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문예상- 소설부분(2)
한양문예상- 소설부분(2)
  • 한대신문
  • 승인 2006.12.02
  • 호수 12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작 : 코딱지 벌레 강한구<국문대·국문 03>

3
들어선다. 신발장이 있다. 신발은 없다. 공구함이 없다. 우산이 없다. 구두주걱이 없다. 싱크대는 있다. 그릇이 없다. 숟가락이 없다. 젓가락이 없다. 도마가 없다. 컵이 없다. 냄비가 없다. 행주가 없다. 조미료 통이 없다. 설탕이 없다. 소금이 없다. 고춧가루가 없다. 후춧가루가 없다. 밥솥이 없다. 가스레인지가 없다. 냉장고가 없다. 식탁이 없다. 의자가 없다. 좌변기는 있다. 욕조도 있다. 칫솔이 없다. 치약이 없다. 비누가 없다. 수건이 없다. 걸레가 없다. 거울은 있다. 옷이 없다. 옷장이 없다. 텔레비전이 없다. 컴퓨터가 없다. 오디오가 없다. 책장이 없다. 책이 없다. 책상이 없다. 의자가 없다. 침대가 없다. 베개가 없다. 이불이 없다. 하지만 베란다가 있다. 세탁기가 없다. 빨래 건조대가 없다. 베란다용 버티컬이 없다. 새로 지은 지 얼마 안 된 아파트에서 나지 않을 것 같은 끼기긱거리는 비명이, 베란다 문을 여는 딴씨의 팔에 전해져왔다. 삼월의 바람이 세차게 들이닥쳤고 딴씨의 눈은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 올라온 뜰랑말랑한 눈이 캡쳐된 연예인들 마냥 게슴츠레해졌다. 그 와중에서도 해가 있다. 산이 있다. 나무가 있다. 화단이 있다. 새가 있다. 가로등이 있다. 벤치가 있다. 바위가 있다. 놀이터가 있다. 노인정이 있다. 운동기구가 있다. 공용화장실이 있다. 한마디로 공원이 보인다. 몇몇 사람이 공원길을 따라 걷는다. 공원의 중심점엔 정자가 있고, 노인들이 앉아 얘기를 주고받는다. 딴씨는 공원에 가지 않을 생각이다.
베란다 창을 닫고서 딴씨는 거실 안으로 들어왔다. 바람이 손톱을 세워 창유리를 긁고 있었다. 안은 휑하였다, 소복 입은 귀신에 둘러싸인 것처럼, 정신병동의 외진 휴게실같이, 모니터의 앞면만 있는 워드 프로세서 새문서인 듯. 벽은 사방에서 딴씨를 비추고 있었다. 1970년대 대한민국 성인남성 평균 신장을 기억하여 자라난 딴씨는 이마 절반 쯤 길어지면 사정없이 꽈지는 곱슬머리를 갖고 있어서 항상 스포츠머리를 유지했다. 그의 스포츠머리 스타일 시작은 여느 남자의 경우와 같은 중학교 입학, 그 시절이었다. 하지만 왜 딴씨라고 사춘기 시절이 없었겠는가. 시간은 중2를 알리고 알맞은 길이의 이발기期를 한 달 정도 유예한 시점이었다. 그의 정중앙 머리카락은 이마를 바탕으로 소용돌이를 이루고 있었다. 마침 사건이 일어난 날, 그는 늦잠을 잤고 머리 손질을 미처 하지 못했다. 숨이 차게 신호등도 무시하고 교문으로 내달린 그 곳에는 그가 평소 흠모하던 여학생이 있었다. 중학교 입학식 때 입학 선서를 또렷하게 읽어대던, 학생회장 선거 공약 발언대에서도 다이애나 비처럼 당당하던(그러나 떨어졌지만), 학예회에서 합창곡 ‘나를 넘보지 말아요.’를 부르던, 2층 교실 창문가에서 오후 햇살을 즐기던 그 여학생, 과의 거리가 좁혀지자 딴씨는 얼굴에 홍조가 돌면서 고개를 수그렸다. 하지만 붉은 아우라의 딴씨가 여학생의 시야를 벗어나려는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딴씨의 귓구멍을 찔렀다.  
“선생님, 저 꼽슬머리 교칙위반인데요.”
딴씨의 사춘기는 짧았다. 그리고 머리카락도 더 이상 길어지지 않았다.
벽이 바라본 딴씨의 눈은 순정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전형적 영롱한 눈과 일치했다. 허나 벽은 선량한 눈망울 뒤에 감춰진 가공할 힘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미 벽지의 주름이 몇 개인지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였다. 벽의 프라이버시상  밝힐 수 없는 숫자들은 슬프게도 딴씨의 머리에서 탈출이 불가능하고-할 것이다. 딴씨의 이 놀라운 저장력은 유아기 시절에 겪은 아픈 추억들로 인해 세상에 드러나지 못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6살의 딴씨는 아버지와 가족공원에 놀러왔다. 공원 속 가판대에서 캐치볼 세트를 본 그는 여느 아이 마냥 아버지와 그것을 가지고 놀고 싶었다. 아버지는 물끄러미 캐치볼 세트를 보고 있는 아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곤, 아들에게 캐치볼 세트를 덥석 안겨주었다. 아들은 신이 나 어쩔 줄 몰랐다. 포장지를 뜯고 아들은 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오돌토돌한 돌기가 많은 고무공이었는데 두 손으로 스을 한 바퀴 돌려보더니 아버지한테 말했다. “이거 백이십육 개”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과 캐치볼할 장소를 물색하느라 이 말을 흘려들었다. (부자지간의 단란한 한 때는 생략한 뒤) 아버지가 담배 한 대를 물고 행복의 고단함을 연기로 날려 보내고 있을 무렵, 아들은 나무씨와 공 주고받기를 연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슨 샌드백도 아니고! 