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따른 ‘정치테러’, 증오의 연쇄 끊고 성숙한 공론장 회복해야…
[사설] 잇따른 ‘정치테러’, 증오의 연쇄 끊고 성숙한 공론장 회복해야…
  • 한대신문
  • 승인 2024.03.18
  • 호수 157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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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인천에서 한 괴한이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천수 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의 유세 도중 일어나, 총선을 앞둔 정계는 정치테러의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 1월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목에 칼이 찔리는 부상을 입었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둔기로 17차례 머리를 맞았다. 일련의 정치테러는 왜곡된 한국 정치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같은 정치테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한다. 헌법 제8조는 누구나 정치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보장하나, 정치테러는 건강한 정치 토론 문화를 훼손하고 자유로운 정치 참여를 위축시킨다. 정치적 갈등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치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테러의 근본적인 원인은 여야의 극단적인 정치 문화에 기인한다.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방식이 테러의 뿌리가 됐단 것이다. 그간 정치계에선 △나이 △성별 △이념 △지역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기 바빴다. △‘건방진 어린 X’ △‘깡패 배후’ △‘물병 있으면 머리에 던지고 싶다’ 등 과격한 언행은 그간 질책받기는커녕 강성 지지층의 박수를 받았다. 이런 정치적 전략은 테러의 자양분이 된다.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순간, 극성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행사하는 폭력이 정당화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잇단 테러의 책임이 본인들에게 없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더욱이 사이버 렉카는 정치인의 이런 언행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재확산한다. 한 극우 유튜버는 ‘이재명의 정치테러는 자작극’이란 음모론을 퍼뜨렸다. 반면, 한 좌파 성향의 유튜버는 ‘상대 진영에서 테러를 사주한 것’이라 단정했다. 이런 사이버 렉카는 진실을 왜곡해 이성적인 대화의 가능성을 가로막는다. 

나아가 극단적인 정치 문화를 맹목적으로 소비하고 재확산하는 대중의 태도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각종 SNS에선 특정 △정당 △후보 △지지자를 향한 비난·허위성 게시글과 합성 영상이 넘쳐나고 있다. 사이버 렉카의 가짜뉴스가 일파만파로 번지지 않도록 대중에겐 합리적 사고가 요구된다. 

총선을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현재, 한국 정치의 편 가르기식 고질병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최근 연달아 일어난 정치테러는 혐오 전략의 끝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갈등과 충돌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를 향한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낳을 뿐이다. 증오의 증폭이 또 다른 희생자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여야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테러를 근절할 해결책과 의무는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권에 있다. 또한, 개개인은 정치를 이성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높은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에선 서로를 존중하는 정치 문화를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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