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 부실, 끊이질 않는 악순환의 고리
회계·감사 부실, 끊이질 않는 악순환의 고리
  • 한대신문
  • 승인 2023.10.30
  • 호수 1573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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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캠퍼스 학생기구들의 부정 및 부실 회계 의혹과 미흡한 감사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기구들의 반복된 회계 처리 문제에도 제대로 된 징계는 부재할 뿐 더러 이를 감사하는 기구 조차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앞으로의 학생사회가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학생기구의 회계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캠퍼스에선 1학기 총학생회(이하 총학) 중앙집행위원회의 회계 및 예산 편성 부실 의혹이 발생해 지난달 중앙감사위원회가 소집됐다. 이러한 문제는 총학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예체대 학생회의 횡령 및 배임 △한 중앙동아리의 공금 횡령 의혹 △사범대 학생회의 결산안 임의 조작 등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ERICA캠퍼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3학기 동안 부실한 학생회비 사용 내역 증명으로 적발된 단과대 및 학과 학생회는 학기당 10개에 달한다. 이렇듯 학생기구들의 회계 문제는 학생사회 안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회계 논란의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 고 있다. 지난해 서울캠에서 학생회비를 무단으로 사용한 관광학부의 회계 담당자는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규정이 없단 이유만으로 학생회비를 무단 사용한 건에 징계가 내려지지 않는 것은 학생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일 뿐이다. ERICA캠에선 중앙감사위원회(전 소통 학생위원회)에서 감사한 단과대 및 학과 학생회의 학생회비 관련 문제에 대해 구두 경고만 내려졌다. 또한 총동아리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재무행정국이 46개의 중앙동아리를 감사한 결과 그 중 26곳이 부실한 자료를 제출했지만, 그 중 2곳만 권고 조치를 받았다. 징계가 필요한 사안에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감사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듯 문제가 있는 기구에 충분한 징계가 없다면 학생기구가 사안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리 만무하다.

이젠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그럼에도 학생 대표자들은 그 심각성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끊임없는 논란에도 학생사회의 최고 집행기구인 총학은 아직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제도를 정비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1월엔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총학은 정상적인 회계 처리 방식을 학생기구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금운영대표자 연석회의’를 계획했지만, 이는 타 업무로 인해 바쁘다는 점과 대표자들을 모을 강제성이 없단 이유로 무산됐다. 개선 의지가 있다면 회계의 투명성과 확실한 처벌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관심 부재 아래 반복된 회계 부실 사태엔 학생기구의 오만한 믿음이 엿보인다. 제대로 일 처리를 하지 않아도 처벌과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란 믿음. 똑같은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 학생기구와 감사기구는 보다 깊은 책임 의식을 갖고 부실한 회계의 문제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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