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만에 간편하게, ‘빚’내는 청년들
1분 만에 간편하게, ‘빚’내는 청년들
  • 김경미 기자
  • 승인 2023.11.13
  • 호수 1574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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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신청부터 승인까지 평균 소요 시간 60초. 소위 ‘비상금 대출’이라고도 불리는 소액 대출은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최근 소액 대출로 인한 청년들의 채무 상황과 그에 따른 피해의 심각성이 대두된다.

소액 대출은 기존 은행의 대출과는 달리 절차가 간편하며 모바일로도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은행에선 지점에서 각종 서류를 작성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반면, 소액 대출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복잡한 절차 없이 본인 인증만으로 최대 5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액 대출은 저신용자도 모바일로 쉽게 이용할 수 있어 특히 청년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소액 대출 상품을 이용해봤단 A씨는 “생계비로 인해 급하게 돈이 필요해 소액 대출을 신청하게 됐다”며 “일반 신용대출은 신용등급 심사도 있고 제출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아 이용하기가 까다로운데, 소액 대출은 휴대전화로 클릭 몇 번만 하면 금방 된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직장이 없는 청년층은 기존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다 보니 소액 대출 상품에 눈길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소액 대출로 인한 청년층의 채무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8월 인터넷 전문은행 3곳에 따르면, 소액 대출 연체액 가운데 20·30세대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주세연<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센터장은 “채무 고민을 가진 청년들을 상담한 결과, 최근 2030 중심으로 채무액과 연체액이 크게 증가하며 청년 부채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소액 대출에 취약한 이유는 △취업난으로 인한 지급 능력 부족 △상품에 대한 인지 부족 △부적합한 상품의 포털사이트 노출 때문이다. 청년들은 취업이 지체되면서 생활비, 주거비 등 고정비용으로 인해 추가로 소액을 대출받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소액 대출을 이용 중인 B씨는 “안정적인 수입이 없어 대출액을 상환하지 못했다”며 “연체액이 늘다 보니 신용도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미루<KDI 국채연구팀> 연구위원은 “청년층의 경우 고용 상태 등이 불안하기 때문에 한 번 연체가 되기 시작하면 이자는 계속 늘어나고 이를 갚지 못해 다른 데서 돈을 빌리는 과정을 통해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원금 상환은커녕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또한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한 소액 대출 사례가 증가하면서 청년들은 해당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용하고 있다. 주 센터장은 “소액 대출의 증가와 비대면 대출의 용이성으로 인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소액 대출 이용자가 급히 늘었다”며 “기존 은행 지점에선 소비자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중심으로 상품을 설명하고 있지만, 모바일에선 과정이 간소화되고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아 청년들이 상품 내용을 인지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포털사이트의 상단에 노출되는 무분별한 소액 대출 상품은 청년들의 소비 습관 및 대출 인식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년들이 소액 대출을 위해 접속하는 포털사이트에 고금리의 제2금융권 상품이 정부 주도의 저금리 상품보다 노출 빈도가 높아 합리적인 선택이 어렵단 것이다. 주 센터장은 “청년들을 대출로 유인하는 데엔 시장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포털사이트의 책임도 있다”며 “금융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생애 첫 대출을 이런 방식으로 접하게 됐을 때 이후 소비 습관과 대출에 대한 인식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액 대출이 야기하는 청년들의 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사 기준 강화와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우선 금융사들이 소액 대출 심사를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시행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서민금융 상품이 단순 공급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청년 저신용자들의 채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선 최소한의 대출 기준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단 것이다. 이정환<경금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권에선 소액 대출 상품의 심사를 강화하고 조건을 둬야 할 것”이라며 “이후 연체액이 늘어 신용도를 회복할 수 없는 청년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청년의 재기를 지원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청년들의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을 마련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백주선<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정책이사는 “현재 청년 구제 제도의 구조는 주거비나 생계비를 지원하는 대신 주거비 대출과 생계비 대출을 통해 청년들이 대출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게끔 만들고 있다”며 “청년들이 구직 기간을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보편적 기본소득을 확대하거나 고용보험 가입과 실업급여 인정 기준을 완화해 경제적 압박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을 빚더미로 내모는 소액 대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제도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모색하길 바란다.


도움: 김미루<KDI 국채연구팀> 연구위원
백주선<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정책이사
이정환<경금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주세연<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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