일방적인 공격에 나무씨는 짜증이 나서 엉덩이를 살짝 흔들었다. 그 반동에 공은 또 다른 잔디밭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숲 너머로 달아났다. 딴씨는 숲으로 달려갔다. 반대편으로 나오니 공은 푸른 안경을 낀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딴씨는 너무도 해맑게 웃으며 공을 돌려받기 위해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 사람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신이 아닌 다른 아이에게 공을 주는 것이 아닌가. 딴씨는 푸른 안경을 쓴 사람의 바지 자락을 붙잡고 앵앵거렸다. “내 공이예요. 내 공이예요.” 푸른 안경은 침착하게 딴씨에게 물어보았다. “어째서 이게 니 공이지?” “내 공은 점 같은 게 백이십육 개예요. 방금 사서 내가 세어봤어요. 세어보게 주세요.” “꼬마가 거짓말하면 못쓴다. 이 공은 아저씨가 아저씨애기 줄려고 저기 가판대에서 사온거야.” “세어보게 주세요. 내 꺼란 말이에요.” 딴씨는 울상이 다 되었다. 푸른 안경은 딴씨에게 공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의 눈이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둘, 셋, 넷……백이십일, 백이십이, 백이십, 삼? 딴씨는 다시 세어보았다. 여전히 삼이었다. 오줌이 마려웠다. 푸른 안경은 아직도 어디론가 가질 않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딴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딴씨를 부르는 아버지의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근원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아버지가 공을 쥔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비범한 딴씨의 저장능력은 더욱 철두철미해졌다. 물론 그 능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아픈 추억이 공개되길 꺼려하는 딴씨는 화장실로 몸을 옮긴다. 묵직해진 방광을 비우고 치아에 뭐가 껴 있는지 점검한다. 입을 떠억 벌리니 어둠의 통로 앞에서 목젖씨가 웰컴을 외친다. 그는 뭔가 할 말이 있나보다. 딴씨가 입을 닫기 전에 나는 목젖씨에게 키보드를 건네준다. -connected- 음, 그러니까 말이죠. 제가 이십년간 보아온 음식들은 항상 같은 느낌이었어요. 모양이나 색깔은 달랐지만 한 데 버무려 다가오는 통일감은 왠지 모르게 푸근했죠. 요 아래 혓바닥씨도 제 의견에 동의했고요. 근데 그 이십년으로부터 한두 달이 지난 어느 날, 그 날은 좀 이상한 날이었죠. 침이 고이지 않아 혓바닥씨는 바싹 타들어가 말라 죽을 지경이었어요. 물이 자주 들어오긴 했지만 하품 소리에 몸 떨리듯 이내 사라져 버렸고요. 그러다가 조금 있으니 물컹거리는 무엇이 들어오는 거 아니겠어요? 생전 처음 보는 것에 긴장했는지 어금니씨가 움직이질 못했죠. 그 뒤로 그 물컹한 것이 몇 번인가 더 들어왔고 혼비백산했던 우리는 위씨의 소화능력을 믿으며 통과해주었죠. 나중에 혓바닥씨가 그건 고기 같았다고 얘기하더군요. 전 잘 모르겠어요. 제가 평소 느끼던 고기의 향이랄까, 그런 것과는 많이 틀렸거든요. 그리고 물컹한 것 사이에 붉은 물이 들어왔어요. 싸~해지는 느낌이 굉장히 낯설었죠. 뇌씨가 지금 문자를 보내 주었는데 그건 스테이크와 포도주라는군요. 뭐, 저야 그런 명칭까지 알 필요가 없으니 참고하시려면 하시고요. 이다음이 중요합니다. 위씨도 처음 보는 것에 당할 재간이 없었죠. 그가 괴로워하며 트림을 몇 번이고 올려 보내는데 문제는 트림이 올라올 때마다 입이 안 열리는 겁니다. 그렇게 지독한 냄새는 처음이었어요. 저는 빈사 상태에 이르기 직전이었죠. 다시 위씨의 절규를 동반한 태풍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저는 있는 힘을 다해 입천장을 후려쳤습니다.
“좋아하, 끄어어어억”
입이 닫아 지기 전에 심하게 일그러진 여자의 얼굴을 봤어요. 그렇게 가까이서 본 여자의 얼굴은 주인댁 아주머니 빼곤 없네요. 그 날 이후로 제대로 된 음식도 들어오고 있고요. 그 날이 주인에게 특별한 날 이었나본데, 모르죠. 저 같은 외톨이야……
구두를 신고 있는 딴씨의 얼굴에 미소가 오른다. 집이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독립을 걱정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신발장에 그려진다. 잘 할 거라고, 잘 할 거라고 허공에 놓인 어머니의 손을 잡아준 모습도 이어진다. 딴씨는 입술을 꽉 오므린다. 집도 샀으니 더 이상 부모님에게 신세를 지면 안 되는 것이다. 딴씨는 결의를 다지며 아파트 문의 열쇠를 돌린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이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4

