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퍼테인먼트
쇼퍼테인먼트
  • 윤영미 기자
  • 승인 2007.04.02
  • 호수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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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가명)은 주말 압구정동 스타벅스의 안락한 의자에 몸을 맡긴 채 자신이 페리스 힐튼이라도 된 듯 우아하게 커피를 마신다. 집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 이씨는 가지고 온 노트북을 꺼내 자연스레 학과 과제를 마친다. 그는 이곳에서 재충전과 함께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 그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쇼퍼테인먼트, 새로운 트렌드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가 뜨고 있다. 쇼퍼테인먼트란 환상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연출 마케팅을 말한다. 인터넷 쇼핑 및 할인점이 퍼붓는 저가공세로 가격경쟁이 불가능하게 된 기업들은 쇼퍼테인먼트에서 이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쇼퍼테인먼트는 본질적으로 집단생활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과 감동적이고 유익한 체험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착안한 마케팅이다. 쇼퍼테인먼트 기법은 소비자에게 강력하고 짜릿한 경험을 제공하고 그 경험가치를 브랜드에 연결시켜 충성스런 고객을 얻어낸다.

‘김용태 마케팅연구소’의 김용태 소장은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앞다퉈 체험하려고 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뜻밖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늘리고 있다”며 “체험의 반복을 통해 브랜드가 고객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고 마침내 고객이 브랜드와 자신을 일체화하려 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최근 트렌드를 설명했다.


쇼퍼테인먼트, 강력한 브랜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소니의 ‘소니 메트리온’은 다시 찾아오고 싶고, 오랜 기간 있고 싶은 가장 대표적인 명소이다. 이곳은 쾌적한 시설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무중력실공간과 초현실적인 세트에서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비일상적인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를 자극하고 그 느낌을 소니의 이미지와 연결해 브랜드를 강화했다.

우리나라의 (주)태평양은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명동에 ‘라네즈 스타’라는 공간을 창출했다. ‘라네즈 스타’는 외형적으론 팝아트 컨셉의 디자인을 통해 공간 변화를 추구하며 소비자에게 피부진단·메이크업 체험·마사지·뷰티 클래스·전시회 등의 체험을 제공한다. 김유선<라네즈 스타일리스트>은 “저희는 전문적인 상담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손님을 고정고객으로 잡아두어 장기 매출을 확보합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고 “저희 매장은 명동의 여타 매장에 비해 손님들이 매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라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만들어낸 공간도 쇼퍼테인먼트를 구현한 좋은 예가 된다. ‘스타벅스’는 이른바 ‘제3의 공간’ 창출을 목표로 집과 일자리 외에 고객이 집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호준(22)씨는 “커피를 마신다는 말보다 ‘스타벅스’를 마신다는 말이 맞다”면서 “‘커피빈’도 뭐도 아닌 바로 ‘스타벅스’를 마신다”고 말했다. 이씨의 경우처럼 상품을 일상의 경험과 관련시키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쇼퍼테인먼트, 아직은 네버랜드


쇼퍼테인먼트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을 끌어내는 마법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쇼퍼테인먼트가 성공을 거두려면 그 브랜드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특징있는 시설들로 채워진 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쇼퍼테인먼트는 고정고객의 확보에 유리하긴 하지만 그 고객이 매일 같은 장소를 반복하면 질릴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고객취향조사와 업데이트도 동반돼야 한다. 마케팅전략연구소의 이준호 전문연구원은 “SK Telecom이 TTL Zone이라는 공간을 전국 곳곳에 마련했지만, 고객의 취향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인 내부 인테리어를 하는 바람에 그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쇼퍼테인먼트의 실폐사례를 들었다. 이씨는 또 “아직 쇼퍼테인먼트는 시작단계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이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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