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영화 들춰보기
망한영화 들춰보기
  • 김보만 기자, 유광석 기자
  • 승인 2007.05.26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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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영화 들춰보기
망한데는 이유가 있다. 배우의 연기가 형편없었다거나 이야기 구성이 제멋대로였거나 도대체 제대로 된게 없을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 기자가 두 영화를 뽑았다. 10가지의 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은 제쳐놓고 작정하고 1가지의 볼만한 이유만 칭찬해 본다.

내용 그 이상의 메시지 「지구를 지켜라」

 이병구(신하균)가 악덕기업가 강만식(백윤식)을 외계인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외계의 침략을 막으려고 강만식 사장을 납치한다. 강만식 사장은 사회에서 소위 ‘미친’놈에게 잡혀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 영화는 그 둘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영화 포스터는 영화 홍보에 있어서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포스터는 전선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헬멧, 외계인 퇴치 무기로 나오는 물파스. 단순히 포스터만 본다면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로만 보인다. 게다가 이 영화의 흥행 성적은 과연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할 정도의 작품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또한 영화 내용에서 고문하는 모습과 속박을 벗어나려는 장면은 우리나라 정서에선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구를 지켜라」는 이런 장면들과 전혀 내용하고 매치되지 않는 포스터등에도 불구하고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유는 영화서 나오는 대화와 행동들이 단순히 인물들간의 대화를 넘어 사회에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강만식 사장이 병구에게 “너같은 놈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날 이길수 없어”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재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슬픈 사회현실이 담겨있다.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지구의 참상과 약자를 괴롭히는 인간의 본성을 외계인의 눈으로 사람들에게 고발한다.

내용 속에 숨어있는 사회에 대한 아우성. 이것이 이 영화가 망해도 사람들 사이에서 재상영 운동까지 벌어지게 된 이유이다.

그래도 망한이유: 내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포스터, 우리나라 정서와는 맞지 않는 코드


 배우 김희선,「와니와 준하」

김희선의 영화다. 원래 김희선은 내 머릿속에 예쁘긴 한데 연기는 그저 그런 배우였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와니(김희선)와 준하(주진모)는 현재의 연인으로 등장한다. 그 사이로 와니의 이복동생인 영민(조승우)이 들어온다. 아니, 원래 와니와 영민이 먼저였다. 어느 날 내 가족이 되버린 타인. 영민은 와니의 삶에 그렇게 스며들어왔다. 영화는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랑을 아름답게만 그려낸다. 사랑해서는 안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인륜을 져버렸다는 손가락질이 그들에게만은 해당하지 않는다.

기자는 김희선의 표정과 말투에 주목했다. 감정이 잘 베지않는 대사, 동생 영민과의 입맞춤 뒤 설렘과 죄책감이 뒤섞인 표정을 연기하는 김희선은 내 머릿속의 그녀가 아니다. 김희선은 와니로서 존재한다.

현재의 장면에 포개지는 과거 속 와니의 모습에서 김희선은 동생을 좋아하는 누나의 눈빛을 연기한다. “좋아해” 한마디 하지 않지만 마음을 느낄 수 있고 “이러면 안돼”라고 말하지도 않지만 눈빛이 그렇게 말한다. 그녀의 눈빛이 말을 한다.

김희선은 화려하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 화려함이 김희선이란 배우자체의 아름다움을 삼켜버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엑스트라만도 못한 겉치레를 하고 있지만 와니의 연기만으로 충분히 빛이났다.

김희선이란 배우의 재발견, 이것이 와니와 준하가 망한 영화 속에서 구원받은 이유다.

그래도 망한이유 : 패자부활전, 카라, 자귀모, 비천무, 연속된 실망. 영화는 개봉 전에 김희선이란 배우에 대해 변명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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