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청년 마약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청년 마약
  • 이승훈 기자
  • 승인 2023.11.13
  • 호수 1574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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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 젊은 세대에 무섭게 스며들고 있다. 입문용으로 불리는 대마초, 완벽한 마약으로 알려진 코카인 등 국내 유입 및 사용이 확인된 마약들은 물론이고 베노사이클리딘과 크라톰 등 간이시약 검사에도 걸리지 않는 신종 마약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 마약 투약을 일종의 놀이로 여기는 양상마저 확산되면서 마약의 늪에 빠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청년층 마약 현황
최근 마약 소비층이 확대되며 마약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전체 마약사범 중에서도 특히 청년층의 비율이 매해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하 마약사범이 전체의 59.8%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8년보다 무려 109% 급증한 수치이다. 이 중 10대는 2018년 143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5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마약류 사범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단 점은 분명 주목해야 할 위험 요소다.

 

마약 범죄의 원인
그렇다면 청년층 마약범죄의 증가 원인은 무엇일까. 그 이유로 전문가들은 거래 방식의 변화와 경각심 약화를 들었다. 이전에 비해 청년층이 마약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투여 행위에 대한 경각심은 줄어 청년층의 거리낌 없는 마약 투약이 늘고 있단 것이다.

우선 인터넷이 범죄 확산의 매개체가 됨에 따라 단속을 피해 온라인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마약범죄가 늘고 있다. 인터넷과 SNS를 이용해 마약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인터넷 활용 능력이 높은 청년층의 범죄 비율이 덩달아 증가하고 있단 것이다. 노성원<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존 오프라인에서 다크웹과 SNS 등 온라인으로 마약 거래 방식이 옮겨졌다”며 “기성세대보다 모바일 세상에 훨씬 친숙한 10·20세대가 마약을 손쉽게 구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마약 전과가 있는 마약사범뿐 아니라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던 일반인들도 점점 마약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약물의 다양성과 피해자는 날로 늘어가는 데 반해 ‘마약’이란 단어가 갖는 무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음식점에선 중독성을 강조하기 위해 음식 앞에 마약이란 단어를 붙이기도 하고, SNS상에선 마약의 한 종류인 코카인을 가사로 한 노래에 춤을 추는 ‘코카인 댄스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최진묵<마약중독 치료센터 인천 다르크> 센터장은 “해당 현상은 마약을 상품화하고 기분 좋은 것 혹은 맛있는 것으로 오인할 여지를 준다”며 “법적 제재가 불가능하기에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사용을 줄이고 마약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체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약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마약은 더 이상 우리와 먼 이야기가 아니다. 다양한 경로로 마약을 접한 이들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기자는 약물 중독과 싸우고 있는 청년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A씨는 지난 2019년 미국 유학 중에 마약을 처음 접했다. 대마에 대한 합법화·비범죄화가 이뤄진 미국에서 대마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기에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작은 대마 하나였지만 엑스터시, 필로폰 등 약물의 종류는 점점 늘어갔다. 함께 마약을 했던 이들은 극단적 선택을 해 아무도 그의 곁에 남아있지 않았으며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그는 마약을 끊지 못했다. 결국 A씨는 △공황장애 △무기력증 △식욕 부진 등을 겪다 경찰에 자수했다. A씨는 “수감 생활 이후에도 마약을 끊을 수가 없었다”며 “오히려 마약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폭만 늘어났을 뿐 감옥살이와 마약으로 연명하는 하루하루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민간 재활시설과 모임에 적극 참여하며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B씨는 생일파티에서 아는 형에게 필로폰을 처음 건네받았다. B씨는 “컨디션을 좋게 해주고 걱정거리를 없애주는 비타민인줄만 알았다”며 “필로폰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중독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마약을 건넨 형을 원망하는 것도 잠시 약이 주는 쾌락은 모든 것을 잊게 해주었고 그에게 남은 것은 징역과 9천만 원의 빚뿐이었다.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렇듯 늘어가는 약물 중독자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사회적 인프라와 재활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 중인 중독재활센터는 전국에 △대전 △부산 △서울 단 세 곳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간헐적 상담만이 이뤄지고 있다. 민간 영역으로 확대해 봐도 4곳의 주거형 재활시설이 있을 뿐이다. 더욱이 해당 시설들은 10대 청소년들이나 여성들은 이용할 수 없다는 점 등 제약 사항이 다분하다. 최 센터장은 “민간 재활센터의 경우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어 예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소액의 후원과 사비를 이용해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가 약물 중독자들의 재활과 치료를 위해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 주거형 재활시설의 확충과 전문적인 재활 시스템이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마약 전담 기관의 신설이나 마약 수사권의 회복 등 국가 차원의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마약 대응에 있어 △관리는 식약처 △처벌은 법무부 △치료 및 교육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등 역할이 분리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책임 소재가 불명확함은 물론,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 센터장은 “국가가 이제는 마약을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현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함과 더불어 조금씩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기에 5년, 10년 뒤엔 약물 중독자들이 적극적인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마약 그리고 청년들에게
중독자가 되기 위해 마약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마약 중독이라는 회전문에서 자신은 쉬이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마약 사용자들은 평생을 회전문 안에 갇혀 살아가게 된다. 약물 중독자들은 입을 모아 “이 정도면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며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는 마약에 청년들이 호기심조차 갖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약물 중독 청년들은 홀로 고통을 감내할 것이 아니라 사회로 나와 도움을 요청해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약물에서 벗어나는 것이 혼자의 의지만으론 불가능하기에 꼭 치료 공동체에 손을 내밀어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울타리 안에 들어갈 것을 제안한다. 최 센터장은 “단약(斷藥)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단지 평생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외부의 도움과 개인의 노력이 동반되는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를 이끌어 나갈 젊은 세대에 마약이 빠르게 퍼져가고 있단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도, 묵인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마약이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우리 사회를 좀먹기 전에 사회와 개개인의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 최진묵<마약중독 치료센터 인천 다르크> 센터장
노성원<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마약 상담 전화: 1899-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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