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점
[그때의 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점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3.10.30
  • 호수 157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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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점자는 지난 1926년 11월 4일 박두성 선생이 고안했다.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된 4점식 점자는 우리말을 표기하는 데 있어 여러 결함이 있었다. 초성과 종성이 점자로 구별되지 않고, 하나의 음운이 두 칸을 사용하는 등 문자 체계가 정립되지 않아 점자를 쓰거나 읽기 어려웠던 것이다. 송암 박두성 선생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쉽고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말에 최적화된 한글 점자 제작과 교육에 일평생을 바쳤다. 이렇게 탄생한 훈맹정음은 시각 장애인의 △알권리 △정보 접근권 △행복 추구권 등 인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오늘날까지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비록 눈은 잃었으나 우리말 우리글 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 한글 점 를 반포한 송암 박두성 선생이 남긴 말이다. 송암 박두성 선생의 애맹정신을 기리고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 권리를 신장하고자 매년 11월 4일은 한글 점자의 날로 지정됐다. 지난해 점자법 개정을 거치면서 기존 ‘점자의 날’이었던 이름은 한글 점자만의 우수성과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글 점자의 날’으로 개칭됐다. 이번 한글 점자의 날은 바뀐 이름으로 맞는 첫 법정 기념일이라 더욱 뜻깊다.

그러나 이런 기념일의 취지는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 따르면 전체 도서 중 점자로 출간하는 비율은 0.2%에 불과한데다, 책값은 일반 도서에 비해 5배 이상 비싸다. 김동복 관장은 “점자책은 점자 번역사와 교정사가 △그 래프 △그림 △수식 등을 글로 설명해야 하므로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며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 점자 보급률은 당연히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낮은 보급률뿐 아니라 여러 시설의 점자가 부실하게 검수되고 있단 것도 문제다. 김 관장은 “공공기관에 설치된 손잡이 에도 ‘올라감’이나 ‘내려감’과 같은 정보가 없고, 그냥 ‘손잡이’라 적힌 경우가 있다” 며 “전문가가 없는 일반 업체에서 점자를 제작하는 데다가 제대로 된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의 소통 창구인 점자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한글 점자의 날엔 점자 보급률 증가와 올바른 사용을 위해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기념일이 있는 한글 점자 주간이 오면 정부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해 이를 기념한다.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주관의 ‘제97돌 한글 점자 주간 문화행사’가 열린다. 시각장애인의 권익 향상과 점자에 대한 국민적인 이해도 향상을 위해 △한글 점자로 이름 쓰기 △한글 점자 명함 제작 △한글 점자 퀴즈 풀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 관장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점자 관련 행사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점자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도가 높아지면 점자 사용 환경도 덩달아 개선될 것”이라 전했다.

헬렌 켈러는 점자를 ‘언어 그 이상의 기회’라 말했다. 누군가에겐 그저 6개의 점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겐 세상과 자신을 매개하는 점, 이번 한글 점자의 날엔 그 소중한 가치를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도움: 김동복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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