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지원율 역대 최저, 절실한 초급 간부 처우 개선
ROTC 지원율 역대 최저, 절실한 초급 간부 처우 개선
  • 이지원 기자
  • 승인 2023.11.13
  • 호수 1574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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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생들의 학군사관(ROTC) 복무 기피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초급 간부 처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낮은 임금 △열악한 복무 환경 △취업 부담 등으로 인해 장교 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장교 근무 현장과 현역 및 전역 장교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OTC는 대학 재학생 중 일정 인원을 선발해 재학 기간동안 군사학 관련 과목을 이수한 후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복무하는 제도다. 특히 ROTC로 선발된 장교들은 전방 경계를 담당하는 초급 장교의 70%를 차지하고 있단 점에서 ‘초급 간부의 중추’라 불리는 만큼 그 중요성이 대두된다. 하지만 오늘날 ROTC는 모집난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엔 4.8대 1이었던 경쟁률이 점점 낮아져 지난해엔 2.4대 1로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올해 1.6대 1까지 하락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청년들의 초급 장교 복무 기피 이유는
청년들은 장교 복무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낮은 급여 △열악한 복무 환경 △취업시장에서의 불리함을 지목했다. 우선 일반 병사의 급여가 꾸준히 큰 폭으로 인상되는 반면, 초급 간부의 급여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올해 병장 월급은 지난해 67만 원에서 49% 상승한 100만 원이며, 국방부 방침에 따라 오는 2025년엔 150만 원으로 올라 부대 지원금까지 포함하면 200만 원이 될 예정이다. 반면 초급 장교 급여 인상률은 병장 급여 인상 폭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올해 초급 장교 월급은 지난해보다 3만 원 정도 오른 1.7% 인상에 그쳤고, 실제 ROTC로 임관한 초급장교(1호봉) 월급은 178만 원이다. 현 ROTC 후보생 A씨는 “임관 후 급여 문제가 가장 걱정된다”며 “2년 4개월 동안 다른 수입 없이 월급에 의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엔 어려움이 존재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근무 강도에 비해 당직수당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현직 장교로 근무 중인 B씨는 “밤을 새가며 100여 명의 인원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노력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단 느낌을 받는다”며 “적어도 최저시급에 준하는 당직비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간부들은 근무 시간에 관계없이 평일 1만 원, 주말 2만 원의 당직 수당을 받고 있는데, 노동 강도에 비해 보상이 매우 부족하단 것이다.

군복무 스트레스와 우울감 등에 쉽게 노출되는 초급 간부의 복무 환경 또한 문제다. 초급 간부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의 나이로 병사에 대한 지휘 책임이 있는 동시에 상급자로부터 상명하복과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이중적인 지위다. B씨는 “이전보다 ‘마음의 편지’의 위력이 커져서, 병사들이 적은 종이 한 장이면 상부에게 징계를 받는 건 식은 죽 먹기”라며 “병사들을 가르치고 교육해야 하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야 할지가 어렵고 눈치를 보게 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초급 간부는 25명에 달할 정도로 이들의 심리적 불안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ROTC 활동 기간동안 취업 준비가 불리한 여건과 더불어 긴 복무 기간 또한 지원을 꺼리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ROTC 후보생들은 대학생 신분임에도 학기 중에 주기적으로 교육·훈련에 참여한다. 이에 △교환학생 △아르바이트 △인턴십 등이 제한돼 재학 동안 취업 준비에 제약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ROTC 복무 기간은 육군 기준 26개월로, 일반 병사에 비해 약 8개월이나 길다. 이에 비슷한 연령의 청년들에 비해 취업 준비 기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A씨는 “3학년부터 방학마다 기초군사훈련을 나가야 해서 계절학기 수강이 불가능하고, 휴학 역시 특수한 사유가 아니면 할 수 없다”며 “학교에 다닐 땐 시간이 없고, 전역하면 20대 중반이라 현실적으로 다른 학우들에 비해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초급 간부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일 국방부 장관은 특수지 근무수당과 당직근무비 인상 등의 처우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임금 및 복지 개선과 전역 장교 지원 제도 확충을 통해 초급 간부의 복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선 현재 불거지는 임금과 복지 문제에 대해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 병사 임금이 오르는 속도에 맞춰 간부 임금 역시 비슷한 속도로 상승해야 한단 것이다. 김형남<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주택수당과 당직비 등 직업군인의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의 상당수가 무산되거나 삭감되었다”며 “군의 근간을 바로잡기 위해선 일반 병사 월급도 중요하지만 간부 월급 역시 함께 신경써야 할 문제”라 설명했다.

전역한 초급 간부 지원 제도 역시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난 5월 ROTC 중앙회에서 예비역 학군장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선 복무기간 축소(35.5%)와 취업 연계(37%)가 필요하단 답변이 많았다. 김동형<국가보훈처 서울제대군인지원센터 기업협력팀> 팀장은 “초급 간부들은 △당직근무 △일과 △훈련 등의 바쁜 업무로 인해 취업을 준비할 시간이 모자라다”며 “전역 장교 채용 확대를 통해 초급 간부의 전역 후 취업 보장 제도가 확충돼야 부담없이 초급 간부에 지원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 전했다.

초급 간부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군의 중추인 ROTC 지원율이 다시금 회복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움: 김동형<국가보훈처 서울제대군인지원센터 기업협력팀> 팀장
김형남<군인권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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