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게시판’ 설치 논의 중단
‘대자보 게시판’ 설치 논의 중단
  • 강나은 기자
  • 승인 2023.11.13
  • 호수 1574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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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캠퍼스의 대자보 게시 공간 신설 논의가 중단됐다.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의 의결에 따라 대자보 게시판 신설 논의가 진행됐지만, 게시판 관리 및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 문제로 인해 중단된 것이다.

현재 ERICA캠에선 대자보 게시를 위해 학생지원팀 혹은 단과대 행정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ERICA캠퍼스 야외 게시물에 대한 운영내규’에 따르면 △게시 기간을 지키지 않은 경우 △게시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 △게시 승인 인장이 없는 경우 관재팀에서 게시물을 임의 철거할 수 있다. 김동환<학생처 학생지원팀> 팀장은 “학교에선 내규에 따라 각종 게시물의 게시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며 “특정 구성원의 개인적 의견이나 사적인 이익 추구를 위한 홍보물은 불허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자보 게시 과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사전 승인 절차로 인해 학교에서 대자보 게시에 지나치게 개입한단 것이다. 현재 학생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쪽문 등엔 대자보를 자유롭게 게시할 수 없다. 실제 지난 8월 학교에 대자보를 게시한 김우경<공학대 교통물류공학과 20> 씨는 “학교 측에서 대자보 내용을 확인한 후 이에 대한 게시를 허가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 승인 없이 대자보를 게시했다”며 “결국 대자보 게시 당일 이를 철거했고 이와 관련해 도움을 얻기 위해 인권센터에 문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울캠퍼스의 경우 애지문 등 일부 공간에선 별도의 승인 없이 대자보를 게시할 수 있다. 서울캠 학생지원팀 관계자 A씨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학생 자치 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는 선에서 대자보 게시를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공간이 부족한 점 또한 지적됐다. 김병준<학생인재개발처 인권센터> 교수는 “대자보는 대학 문화 중 하나인데 부족한 게시 공간으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교내엔 게시판이 다수 있지만 학생들이 대자보를 부착하는 등 의견을 개진할 공간은 부족하다.

이에 중운위는 지난 9월 대자보를 게시할 수 있는 공간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과기대 정학생회장 이해진<과기대 해양융합공학과 21> 씨는 “대자보는 사회의 주요 이슈를 토론할 수 있는 장”이라며 “학생 문화와 학교 발전을 위해선 학생들의 의견 개진이 필수적”이라 전했다. 중운위에선 대자보 허용 게시판을 만든 후 최소한의 규정을 정해 자유롭게 대자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학교에 의견을 전달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관리 및 표현의 자유 허용 문제로 인해 논의는 잠정 중단됐다. 총학생회장 박세원<과기대 의약생명과학과 14> 씨는 “학교 측과의 논의에서 게시판 운영 책임 권한과 의견 개진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학교 측에선 교내 공식 게시판이 부족한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검토하고 있단 입장이다. 김 팀장은 “학생들의 수요가 많아질 경우 게시판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표현의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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