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돈 전부 가짜였다, 로맨스 스캠
사랑과 돈 전부 가짜였다, 로맨스 스캠
  • 이정윤 기자
  • 승인 2023.11.13
  • 호수 1574
  • 4면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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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너는 예쁘고 아름다워, 우리 연락하며 친해지는 건 어때?” 이성 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A씨는 데이팅 앱에서 미모의 외국인을 만났다. 둘은 일상 이야기를 하며 이성 관계로 발전했다. 이후 외국인은 여러 이유로 A씨에게 금전을 요구했지만, 돈을 보내지 않자 잠적했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로맨스 스캠의 한 사례다.

로맨스 스캠이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Romance)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Scam)의 합성어로, SNS나 어플상에서 이성적 관심을 가장해 돈을 갈취하는 사기를 말한다. 이런 로맨스 스캠은 최근 피해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엔 피해액이 3억 2천만 원에서 2022년 39억 6천만 원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로맨스 스캠 피해가 늘어난 배경엔 데이팅 앱의 유행이 있다. 코로나 19로 이성을 만날 기회가 줄자, 젊은 세대는 데이팅 앱이나 SNS에서 이성을 찾기 시작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SNS, 데이팅 어플의 발달로 모르는 사람과의 소통이 쉬워져 로맨스 스캠 범죄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 이성을 찾는 이들이 표적이 된 것이다.

로맨스 스캠은 전형적인 패턴을 따른다. 처음에 피싱범은 매력적인 이성의 얼굴로 친근하게 접근한다. 이후 상대방의 호감을 통해 친분을 쌓고, 형성된 관계를 이용해 사업 투자금이나 코인 투자 등을 명목으로 소액부터 요구하는 식이다. 피해자 B씨는 “채팅 어플을 통해 친해진 이성이 사업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관계지속을 위해 돈을 보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C씨는 “SNS에서 친해진 이성이 가상화폐에 투자해준다고 하여 돈을 보내줬는데 처음엔 수익이 났다고 돈을 돌려줘 믿고 더 큰 금액을 줬다”고 피해 사실을 전했다.

로맨스 스캠은 이성에 대한 호감으로 형성된 관계를 악용한다. 윤상연<경상국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로맨스 스캠에선 이성에 대한 호감을 이용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관계 내부의 당사자는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상대방과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판단력이 흐려져 피싱을 당하는 것이다.

또한 이미 지불한 금액이라도 복구하겠단 심리로 인해 계속해서 돈을 보내게 된다. 피싱범은 추가로 투자해야 수익을 볼 수 있다거나 돈을 보내지 않으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고 피해자를 협박한다.  윤 교수는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는 게 맞지만 매몰비용으로 인해 심적으로 계속해서 투자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해자 C씨는 “원금 투자 후 추가적으로 비트코인을 투자하지 않으면 원금의 일부가 차감되는 패널티 규정이 있어서 계속 돈을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맨스 스캠의 피해자를 구제할 방안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로맨스 스캠은 「전자통신금융사기 특별법」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일반 피싱 범죄처럼 긴급 계좌지급정지 신청이 불가능하다. 또한 피싱범은 주로 해외에서 활동해 처벌도 쉽지 않다. 이 소장은 “대부분 범행에 사용한 휴대폰, 통장 주인이 외국인이라 소환 자체가 어려워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로맨스 스캠에 당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소장은 “친분을 쌓으려는 과정에서 자신의 재력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음을 자랑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팔로우보다 팔로잉 많은 계정은 의심하고 도용된 사진인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만난 적 없는 사람의 금전적인 요구는 경계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엔 로맨스 스캠에 대해 “그런 사기에 누가 속냐, 속은 사람이 바보 아니냐”처럼 피해자의 잘못으로 미루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범죄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피해 또한 늘어나고 있다. 피해자를 향한 비난보단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형성에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윤상연<경상국립대 심리학과> 교수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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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 2023-12-04 15:37:53
저런...

조재현 2023-11-17 20:56:25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