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시간은 멈춰 있다-「영혼의 줄리에타」&「스텝포드 와이프」
여성에게 시간은 멈춰 있다-「영혼의 줄리에타」&「스텝포드 와이프」
  • 지유석 기자, 류효정 기자
  • 승인 2007.05.20
  • 호수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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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영혼의 줄리에타」

남편 하나로 세상과 소통한다. 65년산 영화와 현재 삼사 방송사의 주요 시간대를 차지하는 드라마의 공통적인 소재다.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여성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는 아내(줄리에타 마시나)를 주인공으로 하여 사람들의 기대치 속에 갇혀 자신을 잃어가는 한 여성을 표현했다.

평범하다 못해 너무 평범한 줄리에타는 결혼 15년째,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더 이상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편 조르지오(마리오 피스)에게 부인의 존재는 파티의 안주인 자리를 채워주는 사람일 뿐이다.

마술로 시작해 마술로 끝나는 영화의 화려한 색채는 억눌린 성적인 욕망을 표현한다. 시종일관 엷은 미소를 띠우지만, 자신조차 외면하고 싶어 하는 내면의 욕구들과 열등감은 불안한 눈빛으로 나타난다. 외도와 여성의 가치관의 변화라는 자극적 소재가 있음에도 영화는 지루하기만 했다.

앞치마로 덮인 부엌 속 여성의 모습이라서가 아니다. 사회, 좁게는 주변인들에게 길들여진 줄리에타의 울타리 안에서만 두 시간 동안 세상과 소통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비치여부: 서울 O 안산 X
영화한마디 : 죽기 전에 봐야할 영화 1001편 선정. 좀 더 살아봐야 공감할 듯.

정체성을 잃은「스텝포드 와이프」

줄리에타가 소극적인 여성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반대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여자도 있다. 바로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의 조안나 에버하드(니콜 키드먼)이다. 조안나는 탁월한 능력으로 방송계에서 인정받는 연출가이며 그로인해 남편은 그녀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스텝포드 와이프」는 여자도 더 이상 남성에 종속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조안나는 방송국에서 해고당한 후 가족과 여자의 주체성이 상실된 세계, 스텝포드라는 곳으로 이사를 간다. 처음에는 그곳의 상황을 몰랐지만 스텝포드의 진실을 깨닫고 현실에 저항한다. 결국 상냥하고 수동적인 아내를 원하는 남편을 변화시키고 그곳 여성들의 삶을 되찾아 준다. 스텝포드라는 남성 우월 사회에서 조안나가 당당히 승리함으로써 여자도 인간으로서 가지는 정체성을 지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스텝포드에서 강한 남편이 되길 원했던 남자들이 시장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여자가 시장을 봐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이 장면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여자가 카트를 끌어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영화 한마디 : 남자와 여자가 원하는 여성상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
비치여부 : 서울 x 안산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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