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우리들의 렌즈
[독자위원회] 우리들의 렌즈
  • 유지혜<국문대 프랑스학과 20> 씨
  • 승인 2023.11.13
  • 호수 1574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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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을 듯한 색감, 양감, 시선을 이용한 영화 하면 이형적인 표현법을 사용해 당시 홍콩의 불안한 내면을 투영한 왕가위의 영화가 떠오른다.  그런데 지금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그 렌즈조차 읽어버린 사람들이 떠도는 폐쇄된 세트장 같다. △무자비한 일을 저지르는 범죄자 △보호되지 않는 환경 △한낱 엑스트라인 듯 죽어가는 사람으로 가득한 전쟁.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우리 삶에 내려앉는 천사는 영화에도 현실에도 분명 존재한다. 그 현장을 취재한 이번 신문을 보며 느낀 점을 나누고자 한다.

1면부터 시작된 회계 논란 기사는 착잡한 마음과 함께 이런 일이 지난해에도 있었다는 데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때를 가리지 않고 여러 학과, 단과대에서 돈과 관련된 사건이 들려옴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구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단 점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사에 반복적으로 쓰인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란 단어가 허망하게 느껴졌다. 매년 한대신문은 이런 사건을 가감 없이 알리지만, 학생들의 의식 변화 없이는 또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2면의 라운지에 대한 기사가 인상 깊다. 직접 이용해보면 대화하기 민망할 만큼 조용하다. 요즘은 규칙에 민감해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도 따로 지정될 정도이다. 정확한 지침이 없다면 쉬이 말을 꺼내기 어렵다. 모두가 내심 불편해하고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기사로 잘 풀어내 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점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던 주제를 작게나마 알 수 있었다. 기사를 접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내용이었지만, 앞으로 11월 4일이 오면 한글 점자의 날을 떠올릴 것 같다.

학교 건물을 돌아다니다 보면 텅 빈 교실에 냉난방이 돌아가고 불이 켜진 채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지는 냉난방 조절기 혹은 전등 스위치 위에 붙여진 작은 종이 카드뿐이다. 온실가스 문제는 한두 해 전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지만 학교 측이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건 본 적이 없다. 3면의 기사에서 문제 제기와 변화의 움직임에 대한 내용 자체는 위기의식 재고 차원에서 좋았다. 그러나 결론 중 ‘구성원 인식 부족과 문제 개선’ 부분은 자세한 내용 없이 노력이란 말로 뭉뚱그린 점이 아쉽다.

4면은 요즘 화제인 내용이 차지했다. 브랜딩은 예전부터 강세였지만 요즘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대학까지도 브랜딩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단 게 씁쓸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이치라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진 동물 외교는 푸바오 같은 친숙한 대상과 그 이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사였다.

신문은 독자가 관심 없던 소식을 접하게 하고, 한 주제로 다양한 생각을 유도하기도 하며, 가슴 울리는 우리네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담백함이 특징인 신문만의 글은 맨 마음이 전달돼서 매력적이다. 기자의 시선이 닿는 곳에 독자도 동행할 수 있다. 기자의 글을 통해 독자는 그 너머를 상상하며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한대신문이 됐으면 한다. 한대신문의 고된 취재 열정을 조용히 응원하고 있던 나의 글이 여러분 열정에 보탬이 됐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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