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지에 물든 에브리타임, 운영자는 응답하라
[사설] 음지에 물든 에브리타임, 운영자는 응답하라
  • 한대신문
  • 승인 2023.12.03
  • 호수 157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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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교별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현시점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생 대나무숲이지만, 익명성을 먹고 자라난 에타의 이면이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는 몇몇 학생들의 만행과 묵묵히 관망하는 에타 운영자의 합작이다. 에타에선 △사회질서 저해 △성적 도의관념 위반 △폭력성·잔혹성·혐오성 등 각종 악용·오용 행위를 이용규칙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실상은 유해 게시글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에타의 일부 이용자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으로 혐오와 외설을 서슴지 않는다. 우선 그들은 각종 게시판에서 △정치 △젠더 △학벌 등 사회적 갈등을 미끼 삼아 폄하와 멸시를 배설한다. ‘좋아요’ 개수에 따라 선정되는 ‘HOT 게시물’ 목록엔 특정 인물 비방과 성별 간 비하 발언이 오르내린다. 게다가 전국 대학 에타 내 각종 혐오 콘텐츠는 종종 ‘일간베스트’, ‘워마드’와 같은 외부의 편향된 커뮤니티에서 유입된단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최근에도 양캠퍼스 게시판에서 ‘여혐’ 세력과 ‘남혐’ 세력 간 폄훼가 연달아 이어졌다. 이에 더해 우리 학교 서울캠 게시판에선 주변 학교와의 서열 경쟁을 부추기는 한편, 학내에서도 단합은커녕 공대-상경-비상경 전공 간 서열을 나누고 서로 비방이 난무하니 전쟁터가 따로 없다. ‘비밀게시판’에선 성 파트너와 음란성 대화 상대를 구하는 글이 밤낮없이 올라오기까지 한다. 에타 게시판에서 글쓰기 버튼을 누르면 즉각 ‘커뮤니티 이용규칙’이 빼곡하게 펼쳐지지만, 공교롭게도 해당 경고문에 담긴 금지 행위들이 그들에겐 일상이다.

얼룩진 공론장을 운영진은 지켜만 보고 섰다. 몇 년째 지적 받아온 저질 게시물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운영진의 방치와 회피의 결과다. 에타 운영자들은 지난해부터 기존의 검열 기준인 신고 누적에서 AI 시스템 도입 및 직접 검토의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게시판의 분위기엔 변화의 진척이 없다. 이용 제한과 계정 해지 경고문에도 학생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은 실제로 제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까닭이다. 유해 게시물이 버젓이 도배되는데도 조치가 없으니 이제 에타는 각종 음지 커뮤니티의 유통 통로에 불과해졌다. 게시물 유출과 스팸 게시물에도 단순히 경고문만 등장할 뿐 거름망은 부실하다. 홍보도 없이 매년 흑자를 기록한단 에타는 쏟아지는 게시글을 방치하며 도리어 병든 게시판을 악용하는 주체가 아닌가.

에타가 전국 대학교의 영향력 있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변질된 에타에 정화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다. 에타는 보다 강력한 검열 시스템으로 위치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또한 대학 구성원은 언제까지 학교의 명예를 실추하는 익명 커뮤니티 속 혐오를 방치할 것인가. 그 책임은 결국 학생들도 피해 갈 수 없다. 학생 사회 또한 에타의 익명성에 숨기 이전에, 진정한 자정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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