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헌책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곳
세상에 하나뿐인 헌책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곳
  • 김소희 수습기자
  • 승인 2006.12.02
  • 호수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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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부모님 세대의 향수가 담긴 장소들, 이제는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새롭게 변한지 오래다. 그래도 아직 그 시절 그 때를 추억할 수 있는 곳들이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그 곳들을 조명해보면서 소중함을 깨닫고자 한다. <편집자주>

연재기획 - 현대속 그 시절 그 때
1주차 ‘바다극장’
2주차 ‘종로양복젼
3주차 ‘청계 6가 헌책방 거리’

책과의 만남은 때론 운명처럼 느껴진다. 책을 만나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인연의 실이 있듯 책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란 것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동대문 평화시장 1층, 헌책방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청계 6가 헌책방 거리에는 누군가에게 버려졌지만 오래된 상처와 먼지를 툴툴 털어내고 새로운 운명을 기다리는 책들이 있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양지서젼과 ‘대한서젼. 머리 희끗한 주인아저씨만큼 서점의 역사도 길다. 분류되지 않은 책들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빼곡히 쌓여 있다. 소설, 수험서, 건강백과, 대학교재, 만화책 등 그 종류나 출처가 다양한 책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감추고 있다.

대형 서점에서 깔끔한 디자인에 끌려 책을 사거나 인터넷 서점에서 할인 가격으로

베스트셀러를 주문하는 요즘, 헌책방에서 원하던 책과 뜻하지 않게 만나는 기쁨은 점점 잊혀 가고 있다. 80년대 초반엔 청계천 헌책방의 수가 1백20여 군데로 많았으나 지금은 50여 군데로 줄었다. 아동도서를 전문으로 하는 ‘명진서젼을 7년 동안 운영해 온 박진수 사장도 “예전보다 공기도 깨끗해지고 주위 환경도 훨씬 좋아졌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줄어들었다. 방송에서 헌책방 거리가 사라졌다고 나온 적도 있다.”며 아쉬움을 표한다.

모든 새 것은 결국 헌 것이 된다. 하지만 뭐든 새 것만 좋아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남의 손때가 묻은 책이 반가울 리 없다. 게다가 전보다 책을 읽지 않는 풍토도 헌책방의 존재가치에 영향을 준다. 

헌책방을 기웃거리던 사람들에게 헌책방만의 이점에 대해 물어 봤다. “좋은 책을 싸게 살 수 있다”, “절판되거나 희귀한 책을 발견할 수 있다”, “가끔 가다가 중고책이 아닌 새 책을 살 수도 있다”와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실용적인 이유 말고도 누군가의 메모와 밑줄과 같은 흔적을 보며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 잊고 있었던 추억 속의 책을 발견하는 기쁨 등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게 헌책방만의 매력이 아닐까. 인연도 시도가 있어야 맺어지기 마련. 숨죽이고 있는 책들은 오늘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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