Q) 딴씨! 당신에 대해 말해주세요.
A) 나에 대해 알고 싶나요? 하지만 당신은 나를 볼 수 없죠. 글자로 어떻게 나를 볼 수 있겠어요? 나는 천재도 아니지만 바보도 아니에요. 당신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다니고 싶단 걸 알고 있어요.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당신에게 보여드리겠어요. 내 삶은 여느 일반인이나 다름이 없거든요. 만약에 당신이 카메라를 들고 찾아왔더라면 나는 벨이 백이십삼 번 울려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겠죠. 그래요. 글자는 안전하죠. 그 점이 맘에 들었어요.
아! 그 박스는 건들지 마세요. 월요일에 분리수거를 하는데 출근하면서 가져가야 해요. 그 박스는 씨디와 디브이디, 책들을 넣어놨는데 이사 온 지 한 달 즈음 되니 공간도 비좁고 해서 버리려고 모아둔 거예요. 절대 제가 그 미디어에 담은 모든 정보를 기억하고 있어 케이스나 표지를 스치면서 봐도 내용이 되뇌어지는, 그런 공포감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에요. 사람이 녹음기는 아니잖아요? 게다가 녹음기는 테이프 용량으로 얼마 못 가 멈추기라도 하지,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왼쪽 눈으로 들어온 건 오른쪽 눈으로 나가게 하고 싶고, 오른쪽 귀로 들어온 건 왼쪽 귀로 흘려보내고 싶어요. 아쉽게도 내 머리는 돌이죠. 왼쪽 눈과 오른쪽 귀로 들어온 것들이 나가지 못하고 머리를 팽창시켰고, 학창시절 대갈장군이란 별명은 눈바람처럼 두개골을 견고하게 만들어 주었죠. 대학에 와서 더 이상 그 별명이 제 귀에 불어오지 않아 시원했지만 섭섭하진 않더군요. 섭섭하지 않아서 두개골 얼음들이 녹지 않고 있을지도요. 
잠시만요. (딴씨는 열려진 창문을 모두 닫았다. 그리고 공기청정기의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하루 중 가장 공기가 맑은 시간이 저녁이라는군요. 믿을 순 없지만 어차피 환기는 해야 하니까요. 도심을 벗어난 이곳에서도 바깥공기는 안심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기계가 내뿜은 산소와 그걸 바꿔 내놓은 이산화탄소로 채워진 집은 위험하니 어쩔 수가 없죠. 삶이 너무 계산적이지 않냐고요? 확실히 제가 계산기도 필요치 않은 구두쇠의 악착같은 면도 있긴 해요. 벽에 걸려 있는 꽃그림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나는 친환경주의자가 아니거든요. 저리도 정갈한 인화人花들이 황토색 벽지에 피어 있는데 화분이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어요. 집에 화분 있으세요? 식물을 왜 키우시나요? 감상용이라면 나는 여유가 없어요. 관상용이라면 나는 벽 화단으로 충분해요. 어떤 식물들은 공기를 정화시켜준다는데 벌레가 꼬일까봐 차마 집에 두지 못하겠어요.
어머니는 콩밥을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끼니때마다 콩밥이 나왔죠. 시간만 질풍노도였던 시기에 나는 어머니에게 대들었어요. “어머니, 여기가 감옥이에요?” “아니” “근데 왜 콩밥만 줘요?” “글쎄다” “이제 콩밥 안 먹을래요.” “어, 그런 어머니는 말을 아끼는 수줍은 분이셨고 계속 콩밥을 내놓으셨어요. 나는 밥공기에 살포되어 있는 콩들을 일일이 거둬들이는 무언의 투쟁을 선포함으로써, 내 굳건한 의지를 보여주려고 했었죠. 그러나 그로 인하여 지각이라는 등가교환이 이루어졌고, 우등생이라며 하루 이틀 봐주시던 담임선생님은 손목시계를 끄르시고 아침 찬 공기에 헐떡이는 나를 곧바로 뎁혀 주셨죠. 이런 외세적 탄압과 육체적 시련으로 나의 투쟁은 한 달을 가지 못했어요. 콩밥을 내 숙명이거니 하고 받아들인 그 날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전근을 가셨더라고요. 그 때부터 왠지 콩밥이 좋아졌어요. 지금도 이렇게 콩밥을 짓고 있고요. 네, 물론 아침밥을 먹지 않고 가는 그런 방법도 생각나긴 했지만, 치졸하잖아요.
