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위한 입학식
그들을 위한 입학식
  • 김영주 기자
  • 승인 2007.03.05
  • 호수 1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우리학교 입학식은 한바탕 큰 잔치였다. 학교는 무슨 복심에서인지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대한 입학식을 준비했다. 올림픽체육관에는 화려한 무대가 차려졌고 커다란 화면 속의 유명 동문인사들은 파이팅을 외쳤다. 이때 우리학교는 신입생들에게 충분히 자랑스러운 한양대였다.

총학생회 학생대표들도 이에 질세라 신입생들을 위해 깜짝 파티를 보여줬다. ‘등록금 비싸요’가 쓰인 커다란 현수막이 세워졌고 학생대표들은 등록금 인상반대를 외쳤다. 각 대표의 차례가 넘어갈 때마다 신입생들은 환호를 질렀다.

급기야 학교 측에서는 학생대표들을 저지하려고 했다. 학생대표의 돌출발언에 당황한 학교 측은 무대조명을 끄는가하면 마이크를 빼앗아 발언기회마저 박탈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또 학생대표들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할 말 다한 것 같으니 다음 식순으로 넘어가자고 얼버무리려 하기도 했다. 학생대표는 어떠했는가. 그들의 발언수위는 입학식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감정을 자극하는 사례를 들고 학교재단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그들의 진지한 발언은 입학을 맞아 한창 들떠있는 새내기들에게 낯선 것이었다.

지켜보는 입장의 반응도 두 가지로 나뉘었다. 어떤 이는 학생대표의 발언에 호응하고 어떤 이는 그 행동에 야유를 던졌다. 그렇다면 총장의 축사에 박수치고 학생대표의 신호에 종이비행기를 날린 새내기는 어느 편에 서 있었던 것일까. 이런 이분법이 위험한 것이라면 양 측은 입학식에 온 새내기들에게 어떤 ‘합리적인 판단’을 바랐던 것일까라고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기자는 여기서 신입생들이 누구에게 손을 들어줬는가를 말하지 않겠다. 다만 학교와 총학 모두가 신입생들을 위해 진정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었는가를 말하고자 한다. 여기서 기자가 하고 싶은 대답은 입학식이 그들을 위한 자리였다는 것이다.

입학식은 신입생을 위한 자리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학교를 위한 또는 총학생회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두 집단이 입학식을 오로지 자신들의 입장으로만 이용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두 입장 모두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준비한 입학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양 측은 맞물리지 않는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느라 새내기와 학부모들 앞에서 서로 반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련의 소요(?)가 끝난 뒤 이어진 행사에 새내기들의 반응은 어중간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기분 좋은 입학식은 이미 끝난 뒤였으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