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남자들, 이젠 어색하지 않아요
화장하는 남자들, 이젠 어색하지 않아요
  • 강준원 기자
  • 승인 2024.03.18
  • 호수 157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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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가 보편화된 현재, 스스로를 꾸미는 남자들을 보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토너, 로션 등의 기초 스킨케어 제품부터 △발색 립밤 △쉐딩 스틱 △파운데이션 등의 색조 화장품까지. 남자는 로션 하나만 발라도 충분하다 여기던 시절이 무색하게 최근 많은 남성이 화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무엇을 위해 남자들은 화장을 시작했을까?

화장을 시작하는 남자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해진 사회 분위기의 영향으로 남자들도 화장하기 시작했다. 김주덕<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 교수는 “매체 속 연예인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아지며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2000년대 초반부터 형성됐다”며 “이러한 외모지상주의 풍조가 2010년대 들어 남성들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성들이 외모에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꾸미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도 인기를 얻고 있다. 남성 뷰티 콘텐츠는 기본적인 피부관리뿐만 아니라 눈썹 정리에서 제모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영역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김기찬<경기 부천시 21> 씨는 “화장에 관심이 없었지만 SNS에서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나도 한번 해볼까?’란 생각이 들어 뷰티 콘텐츠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메이크업샵을 찾는 남성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이현정<현정메이크업샵> 원장은 “최근에는 남성분들도 메이크업샵을 자주 찾아 주신다”며 “여성 고객과 남성 고객의 비율은 6:4 정도”라고 전했다.

특히 남성들은 특별한 날에 메이크업샵을 찾는다. 이 원장은 “보통 남성분들은 △면접 △보디 프로필 △소개팅 △촬영 등 외모가 중요할 때 메이크업샵에 많이 방문하신다”며 “강한 색조 화장보다는 자연스러운 피부 보정이나 눈썹 등에 중점을 두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성장하는 맨즈 뷰티
수요와 공급의 법칙처럼 남성들이 화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메이크업 시장은 자연스레 팽창되었다. 김 교수는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남성 뷰티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 2030세대 남성들은 다른 어느 나라 남성들과 비교해봐도 외모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성 뷰티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조 1천 억원을 넘었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대표적인 H&B스토어인 올리브영에선 남성 제품의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30%가량 증가했으며 첫 구매 고객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21년 20%에서 지난해 30%로 증가했다.

이에 화장품 업계에선 본격적으로 남성 뷰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로션, 스킨 등에 국한되던 남성 화장품은 최근 △쉐딩 스틱 △쿠션 △파운데이션 등 메이크업 제품군으로 확대되며 이젠 ‘맨즈 뷰티’라는 카테고리가 생겨났을 정도다. 실제로 △네이처리퍼블릭은 ‘포레스트 릴리프 포 맨’ △아모레퍼시픽은 남성 뷰티 브랜드 ‘비레디’ △아이소이는 ‘포맨’라인 등 남성 전문 브랜드를 새롭게 내놓았다. 이 밖에도 ‘다슈’, ‘오브제’ 등의 기업은 맨즈 뷰티에 집중하며 남성 화장품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 가고 있다.

▲ 한 H&B 스토어의 맨즈 뷰티 코너이다.

유니섹스 뷰티, 허물어진 경계
맨즈 뷰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등장과 더불어 뷰티 업계에서는 성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엔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군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여성 및 남성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들로 유니섹스 등의 키워드로 분류된다. 유니섹스를 추구하는 브랜드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이 △성별 △인종을 초월하여 모두가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이들은 남성과 여성 모델을 동시에 내세워 누구나 쓸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시장의 요구에 맞춰 뷰티 업계도 변화의 물결에 함께 하는 것이다. 이에 조성아 대표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시대”라며 “여성이 써도 괜찮고, 남성도 써도 괜찮은 유니섹스 화장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타깃 성별을 정해 놓지 않은 제품들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외모의 가치가 변하며 남자들도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맨즈 뷰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쓸 수 있는 유니섹스 제품들까지 나오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며 한 발짝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보기를 바란다.


도움: 김주덕<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 교수
이현정<현정메이크업샵> 원장
조성아<씨에스에이코믹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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