배춧국 끓인 게 남아있으니 국은 됐고, 우엉무침을 만들 거예요. 아침에 만든 계란말이는 점심 도시락으로 다 먹어버렸거든요. 혼자 살게 되니까 반찬이 많이 필요 없어요. 김치하고, 깍두기하고, 김하고, 국하고, 반찬도 이인분만 해서 하루에 비워내니 산패될 염려가 생기지 않죠. 아직 독립한 지 한 달밖에 안돼서 요리하는 게 귀찮은지 모르겠어요. 외식이나 패스트푸드를 이용해보고 싶단 생각은 가끔 드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죠. 내 손으로 직접 해 먹는 게 마음도 편하고 좋아요. 저기, 손이 모자라 그러는데 양념 칸에서 조청 좀 집어줄래요? 아! 난 설탕대신 조청과 꿀을 사요. 영양학회지를 통해 ‘설탕이 각종 질병의 원인’이라는 지각이 생긴 뒤로는요. 같은 맥락에서 화학조미료도 쓰지 않고요. 어머니도 표고버섯가루나 멸치가루 같은 천연조미료를 썼어요. 그 영향이 크죠. 문득 어머니가 종종 하시던 말씀이 떠오르네요. “얘야, 아침식사는 왕같이, 점심식사는 왕자같이, 저녁식사는 거지같이 먹어야 된다.” 생뚱맞긴 하지만 좋은 말이니까 인터뷰 내용에 넣어도 좋을 듯해요.
설거지도 끝냈고, 이제 샤워해야 하는데 설마 따라 들어오진 않겠죠? (라며 딴씨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딴씨는 두려움이 완전히 풀렸는가보다. 내가 도둑으로 돌변해 이 집을 싸그리 털어가면 어쩌려는지. 하긴 이 집에서라면 안심할 만하다. 이곳은 작년 청고정반1)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연봉 이억 대의 반도체 연구원이 살고 있다는 증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수원 변두리에 위치한 십팔 평짜리 아파트. 경운기가 기침해대며 가는 소리 들리는 이곳, 베란다를 바라보니 오십여 마리의 불나방들이 방충망을 끊을 듯 매달려있는 이곳, 부엌과 거실의 경계도 없는 이곳, 무엇보다 버스에서 내려 이곳을 향해 걸어오다가 정체모를 생물의 변을 앗살하게 뭉개버린 기억은 오늘이 지나면 기억으로 불러지지 않길 바란다. 딴씨는 아주 무서운 사람이다. 나는 지금 취재하고 있는 것을 ‘귀족결혼! 피앙세를 찾아서’ 연재특집에 내야할지 고민 중이다. 이윽고 딴씨가 나왔다. 그는 예전아홉시뉴스중에내귀에도청장치가달렸다고스튜디오에침입한사람의귀모양과 비슷한 무늬의 잠옷을 이미 입고 있었다.)
오늘은 일찍 자야해요. 내일 아침회의가 있거든요. 알고 있겠지만 우리 집에서 연구소까지는 오 키로 정도 거리예요. 남들보다 조금 빨리 일어나 도보로 출근하죠. 이 아침운동 때문에 별다른 운동은 안 해요. 몸짱이니 뭐니 관심도 없고요. 그저 병치레하지 않고 건강하게만 살면 되는 거죠. (딴씨는 침대에 누웠다.) 나는 잠들기 전에 구연동화 테이프를 재생시켜놔요. 그리고 어떤 행위를 즐기죠. 자위행위는 아니지만 그만큼 비밀스러운 행위예요, 다른 사람에겐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습관인데, 항상 내 곁에 있어 준 어머니도 모를걸요. 침실 문이 닫히고 나면 쾌감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할 거예요.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간이네요. 오늘 즐거웠어요. 안녕 
Q)딴씨, 잘자요.

