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운위 의결 없던 공동성명 참여, 비대위원장의 독단적 행동 지적돼
중운위 의결 없던 공동성명 참여, 비대위원장의 독단적 행동 지적돼
  • 김정원 기자
  • 승인 2023.11.13
  • 호수 1574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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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캠퍼스 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공동행동 성명에 참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11개 대학 학생회가 참여한 ‘R&D 예산 삭감 대응을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 성명문’에 서명한 것이다. 전 비대위원장은 해당 사안이 학칙에 위반되는 행위였음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 서울캠 비대위가 참여한 ‘R&D 예산 삭감 대응을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 성명문’이다.
▲ 서울캠 비대위가 참여한 ‘R&D 예산 삭감 대응을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 성명문’이다.

성명문엔 정부의 연구개발(이하 R&D) 예산 삭감 결정(본지 1571호 03면)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예산 삭감 결정이 대학의 연구활동 및 인재 양성 위축을 초래할 수 있기에 삭감된 R&D 예산안 백지화와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 공동성명에 참여한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공식 SNS를 통해 성명문을 잇따라 발표했다. 서울캠 또한 성명문의 하단에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란 지위로 성명에 참여했다.

문제는 이번 연서명 참여가 중운위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에 학칙상 위배된 행위였단 것이다. 총학생회칙 제1장 제5조(연대활동)에 따르면, 총학이 타 기구 단체와 연대하는 서명을 진행하기 위해선 중운위의 사전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 공동행동 참여는 중운위와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비대위원장의 자의적 판단으로 진행됐다. 전 비대위원장 이재운<공대 자원환경공학과 15> 씨는 “성명문을 작성할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동행동을 위한 대표자 회의에 참여하지 못해 성명문의 자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다”면서도 “주요 대학들이 다수 참여했기에 신뢰할 수 있는 단체라고만 생각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중운위 위원들은 이 전 비대위원장의 독단적 성명 참여가 유감스럽단 입장이다. 자연대 정학생회장 정유진<자연대 물리학과 20> 씨는 “어떤 합의도 없이 개인적인 의사만으로 학교를 대표하는 것은 명의 도용에 해당한다”며 “성명의 내용이 옳고 그름을 떠나 행위 자체가 충분히 비판받을 사안”이라 지적했다. 아울러 해당 공동행동 성명문이 정치적 내용을 담고 있기에 더욱 중운위의 의결을 거쳤어야 한단 목소리도 존재했다. 생활대 정학생회장 남호진<생활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21> 씨는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성명문의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총학의 지위로 성명한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중운위에서 사전에 단체의 목적과 내용에 관해 상세히 보고하고 논의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운위원들 다수가 내용 파악도 미흡히 한 채 연서명에 참여한 이 전 비대위원장의 경솔한 행태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 전 비대위원장은 앞으로의 행보에 신중함을 기하겠단 입장이다. 이 전 비대위원장은 “총학생회칙을 가장 잘 지켜야 할 위치에서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점에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연대 활동의 참여에 관한 학칙상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벌어진 일에 스스로의 불찰을 인지하고 깊은 반성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 학교의 R&D 예산 삭감 대응 연대활동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언론사와 타 대학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명문이 게시된 현 시점에서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단 것이다. 정 씨는 “정정보도나 삭제를 요청하는 것도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면 참여할 만한 회의이기에 유지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공식화된 R&D 예산 삭감 대응 공동행동의 귀추가 주목되는 한편, 학생 대표자의 독단적인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깊은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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