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어느 날 말을 한다면②
사자가 어느 날 말을 한다면②
  • 유광석 기자
  • 승인 2007.05.14
  • 호수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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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사자의 이야기

 나는 서울배움터에 있는 사자보다 크다. 서울의 사자상은 얼마나 작기에 내가 서울 사자상을 낳았다는 소문이 있을까, 게다가 난 수컷인데 말이다. 내가 이 안산배움터 본관 앞에 자리 잡은 지도 어연 30년이 다 되어간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했던가. 하지만 이곳 안산배움터는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시간이 지났어도 학생들이나 학교 경치나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내가 보는 곳은 호수공원

오늘도 날씨가 좋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곳은 안산배움터의 명물 호수공원. 낮이면 물에 비치는 햇빛이, 밤에는 달빛이 이곳의 운치를 더해주는 이곳의 경치를 30년이나 바라보았지만, 아름답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가끔 내 앞에서 사진을 찍는 학생들을 보면, 호수공원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이곳은 특히 꽃이 활짝 피는 봄이면, 주변에 사는 사람들도 찾아올 만큼 아름다운 공원이 된다.

#오늘도 그들은 모인다

아침 아홉시쯤,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의 표정은 대부분 멍 한 상태다.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 안산배움터의 하루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오후 여섯시가 되면 내 앞은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는 학생들로 붐빈다. 버스가 떠난 뒤 하나 둘씩 뛰어오는 학생들. “밤 열시에 한 번 더 버스가 다닌다” 며 아직은 여유 있는 표정을 하고 있는 한 학생. 과연 밤에는 늦지 않게 올 수 있을까. 밤 10시가 다 될 무렵이면 다시 학생들은 삼삼오오 내가 있는 본관 앞으로 모인다. 수업이 끝난 지 한참 지났는데 이들은 이 시간까지 학교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마지막 버스가 정문을 빠져나가며 안산배움터의 하루는 마감된다.

#밤이 되면

밤이 깊어지면 가끔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 술에 취한 채 내 앞을 지나가는 학생들이 바로 그들이다. ‘어떻게 술을 먹으면 이렇게 자기 몸도 못 가늘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  그들은 내 몸에 올라타기 시작한다. 이봐, 떨어지면 다쳐, 그리고 내 몸은 관광명소가 아니라고. 친구로 보이는 다른 학생은 내 입에 머리를 넣고 있다. 가끔은 불쾌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귀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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