5

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 꿈과 사랑, 그리고 믿음을 길러주는 구연동화 시리즈 돌연변이씨 이 야 기
오늘은 해님이 방긋 웃는 좋은 날씨입니다. 어제 비가 와서 땅은 축축하게 젖어있었습니다. 날개달린 개미들이 개미집을 나와서 날기 쉬운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무리는 여왕개미와 수개미들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개미들이 결혼하는 날입니다. 그러나 수개미인 돌이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돌이는 친구 철이에게 말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가 없었던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이상해.” 철이가 갸우뚱하며 물었습니다. “뭐가?” 드르르륵 띠딩~
“우리들 중에 아버지를 기억하는 녀석들이 한 명도 없어. 그게 말이 되니?” “어머니 말씀으론 우리들을 위해 힘쓰다 돌아가셨다잖아. 그렇게 믿으면 되지 뭐.” 철이는 곧 있을 결혼비행에 설레고 있는 모양입니다. 돌이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가득했습니다. 개미일행은 파란하늘이 펼쳐져 있는 언덕에 다다랐습니다. 여왕개미 한 마리가 날개를 파닥이면서 땅 위를 한 층 한 층 올라갔습니다. 그 뒤를 따라 개미들이 하나둘씩 날기 시작했습니다. 철이도 제 짝을 찾기 위해 날았습니다. “돌아, 빨리 안 날면 고추 떨어진다. 하하” 어찌된 일인지 돌이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드르르륵 띠딩~
붕 붕 부웅 수많은 개미들이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결혼비행은 돌이네 개미들뿐만이 아니고 여러 동네 개미들이 같이하기 때문입니다. 축하해주러 오는 건지 새들이 묵묵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들은 입으로 진공청소기처럼 개미들을 빨아들였습니다. 이 광경을 본 돌이는 바위 밑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결혼에 목숨을 거는 미친 짓 따윈 하지 않을 거야.” 잠시 후 하늘에서 무언가 쿵 하고 떨어졌습니다. 돌이는 매우 놀랐습니다. 그것은 철이였습니다. 드르르륵 띠딩~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철이의 아랫부분에는 소중한 것이 뽑혀져 있었습니다. “바보 같은 녀석, 그러게 내가 뭐랬어…” 철이는 돌이를 향해 손으로 브이 자를 힘겹게 모으며 이내 눈을 감았습니다. 수개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땅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들은 힘없이 몇 발자국 걷다 숨이 끊어졌습니다. 이와 달리 여왕개미들은 우아하게 땅에 앉은 뒤, 날개를 떼고 자기의 집을 만들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아다녔습니다. 감춰진 비밀을 목격한 유일한 생존자 돌이는 도망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일개미들이 돌이를 발견했습니다. 드르르륵 띠딩~
영화 <이.티> 삽입곡 중 플라잉 테마 “저 놈이 살아 있다. 잡아라!” 일개미들이 돌이를 뒤쫓았습니다. 앞 동네, 옆 동네, 뒷동네 일개미 수백 마리가 돌이를 잡으려고 모여들었습니다. 꽁무니가 밟히려는 찰나 돌이는 날개를 폈습니다. 그리고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일개미들의 웅성웅성 하는 소리만 돌이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갈 곳이 없는 돌이는 무작정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아파트가 나타났고 열려진 어느 창문으로 들어갔습니다. 침대와 책상밖에 있지 않는 쓸쓸한 곳이었습니다. 갑자기 돌이는 몸이 죽을 듯이 아팠습니다. 드르르륵 띠딩~
“날개를 사용하면 죽게 되는구나.” 돌이는 이렇게 죽을 자신이 불쌍해졌습니다. 누군가 자기의 시체를 함부로 하지 않을까 두려워 침대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두컴컴하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듯했습니다. 돌이는 죽을 준비를 마치고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째깍째깍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떨어지는 소리에 돌이는 아직 죽지 않고 깨어났습니다. 소리가 난 곳으로 가보니 까맣고 동그란 것이 수수팥떡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마침 돌이는 배가 고팠습니다. “이왕 죽는 거 실컷 배나 채우자.” 드르르륵 띠딩~
냠 냠 쩝 쩝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까맣고 동그란 것을 먹은 돌이의 몸에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 것입니다. 맛 또한 아주 좋았습니다. 돌이는 침대 밑이 천국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곳은 어떤 위험도, 걱정할 거리도 없었습니다. 돌이는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 떨어지길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그 음식은 하루 한 개는 꼭 내려왔습니다. 어떨 때는 두 개가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돌이에게는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드르르륵 띠딩~
침대 밑에 살면서 돌이는 몸이 변했습니다. 매미처럼 몸통이 부풀었고 일일구 소방차처럼 새빨간 피부색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더듬이는 들어가고 눈이 튀어나왔습니다. 본인은 볼 수 없었지만 날개는 금가루를 뿌린 것 마냥 번쩍번쩍했습니다. 이제 돌이는 더 이상 돌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돌연변이씨라고 불러야 마땅했습니다. 어느 날, 돌연변이씨는 누가 그렇게 좋은 음식을 주는지 궁금했습니다. “내 은인은 누굴까? 만나보고 싶다.” 그래서 그는 처음으로 침대 밖을 나가 보기로 했습니다. 드르르륵 띠딩~
밤이 되자 돌연변이씨는 책상 뒤로 몸을 숨겼습니다. 끼이이익 쾅 이상한 귀 모양 무늬 잠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와 침대에 누웠습니다. 돌연변이씨는 그분이 음식을 떨어트려준 분이란 걸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침대에 누운 그분은 몇 번 뒤척이더니 집게손가락을 코에 꽂았습니다. 그리고는 살살 돌렸습니다. 찹쌀떡 못지않은 순백의 쫀득한 코딱지가 나왔습니다. 코딱지가 너무도 하얗게 빛을 내서 그분의 행복한 표정이 그대로 돌연변이씨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분은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코딱지를 부드럽게 돌리고 돌렸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가락 때와 공기 중의 먼지가 고물이 되어 코딱지에 묻혔습니다. 돌연변이씨는 이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드르르륵 띠딩~
코딱지는 돌연변이씨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코딱지의 빛이 꺼지자 그분은 으레 그랬던 것처럼 침대와 벽 사이에 있는 틈으로 코딱지를 떨어트렸습니다. 곧이어 그분은 잠이 들었습니다. 돌연변이씨는 감탄했습니다. ‘나를 위해 저렇게 정성껏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만들었다니!’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이 얼마나 상냥하신 분인가!’ 돌연변이씨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두근두근 설레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드르르륵 띠딩~
리스트의 사랑의 꿈 돌연변이씨는 그분을 짝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밤 그분이 잠들면 천장에 매달려 사랑스러운 눈빛을 그분에게 보냈습니다. 그분이 던져주신 음식도 남기는 일이 없었습니다. 돌연변이씨는 사랑의 열병을 앓았습니다. 마음의 병은 그 어떤 환자보다 깊었습니다. 사랑의 아픔은 몸으로도 나타났습니다. 배가 빵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돌연변이씨는 불안했지만 이내 환한 미소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아기를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뱃속에서 알들이 돌돌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드르르륵 띠딩~
돌연변이씨는 배가 아팠습니다. 알들이 세상을 구경하고 싶다고 야단입니다. 그는 알들을 어디에 낳아야할지 고민했습니다. 침대 밑도 훌륭했지만 부화할 때까지 좀 더 안전한 장소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돌연변이씨는 잠을 자고 있는 그분이 입을 약간 벌리는 틈을 타 알들을 떨어트렸습니다. “내 사랑의 결실이에요. 부디 잘 키워주세요.” 돌연변이씨는 얼굴을 붉히며 계속 알들을 떨어트렸습니다. 며칠 후 그분의 피부에 염증이 생겼습니다. 그것을 본 돌연변이씨는 아이들이 잘 커가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해졌습…   
딴씨는 이야기를 마저 듣지 못하고 잠이 든다.

