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내 손안에 있소이다-한양인 휴학백서
시간, 내 손안에 있소이다-한양인 휴학백서
  • 류효정 기자
  • 승인 2007.06.03
  • 호수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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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휴학을 앞두고 ‘과연 시간을 내가 잘 관리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경영학과 J양의 이야기를 통해, 전문가들이 추천한 휴학 성공기를 그려봤다. <편집자주>

한참을 망설인 고민이 단 몇 분 만에 해결 되는 순간이었다. 경영학과 사무실에 서류를 제출했다. 이젠, 휴학생이다. 휴학생들은 ‘이대로 가다간 나이만 먹을 거 같아서’,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하기위하여’ 혹은 ‘외국어를 갈고 닦기 위해서’ 등 천차만별의 휴학 사유를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오는 이 머쓱함은 공통적이지 않았을까. 하긴, 휴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하는 요즘의 세태를 보면 그리 특별한 결정도 놀라운 결정도 아니었다. 휴학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면, 잠시의 공허함 따위는 멀리 떨쳐버리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한 선택에 충실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철저한 시간 관리는 휴학생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다. 머리가 띵할 만큼 자고 일어나, 자동 로그인된 메신저를 옆에 켜고, 네이버 연예 기사를 클릭하고 있는 모습은 결단코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건 뭐? 바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어학과 인턴을 하면서 시간 관리하는 것을 나의 목표로 삼았다. 시간을 15분 단위로 쪼개 기록했다. 작심하루였지만, 조금씩 계획을 미루게 되다보니 나의 계획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판단할 필요성을 느꼈다. 시간을 사용하는 습관을 분석하게 되면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장기적인 목표를 90일 단위의 단기적인 계획으로 나눴다. 성취감을 맛보면서 동시에 처음엔 어렵던 것들이 차츰 습관이 됐다.

학원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스터디 그룹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잡혀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봤다. 스터디 그룹에서 공부를 하면, 벌금이 걸려있어 숙제를 꼬박 꼬박 해야할 뿐 아니라 어학연수나 유학에 관한 자료도 얻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혼자 공부하는 마음이 들지 않아 외로움이 덜하다.

폰 패스를 통해 우선 말하기 실력을 점검했다. 폰 패스는 국제 공인 말하기 평가로 10분 정도 기계와 통화를 함으로 어휘 청취력ㆍ정확도ㆍ발음ㆍ읽기ㆍ유창성을 측정해 각 영역별 세부 점수를 주는 시험이다. 실력이 현저히 부족했기에, 원어민과 전화를 통하여 말하기 실력을 갈로 닦기로 했다. 원어민 강사는 틀린 문장을 바로 잡아주고, 보다 고급 회화를 알려준다.

리딩을 위해서는 다빈치 코드를 원서로 선택했다. ‘원서가 어려워봤자 이야기지’라는 생각으로 4개월 동안 한권만 잡고 마음을 편히 읽었다. 영어쓰기는 일기보다 에세이를 썼다. 에세이는 YBM시사영어사의 인터넷 강좌를 통해 주 3회 메일로 첨삭지도를 받았다. 듣기는 일주일에 몰아서 청취하는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 영어는 한 달을 공부한다고 한 달만큼 바로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최초 6개월을 점수 변화 기간으로 잡고, 단기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휴학을 하니 시간도 있겠다, 보고 싶었던 오페라를 검색하고자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 갔다. ‘House atendant’를 모집하는 배너가 보였다. 예술의 전당에서 인턴을 모집하고 있었던 것이다. 각 부서에서 필요한 인턴을 총괄적으로 뽑아 문화부터 서비스까지 교육시키며 업무를 맡기는데 총 11개월 과정이었다.

 약 3개월 마다 시험을 거쳐야 하긴 하지만 근무 시간도 공연을 기준으로 정해져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였다. 근무 수당은 일반 아르바이트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수당 그 이상의 경험이 필요했던 내게 매우 적합한 일이라 생각했다.

서류전형을 신청하고, 면접을 거쳐 인턴을 합격했다. 그곳에서 객석 안내 서비스를 맡았다. 처음엔, 웃는 표정 하나가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얼굴이 굳는 느낌이 들 때쯤에 등 뒤에선 공연이 시작됐다. 비록, 객석을 향하고 있어 공연을 볼 수는 없었지만 아쉬움보단 무대 위 공연에 내 숨결을 보태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보면 휴학은 하나의 선택이었다. 휴학생은 점 하나 찍고 돌아오면 복학생이 된다. 1년이란 시간은 처음엔 약간의 두려움으로 시작했지만, 나를 발전시키는 기회로 보낸 값진 자산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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