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서요.” 도전하며 성장하는 인생 설계자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서요.” 도전하며 성장하는 인생 설계자
  • 변가영 기자
  • 승인 2024.03.04
  • 호수 1578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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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탐방 유튜브 채널 <전과자> 출연을 통해 세간의 주목을 받은 우리 학교 서울캠퍼스 신소재공학부 김현우 교수를 만났다.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학·석사, 세계 1위 공대 MIT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현재 신재료 합성과 가스 센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를 만나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범한 아이에서 재료공학 전문가까지
유년 시절을 평범한 아이로 회상한 김 교수. “그저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많이 읽곤 했어요.” 그는 쉬운 동화책부터 시작해 소설, 위인전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섭렵하며 외교관, 기술자, 역사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꿈을 품었다. 고등학교 시절, 국내 중화학공업 수출이 활발해지는 것을 지켜보던 김 교수. “저도 중화학공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에 김 교수는 금속공학과에 진학했고 과 수석까지 차지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당시엔 공부 외엔 특별히 할 일이 없었어요. 수업이 끝나면 자주 도서관을 찾곤 했죠.” 그는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문학연구회와 농구동아리에서 짧은 추억을 쌓았지만, 2학년부턴 전공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동아리 활동을 그만뒀다. “지금 돌아보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던 그때의 기회를 더 즐겼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당시엔 하루하루가 바쁘게 느껴져서 당면한 과제가 언제쯤 끝나는지만 생각하곤 했거든요.”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학사를 마친 김 교수의 대학원 진학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땐 과학원(현재 카이스트) 및 대학원 진학 시 병역 특례가 있었어요.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그의 열정은 서울대학교 석사 과정에 이어 박사 과정을 향했다. 박사 과정은 해외 진출이 의례였지만, 대학에 문의하기도 까다로웠던 시절이었다. 그는 “인생을 계획할 자료조차 부족했어요. 나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도 알기 어려운 환경이었죠.”라 말했다. 유학에 욕심이 생긴 김 교수는 재료공학 분야가 우수한 대학에 원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 세계 1위인   MIT 공과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유학길에 오른 김 교수에겐 예상치 못한 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난해한 과목들이 있었어요. 무슨 얘기인지 하나도 모르는데, 다 알고 있다는 전제로 수업이 진행돼서 힘들었어요.” 특히 ‘Solid-state physics(고체 물리)’와 ‘Kinetics’ 두 과목이 가장 벅찼단 김 교수는 “처음 수강할 땐 재수강을 바라며 버텨야 했죠.”라 회상했다.

타지에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친 김 교수. 그의 첫 직업은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연구원이었다. “처음엔 회사에서 성공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막상 그 분야에 진입해보니 쉽지 않더군요. 사회생활은 공부와 달랐어요.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성과가 안 나왔어요.” 그가 있던 연구소에선 여러 사람을 이끌 출중한 관리 능력이 있어야만 승진이 가능했다. “제겐 그 부분이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결국 퇴사를 결정했지만, 유학 시절 회사로부터 받은 돈을 반환해야 해서 무척 괴로웠죠.”라 덧붙였다.
 

                                       ▲김 교수가 해외대학 강연에서 수상한 모습이다.
                                       ▲김 교수가 해외대학 강연에서 수상한 모습이다.

신소재를 사랑한 김 교수
연구소 퇴사를 고려하던 시기, 김 교수는 우연히 교수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인하대 신소재공학과에 교수로 부임했다. 교수 생활에 적응했을 무렵, 안식년에 다녀온 해외 연구로 지친 그에게, 어느 날 새로운 전환점이 찾아왔다. “한양대학교에서 오지 않겠느냐는 전화가 왔어요.” 그는 “제가 원하는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해서 한양대학교 교수가 됐어요. 때마침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죠.”라 말했다.

그리하여 김 교수는 2011년부터 13년 동안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에서 활동해왔다. 신소재공학부는 다양한 소재의 합성과 응용에 대해 배우는 전공이다. “최근 과학·기술 문제는 근본적으로 신소재에서 일어난 문제예요. 궁극적으로는 다 소재 문제로 귀결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김 교수가 생각하기에 신소재공학부와 어울리는 대상은 자신과 닮아있는 학생들이다. “화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고요. 하나의 소재에 집중해 연구해야 하다 보니 신중하고 꼼꼼한 성향인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어서 그는 전공 특성상 빈번한 실험과 연구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와 정확성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거두는 한편, 센서 관련 기술 회사를 창업하기도 한 그는 10년 전부터 가스 센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가스 센서 전에는 나노 소재 합성에 주력했어요. 이때 다양한 응용처를 탐색하다 보니 응용이 잘 되는 가스 센서를 만나게 됐죠.”라 말했다. 가스 센서 연구실의 연구 결과는 현실 세계 곳곳에 적용된다. “일산화탄소 센서는 보일러와 같은 장소의 일산화탄소 농도를 감지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요. 수소 센서는 수소 자동차의 수소 누출 시 폭발 등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죠. 이러한 센서들은 질병과 관련된 가스 농도 감지에도 활용되고요.”

                                       ▲김 교수가 유튜브 전과자 채널에 출연한 모습이다.


한편, 김 교수는 지난해 유튜브 <전과자> 채널 한양대 신소재공학과 편에 출연으로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외부에서도 인사를 하시는 분이 있어요.” 촬영 당시 그는 안부를 묻는 인사에 ‘상황이 좋지 않다’는 파격적인 대답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던 이유를 묻자 그는 “당시엔 다양한 어려운 상황들이 겹쳐서 매우 힘들었던 이유가 있었어요.”라며 운을 뗐다. “학부장으로서 업무도 상당히 많았고, 와중에 연구도 해야 했어요. 연구를 수행하려면 필연적으로 연구비가 있어야 해요. 그러나 연구비를 조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지난해에 이어 같은 채널에서 올해 1월 진행한 <교수님 Q&A> 편에도 출연해 또 한 번 솔직함으로 웃음을 준 그는 “지금은 출연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어요.”라며 안도한 표정을 보였다. 이어서 교수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언제냐는 물음에, 그는 “주위에 있는 학생이나 제가 조금씩 인생을 알아가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뿌듯해요.”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주체적으로 인생을 설계하라
김 교수는 한양대학교 학생들에게 ‘자기 인생을 계획하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강조했다. 그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방황하는 순간이 찾아와요. 그러니까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분야에서 성장하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싶은지 등을 고민하며 자기 인생에 대한 비전을 그려보세요.”라 말했다. 이에 더해 자기 인식과 목표를 바탕으로 향후의 선택과 행동을 결정할 힘을 얻으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또다시 ‘상황이 좋지 않은’ 근황을 언급했다. “위기는 늘 있지만, 역시나 어려운 시기예요. 올해는 여러 가지 할 일을 잘 완수하는 게 목표예요.” 올해의 고비를 넘겨서 김 교수의 걱정거리가 해결되고  상황이 나아지기를 응원한다.

사진제공 : 김현우 <공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ootb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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