6


  엘리트 연구원 오타 한 글자로 해고
 
  [자투리뉴스 2006-06-26 06:06]    
 
연봉 2억원대로 국내 연구원 중에서 최고 대우를 받고 있던 엘리트 연구원이 단 한 번의 실수로 해고통지를 받았다.

그제였던 24일 토요일 오후에 본지 사회부로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수원에 사는 딴씨라고 밝힌 이 사람은 자기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단지 한 글자 잘못 쳤을 뿐인데……”라고 울먹임과 함께 되풀이하던 이 소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을 돌며 기삿거리를 찾고 있던 기자 본인의 발을 간만에 움직일 수 있게 해주었다. 

부리나케 조사해본 바 사건은 이렇다. 수원에 있는 모 반도체연구소 직원 딴씨는 작년 업계에서 청고정반 프로젝트 성공에 힘입어 국내 최초로 연봉 2억원대를 받고 있는 연구원이었다. 그런데 지난 23일, 새 프로젝트 파일을 합작회사 GOLEM에 메일 전송 하던 도중 오타로 인해 라이벌 회사 GOLUM에 전송시켰던 것. 그 일로 연구소는 약 5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으며, 딴씨의 해고는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딴씨는 “일주일 전부터 몸이 굉장히 안 좋았는데 팀장님이 더욱 저를 들볶았어요. 동료들도 저한테만 짜증을 부렸고요. 이런 근무 상황에서 어떻게 실수 한 번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며 호소했다.  

