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톤 온실가스에 움직이기 시작한 대학들
40만 톤 온실가스에 움직이기 시작한 대학들
  • 강나은 기자
  • 승인 2023.10.30
  • 호수 1573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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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해지는 서울권 대학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대학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서 발표한 「2021년 에너지다소비건물 에너지사용량 순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아파트를 제외하고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한 건물 1위는 서울대였으며 △연세대(17위) △고려대(18위) △한양대(25위)가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학들과 환경부에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더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원인은
현재 서울권 대학에선 산업체에 버금가는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서울권 대학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약 40만 톤이며, 지난해 이들에게서 발생한 전기요금은 1천억 원에 달했다. 민배현<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이 타 기업에 비해 저렴한 교육기관 특성상 전기 사용량이 매우 많은 것이 문제”라 설명했다. 우리 학교 서울캠퍼스 또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캠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만 *tCO2eq이며 이는 약 4천 세대의 아파트 대단지가 1년간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배출 원인으로 각종 연구 활동과 무분별한 냉난방으로 인한 에너지 과도 사용이 지적됐다. 특히 대학 내에서 이뤄지는 각종 연구 활동이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 원인이다. 실제 서울대에서 발표한 ‘2022 그린레포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단위 면적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단위는 △공대연구소 △약학대학 △수의과대학 △자연과학대학 순이었다. 연구 활동이 활발한 단위일수록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많은 것이다. 이상훈<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대학엔 전기 사용이 필수적인 연구 기반 시설이 많아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게 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우리 학교 공대 실험실에서도 연구 진행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김지용<관리처 시설팀> 과장은 “실험에 적합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냉난방 및 수많은 실험장비가 가동되고 있어 비교적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냉난방도 온실가스 배출 문제의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민 교수는 “대학 내 자율적인 냉난방 기기의 사용과 더불어 이용자의 절약 의식이 부족해 에너지가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학생 A씨는 “여름엔 강의실에서 에어컨 온도를 너무 낮게 유지하고, 겨울엔 너무 높게 유지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바빠지는 대학과 정부의 움직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학과 환경부에선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대학들은 탄소중립 선언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탄소중립은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하는 탄소량을 같게 한단 뜻이다. △고려대 △경북대 △상지대 등은 이미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 중 고려대는 오는 2030년까지 에너지관리 효율화 정책을 통해 온실가스의 40% 감축, 2045년까지 수소연료전지 및 태양광 시설 등을 구축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용선<고려대 관리처> 부장은 “탄소중립을 선언해 단계별 로드맵을 설정했으며, 오는 2045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50%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환경부 차원에선 대학 내 친환경 문화 확산을 위해 그린캠퍼스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린캠퍼스 사업에선 △대학 및 지역사회에 친환경 문화 확산 △지속 가능 사회를 위한 대학 운영 △친환경 교육 및 연구 등을 실천하는 대학을 지원해 친환경적 정책을 실현하도록 장려한다. 이에 더해 환경부는 지난 2011년부터 매년 5개 대학을 선정해 재정적·기술적으로 지원하며 대학이 기후변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기대하고 있다.
 

▲ 서울캠에서 관리하고 있는 개별 냉난방기 통합제어시스템의 모습이다.
▲ 서울캠에서 관리하고 있는 개별 냉난방기 통합제어시스템의 모습이다.

서울캠에선 지난 2018년 개별 냉난방기 통합제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과장은 “개별 냉난방기 제어에 따라 피크시간 및 스케줄 제어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에 힘써 우수사례로 선정됐다”며 “지금도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학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단발성 행사나 관련 교육에 치중돼 있어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량을 감축하기엔 어렵다고 지적한다. 민 교수는 “대학에서 주로 진행하는 관련 수업 개설 및 탄소중립 관련 교육 등은 직접적인 감축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라 말했다. 이 교수 또한 “대학의 경우 예산 문제로 온실가스 감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재생에너지 설치 사업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는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하거나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이에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 관련 기준 마련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한 기술 개발 △온실가스 배출 관련 인식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장 먼저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 관련 기준을 마련해 대학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전했다. 민 교수는 “해외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그린캠퍼스 등의 조직에 가입해 지속 가능성 성과를 자체적으로 보고한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에선 그린 캠퍼스를 조성하고자 지속 가능한 캠퍼스 평가지표를 개발해 대학 간 자발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제로를 목표로 기후변화법을 개정해 20개 이상의 대학이 이에 맞는 탄소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재 국내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감축 기준을 마련해 대학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단 것이다. 노동운<글로벌기후환경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감축 투자를 해도 투자자가 직접적인 이익을 받기 어렵다”며 “대학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기에 정부가 관련 내용을 직접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학의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재생에너지 활용 기술을 개발 및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나 산업체에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대학에선 아직 이를 사용하는 비중이 작다. 민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대체 및 온실가스 저감이 필수적이기에 연구시설이 구비된 대학에서 관련 기술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대학 구성원의 인식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단 의견도 있다. 온실가스 관련 문제를 체감하는 대학 구성원들이 적기 때문에, 이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노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학교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학생들이 탄소 절감의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학교와 정부 차원에서  탄소 절감에 동참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학은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만큼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시대적 요구사항에 맞춰 대학에서 실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tCO2eq: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량으로 환산한 단위
*kWh: 1kW의 소비 전력을 가진 전자제품을 한 시간 동안 사용했을 때의 전기 사용량

도움: 노동운<글로벌기후환경학과> 교수
민배현<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신용선<고려대 관리처> 부장
이상훈<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사진제공: 관리처 시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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