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청약통장과 2%대 주택담보대출, 웃지 못하는 청년들
청년 청약통장과 2%대 주택담보대출, 웃지 못하는 청년들
  • 김경미 기자
  • 승인 2023.12.04
  • 호수 1575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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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에서 신설된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으로 바뀌면서 여러 조건들이 바뀐 것입니다.

오는 2025년부터 청년 내집마련 대책인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과 ‘청년주택드림대출’이 시행될 예정이다. 청년들의 자금과 주택 마련을 지원해 결혼과 출산 기피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간단 취지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들이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단 비판과 함께 여러 미흡한 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년 내집마련 대책을 위한 정부의 노력
정부는 높은 금리의 청약통장과 저리의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당 정책을 통해 1년간 청약통장에 가입한 무주택 청년들은 청약 당첨 시 분양가의 80%까지 연 2%대의 저금리로 최장 40년 동안 장기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기존 시행되던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 종합저축’에서 △금리 △납부한도 △연소득 등의 가입 요건과 혜택이 보완돼 신설된 상품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청년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겠단 것이다. 청약통장과 전용대출을 연계해 자산형성을 지원하고 전 생애주기에 걸쳐 구입 부담을 낮춤으로써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이다. 이은형<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자산형성 기회가 부족한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약 제도와 대출 상품을 연계한 정책”이라며 “출생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등이 현안문제로 자리 잡은 현 시점에서 주거 문제와 미래계획을 연결시킬 수 있는 매우 참신한 정책 시도”라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단 비판
하지만 이같은 정책은 △적은 수혜대상 △가계 대출 악화 △금전적 부담이란 점에서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단 비판에 직면했다. 우선 정책의 적용범위가 좁아 실질적으로 청년들이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있다. 정책의 수혜 대상지역이 분양가 6억 원 이하에 전용면적 85㎡ 이하로 제한된단 점에서 서울을 비롯한 일부 수도권에선 정책 효과가 제한된단 것이다. 서지용<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방을 벗어나 서울로 올라오는 청년들이 많아 수도권 주택 물량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로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서울에선 대출 요건을 충족하는 분양가 6억 원 이하 아파트 물량이 많지 않아 정책의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가계부채를 악화할 것이란 비판도 존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20대 가계대출 증가의 주원인인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년 같은 달 대비 2배 이상 늘며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이처럼 청년층의 가계대출 연체율과 주담대 연체율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통해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이들의 가계 빚을 부추길 수 있단 것이다. 임 교수는 “가계대출이 최고 수준에 다다른 현재, 내집마련을 위해 대출부터 하게 하는 정책은 청년층에게 부담만 될 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청년들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더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최대한도의 금액으로 납입한 횟수가 많아야 당첨되기 유리한 청약 제도의 특성상 최대한도가 기존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상향되면서 청년들의 부담이 증가했단 것이다. 청년 A씨는 “사회초년생의 경우엔 직장이 있어도 월급이 200만 원 정도인데, 그중 반을 청약통장에 넣어야만 당첨 확률이 올라간다”며 “월세와 생활비, 적금 등 고정비용만 해도 100만 원이 넘는데 청약통장에만 한 달에 100만 원을 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해당 청약통장에 가입할 수 있는 청년층의 세전 임금은 월평균 250만 원대로, 4대 보험금을 제하면 200만 원대 초반이다. 임재만<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당 제도가 시행될 경우 청년들이 소득의 30% 이상을 청약 통장에 저축하고 청약 당첨 후엔 본인 돈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며 “청년들의 가계에 더욱 부담을 줄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청년 내집마련 정책의 보완 필요성
전문가들은 청년 내집마련 대책에 대해 △청년 정책금융상품 조건 보완 △청년 대출에 대한 추가적인 관리 △부담가능한 수준의 주거 환경 조성 등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청년 청약통장과 연계된 주담대의 분양가 기준 설정을 지역별로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분양가 6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이라는 주담대의 대출 기준은 수도권에선 정책 효과가 다소 제한적이란 것이다. 박합수<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수도권의 주택 수요가 증가한 이상 주담대의 분양가 기준을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추후에 지역별로 기준금액선을 차등해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정책이 대출을 유도하는 구조이기에 청년층 빚에 대한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하단 의견도 있다. 현재 급증하고 있는 청년층의 가계부채가 향후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에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야 한단 것이다. 임 교수는 “가계대출이 최고 수준에 다다른 현재, 대출 축소가 매우 시급한 과제”라며 “집값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이 소득 대비 적정한 소비와 저축, 대출을 할 수 있게끔 기준을 재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소득 기반은 다른 연령에 비해 취약하므로 가계 대출 연체율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단 것이다. 또한 임 교수는 “청년들은 일정 기간 청약통장에 저축한 다음에야 대출을 실행해야 한다”며 “정부가 예금이자율과 대출이자율을 정책적으로 조정하고, 그 이차를 보전하는 방식의 지원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주거 안정성을 위해 청년들이 부담 가능한 주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주택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저렴하고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하면서 저축을 유도해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남근<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더욱 저렴한 가격에 주택이 청년들에게 공급돼 이들이 소득 대비 부담 가능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 또한 “청년층에게 공급할 공공주택의 수를 늘려 주택시장 안정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책이 청년들이 금융 기회를 활용해 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움: 김남근<법무법인 위민> 변호사
박합수<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서지용<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이은형<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임재만<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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