한편 연구소 측에서는 “그런 일은 없었다”며 부인했고, 동료 연구원 몇몇은 “사람은 참 깨끗한 사람인데 그 깨끗함이 문제였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컨트롤씨 eobusarang@jaturinews.co.kr

  ⓒ 자투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도루황제             일등!
 노트루스             합성이네~
 지나가던 이          윗님, 사진 없거든요?
 섊뷁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들리나? 개념탑재요망, 개념탑재요망
 이중요한사실         왜다들 골렘과 골룸형제에 관심이 없으신지...................
 엘리트백수           2억받고 삽질 한 번 잘했구나 백수의 세계로 온 걸 환영한다.
 카르페디엠           안되셨네요. 힘내세요.
 열혈격투기           현 정부는 각성하라!!!!!!!!!!!!
 니뽄 사이코          일본으로 가서 연구계속하삼
 일빠 즐              초딩 즐                 

 

7

매스컴을 잘 이용한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딴씨는 해고를 면할 수 있었다. 대신에 몸이 다 나을 때까지 자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는 다시 내려진 회사의 처분에 만족을 넘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염증과 함께 발생한 불행의 날카로운 시간을 속으로는 인정했다. 하룻밤이 지나면 그토록 정성스레 가꿨던 피부 한 조각이 붉게 시들어져 가는 것을 보고 견딜 수 없었다. 극렬한 감정은 빛만이 존재하는 궁지로 몰아갔다. 그곳에서 딴씨는 투명인간이었다. 누군가가 그의 정체를 탄로 나게 하려고 붉은 색 스프레이를 막무가내로 뿌려댔다. 딴씨는 방향도 공간도 빛 때문에 사라진 곳에서 붉은 색 스프레이를 피해 필사적으로 내달렸다. 미쳐 날뛰는 자에게 공동생활은 맞지 않다. 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해가 졌다가 해가 다시 뜬 여름밤이었다. 딴씨가 살고 있는 층의 창문들은 햇빛을 담담히 막았다. 모두 딴씨처럼 바깥공기가 더럽거나 방충망도 통과하는 마이크로그램의 날벌레가 무서워서 창문을 단단히 닫아놓은 건 아니었다. 덥고 지친 그들은 당연히 휴가를 떠났다. 딴씨만이 혼자 남아 온몸에 퍼진 염증과 자기가 초대한 더위에 선풍기와 힘을 합쳐 대항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 제시된 시공간적 배경과 어울리는 인물이 이 태그매치에 끼어들려고 하고 있었다. 사람을 꼭 재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전설의 그 이름 도 둑 님. 대망의 등장이시다.
그러나 이 도둑님을 도둑님으로 부르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따지자면 아직 튜토리얼 모드도 거치지 않은 님이시기 때문이다. 경험치가 전무한 이님은 지금 무모한 도전을 하려고 한다. 이님은 허기졌다. 이님의 가족도 허기졌다. 구차한 사정은 이님이 밝히지 않길 원하지만 한 마디는 말해야겠다. 이님은 가족을 사랑하고, 결코 좋아서 하는 짓이 아니다. 내가 이님을 위해서 응원을 해줄 방식이라고는 단 하나, ‘도둑’이라는 명분을 살려주는 것뿐이다. 이님의 존재를 확연히 해 주는 것뿐이다.
비장한 각오로 도둑님은 불 꺼진 딴씨의 집 현관문을 땄다. 따는 소리가 잠 못 들고 있는 딴씨의 귀에 내리꽂혔다. 뇌는 소리를 전달 받아 삼.사초 후 ‘도둑’이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도둑님의 발소리가 딴씨의 머리를 울려서 ‘도둑’이라는 글자가 점점 커져갔다. 마침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던 딴씨의 침실이 열렸다.
누구든, 자신의 사랑이 위험에 빠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랑이 자신의 아이들을 배고 있다면 더욱. 돌연변이씨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날개를 펼쳐 침입자에게로 날아갔다. “우앗, 뭐야 이게!” 딴씨는 이불자락을 살짝 들어 올려 무슨 일인지 살폈다. 그러다가 도둑님과 사투 중인 돌연변이씨를 보았다. 딴씨의 뇌는 도둑에서 ‘벌레’라는 글자로 즉각 교체되었다. ‘나의 청정무결한 집에 저렇게 끔찍한 것이 살고 있었다니!’ 딴씨는 앓고 있는 병을 그제야 수긍했다. 이사 온 뒤의 모든 불행을 몸통 빨간 매미 같은 벌레 탓으로 돌려버린 딴씨는 용서치 않겠노라고 굳게 다짐했다. 그는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선풍기의 목을 잡았다. 그리고 벌레를 향해 돌진했다. 돌연변이씨는 뒤에서 엄습해오는 눈바람 같은 살기를 느끼고 방향을 틀었다. 도둑님은 침실 문 앞에 서서 어찌 해야 할 줄 몰랐다. 작은 침실 안에서 선풍기의 생명선은 넉넉했다. 숨 막히는 추격 끝에 돌연변이씨는 서서히 맥이 풀렸다. 딴씨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두 손을 힘껏 뻗었다.
