 부족한 이유다.

이는, 정부만이 나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국만 모두가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을 가져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김연아와 박태환의 일회성 있는 영웅에 그칠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관심으로 제 2의 김연아, 박태환을 키워내야 한다.

Revenge 복수, 아버지의 부메랑

부정(父情)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한화 김승연 회장의 폭행 사건. 아들의 폭행 피해사실을 알자 공권력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복수를 가했다. 재벌 총수의 폭행과 구치소 수감 사실은 국민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갔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보복 폭행의 근원은 복수심이다. 이것은 비단 김회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의미로 내가 당한만큼 돌려줘야겠다는 화(anger)에서 생기는 것이다. 내가 맞았다고 상대방을 힘껏 두들겨 때린다고 분이 풀릴 수 있을까.

스테디셀러인「화」에서 틱낫한은 악한 감정이 들 때는 자신과 대화하라고 한다. 숨을 고르고 자신과 대화한 후, 무엇이 나를 화나게 했는지 생각하라고 한다. 진정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걷고, 호흡하고, 화를 끌어안으라고 한다.

복수는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칼날이다. 김회장도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알고 화를 끌어안았다면 좁은 구치소가 아니라 넓은 세계시장에서 역량을 펼치고 있었을 것이다. 

Suicide 자살

2005년 영화팬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영화배우 故이은주씨의 자살을 시작으로 2007년 잇따른 가수 故유니씨의 자살과 같은 해 탤런트 故정다빈씨의 자살로 연예가에는 자살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의 2005년 통계에 따르면 매일 33명의 자살자가 있고 연간 1만2000명의 자살자가 있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의 4위가 자살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통해 잘살게 되었고 이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 사례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성공 신화가 자살률 증가의 주된 원인 이라는 것이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민주화나 경제적으로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지만, 사람들의 내면은 황폐해 졌다. 그 일례로 황금만능주의, 개인주의의 팽배가 있다. 이러한 사회 문제는 인간소외로 이어져 자살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게,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은 “죽고 싶다” 혹은, “살기 싫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만약 자신의 주위사람이 이런 말을 하게 된다면 한번 의심해 봐야 한다. 자살 충동을 치료하기 위해선 단순히 감정적 조치로는 해결이 힘들며 약물 치료가 병행 되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이 먼저이며 우리는 그들의 마지막 절규인 자살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