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험 4년차… 또다시 발생한 부정행위 원인은
비대면 시험 4년차… 또다시 발생한 부정행위 원인은
  • 김연우 기자
  • 승인 2023.11.13
  • 호수 1574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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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캠퍼스에서 중간고사 부정행위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23일 ‘4차산업혁명과데이터사이언스’ 수업의 중간고사를 치르던 중 일부 학생들이 챗GPT를 사용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학생들은 이번 시험에서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해당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논란이 된 ‘4차산업혁명과데이터사이언스’ 과목은 인문계 학생의 필수 교양으로 이번 학기 총 978명이 수강하는 대단위 강좌다. 평소엔 27개 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진행하지만, 중간고사는 비대면으로 여러 반을 묶어 동일한 시간에 진행했다. SW교육센터 주관 교양 교과목을 총괄하고 있는 최기환<교육혁신처 창의융합교육원> 교수는 “본 과목은 2020년 이후로 줄곧 비대면 시험 형태를 유지했으며 이번 학기도 유행하는 독감을 우려해 부득이하게 비대면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강의 별로 시험을 치르게 되면 각기 다른 시간에 시험을 치러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27개 반을 일부 합쳐 그룹을 나눠 동일한 시간에 응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시험 문제의 유출과 형평성을 위해 모든 수강생의 시험을 동일한 시간에 진행하기로 했단 것이다. 

그러나 해당 과목의 일부 시험에선 감독에 관한 의무 사항이 지켜지지 않아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매 학기 초 학교 측에서 배포하는 시험 관련 매뉴얼 중 ‘시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시험감독관 준수 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해당 규정의 4번에선 ‘학생 수가 100명 이상인 대단위 강좌의 경우 감독관 2명 이상이 감독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한 시험에선 감독관인 교수가 다른 수업을 진행하는 중이어서 실질적으로 감독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와 조교 각 한 명씩 감독관으로 참여했으나 실질적으로 감독관 역할을 수행한 것은 한 명뿐인 것이다. 해당 시험을 응시한 학생 A씨는 “교수님이 들어오시긴 했으나 다른 수업이 잡혀있어 집중적으로 감독할 수 없다고 했다”며 “수업을 진행하며 감독하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시 사항이 준수되지 않았음에도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으며 본인확인 절차도 진행되지 않은 것이 밝혀졌다. 우선 사전 안내한 △모니터 화면 △응시자의 얼굴 △응시자의 양손이 보여야 한다는 준수 사항이 지켜지지 않았음에도 시험 중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는 것이다.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 노윤지<언정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23> 씨는 “응시자의 얼굴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거나 시험 응시에 사용한 전자기기의 화면 밝기를 낮춰 화면이 보이지 않아도 감독관이 언급하지 않았다”며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적은 인원이 감독하다 보니 전부 보기도 어려웠을 것”이라 지적했다.

시험을 응시하는 사람과 수업 수강생이 동일 인물인지 대조하는 절차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본 과목 수강생 B씨는 “시험 감독이 줌을 통해 응시자의 옆모습만 보기 때문에 본인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이 경우 다른 사람이 대리로 시험을 응시해도 단속할 수 없었을 것”이라 비판했다. 

이 같은 비대면 시험 관련 부정행위는 비대면 수업이 시작된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본지 1509호 03면). 서울캠퍼스에도 비대면 시험을 진행하는 과목들에선 부정행위 문제가 지속적해서 제기된 바 있다. 한 과목을 수강한 C씨는 “기숙사 입구에서 모여서 시험을 보는 무리를 마주친 적이 있었다”며 “당시 이런 사례가 많이 나와 학생들 사이에서 온라인 강의 시험에 대한 감독이 강화돼야 한단 여론이 형성됐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번 부정행위 문제에 대해 교강사의 고유한 권리라 관여하기 어렵단 입장을 보였다. ERICA캠 학사운영팀 관계자 D씨는 “행정팀 차원에선 매뉴얼을 배포하고 사후 조치를 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시험 진행 상황은 교강사의 고유 권한으로 간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부정행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비대면 시험에 대한 학교 측의 방지 대책이 명확히 규정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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