강,강,가가강 당신이 알고 있는 어떤 비명도 이처럼 슬픈 소리를 내지 못하리라. 우리가 코찔찔이 시절, 슬기로운 생활 시간에 배운 곤충의 몸 구분 머리 가슴 배가 정확히 구현되었다. 딴씨의 냉동 보관된 아드레날린이 눈을 번쩍 뜨고 단숨에 갇혀있던 얼음집을 박살냈다. 아드레날린들은 우가우가를 외쳤고, 난교를 했고, 아이를 낳는 데에는 일.이초도 걸리지 않았다. 딴씨의 몸은 이성이 저 멀리로 달아났다. 그는 선풍기 겉 뚜껑을 벗겨내고 아직 꿈틀꿈틀하는 세 동강을 잔인하게도 락앤롤!하였다.
피와 살의 즙은 침실 사방을 튀었다. 같이 섞어진 금빛 날개 때문에 방 안이 금금하게 은은했다. 살육의 현장을 목격한 도둑님은 들어와선 안 될 집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왜 여기는 빈집이 아니란 말인가. 도둑님은 나가고 싶었지만 다리가 굳었다. 아니, 움직인다면 앞에서 어깨를 들썩이는 녀석이 따라올 게 분명하다. 순간, 도둑님의 구레나룻을 타고 흐르던 땀방울이 턱으로 미끄러져 대롱대롱하다가 낙하했다. 도둑님은 또옥 하는 소리가 녀석의 귀를 거슬리게 하지 않으려고 허리를 숙여 땀방울을 잡았다. 대신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콰당
뒤돌아보고 있는 녀석의 눈이 보였다. 도둑님의 불쾌지수와 공포지수가 얽히고 설켜서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감정온도계가 파짓 깨지는 동시에 도둑님은 딴씨의 목을 잡았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라는 문구만 머릿속 전광판에서 계속 껌뻑였다. 딴씨는 안전한 서민 위장작전이 빗나가버렸다는 절망에 삶의 의욕을 잃었다. 그래도 급료의 대부분을 어머니에게 보내드린 것이 마지막 가는 길의 적잖은 안심이 되었다. 복잡한 세상이여 안녕, 청결한 나의 신체도 안녕. 딴씨의 눈에 비친 여름밤의 해가 흔들거렸다. 불거진 태양흑점 한 곳으로 딴씨가 빨려 들어갔다.
축 늘어진 무게가 도둑님의 손으로 전해졌다. 손 저림에 딴씨의 목을 놓았다. 딴씨의 정지된 신체가 바닥과 더불어 둔탁한 마찰음을 내었을 때, 출발 총성인 마냥 수백마리의 날벌레들이 딴씨의 눈구멍, 콧구멍, 귓구멍, 입구멍, 항문을 뚫고 나왔다. 그들은 (딴씨와) 돌연변이씨의 사랑의 결정체, 미니미들이었다. 미니미들은 당연한 수순을 밟듯 도둑님을 공격했다. 도둑님의 살점이 베개싸움에서 새어나오는 솜털처럼 이리저리 날렸다. 골프공만한 눈알이 툭 떨어졌고 발이 그걸 밟아서 미끌 넘어졌다. 절단된 핏줄들이 피를 쏟으며 웨이브를 추었다. 뼈는 딱딱해서 그냥 냅뒀다.
대담한 성인식을 치르고 난 그들은 창문 유리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어 한다. 인류에게 해가 될지 득이 될지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다. 쩌저적, 마지막 한 방이다! 미니미 한 마리가 몸을 날렸다. 콰창창, 새로운 세상의 바람이 미니미들을 쓸었다. 미니미들은 불어오는 바람 위를 사뿐사뿐 건너서 마침내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지독한 더위는 그들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들 무리는 묘하게 사람 귀 모양을 이루면서 비행했다. 공기 좋은 변두리를 지나서 아파트 밀집 지역에 들어서자, 미니미들의 날개에서 사람 음성이 들렸다. 그것은, 그들이 잠들기 전 매번 처음 들었던 노래였다.

아씨 츠리 져그린 웨 더 시스츄
아씨낸브루 퍼미뉴
애나 땡투마셀 와러원더뽀 워

아씨스칼 져블룽 앤글라우 써바잇
더 뿌라잇 레슨떼  덕 씨그나잇
애나땡투마셀 와러원더뿔 워

더컬러즈업더레인보 쏘 프리리 인디스깔
오 올스옹더뻬이시스스스  오삐뻐고잉바
 
아씨뿌렌 채킨헨스 쎄 하두유두
베리립쌔일 알 러 뷰

아힙미뉴즈그랑 아이완스땡브루
삘라잇마치무우  앤아 너버누
애나땡투마셀 와러원더뿔 워

예에에에스쟈땡투마셀
와러원더펄워
우우우예에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