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 한양대학교는 무엇인가
2007년 - 한양대학교는 무엇인가
  • 한대신문
  • 승인 2007.01.01
  • 호수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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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70을 바라보는 한양대학교는 사람으로 치면 이순(耳順)을 한참 지나 종심(從心)에 다가가는 형국이다. 말하자면 주어진 환경에 충분히 익숙해져서 외부적 자극이나 변화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충실한 내면과 조화로운 외연을 갖추었어야 할 연륜이 되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때에 따르고 여건에 따라야 한다. 30이 되어도 나름대로의 뜻을 세우지 못하고 60이 되어도 부모의 눈치만 살펴서는 제대로 된 사람이라고 하기 어렵듯이, 조직도 30에 할 일이 있고 또 60에 할 일이 다르다. 경쟁이 국내로 한정되고 큰 실수만 없으면 이미 이루어 낸 위상을 지켜낼 수 있었던 과거의 환경과 경쟁이 범세계화되고 순위가 들쑥날쑥 자주 변하는 오늘의 환경에서 조직이 해야 할 일은 다를 수밖에 없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대학 간의 순위 매김에 있어서도 국내가 아닌 세계가 기준이고, 외국대학을 방문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교수님들은 국내보다도 해외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싶어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처럼 빠르게 세계화되는 현상은 정치나 경제나 문화에 있어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이다.

대학 교육의 목적이 전문성 심화 이전에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건전한 교양과 지식의 함양에 있다고 한다면, 우리의 교육 역시 이러한 빠른 사회적 변화를 적절히 수용하고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 학생들을 사회적으로 유능한 인물로 만드는 것이고, 또 우리 학교를 경쟁력 있는 학교로 키우는 길일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앞 날을 예측하기 어려워서 불확실성이 그 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내일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야 하는 학교의 입장에서 보면 그 만큼 교육의 목적과 방향을 정립해 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의 이러한 결정이 내일의 교육의 성패와 학교의 위상을 결정하는 일이다.

이 중요한 일을 누가 결정하는가, 그리고 어떤 절차를 거쳐서 결정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최근 기업에서 지배구조의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물론 대학의 의사결정구조가 기업의 그것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의사결정구조가 얼마만큼 투명하고 또 합리적인가, 그리고 이를 이끌어 나가는 리더가 얼마나 현명한가 하는 것은 공통적으로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한양대학교의 내일,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내일, 그리고 교수님들과 직원들의 내일은 어떻게, 누가 결정할 것인가? 우리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재단에서 이루어지고, 총장님과 임명된 본부의 처장단 및 역시 임명된 단과대학의 학장들이 행정체계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상명하복은 가능하지만 거꾸로 하의상달은 권위를 거스르는 모양으로 되어 있다. 또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시스템을 갖춘 의사결정이라기 보다는 사람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조직이라고 할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한양대학교이다.

2007년, 오늘의 한양대학교가 진정 이순이 되고 종심이 되려면, 이제 다른 사회적 조직들처럼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문화를 일구어 내야 한다. 대학은 교수, 직원, 학생들이 함께 내면의 충실화와 외연의 조화를 설계하는데 가운데 자리에 서야 한다. 이것이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조직이다. 

새 해에는 한양대학교가 달라질 수 있도록 한양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고 앞서 가는 인재를 키워나갈 수 있는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공동체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를 희망한다.

교수협의회장 최생림<경영대.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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