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대학의 정체성을 그려내다
브랜딩, 대학의 정체성을 그려내다
  • 김여진 기자
  • 승인 2023.10.30
  • 호수 1573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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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해리포터의 기숙사처럼 각 대학엔 공식 색상과 상징 동물이 있다. 이 외에도 각 대학은 심볼, 슬로건을 정비하고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등 대학 브랜드 강화에 힘쓰고 있다. 기업과 연예인의 브랜드 평판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는데, 대학까지 브랜딩이라니. 브랜딩이 대체 무엇이기에 다들 주목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브랜딩’이란 소비자에게 기업, 제품 등에 대해 고유한 인식을 심어주는 과정이다. 성공한 브랜딩은 소비자에게 신뢰와 믿음을 줘 다음에도 그 브랜드를 찾게 한다. 본디 브랜딩은 주로 기업에서 쓰이던 경영 전략이었지만, 이젠 대학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학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스포츠 경기 △슬로건 △축제를 정비하는 등 대학 운영에도 경영의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이는 대내외적으로 대학의 가치와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다.

       ▲ 지난 5월 열린 라치오스 축제의 응원제 모습이다.

대학 브랜딩은 진행형
실제로 최근 많은 대학에서 브랜딩 노력을 전개 중이다. 대학에선 △마스코트 △시그니처 △전용 색상 등의 브랜딩을 전담하는 기관을 개설해 대학 UI(University Identity)를 관리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스포츠 교류전 역시 대표적인 대학 브랜딩에 해당하며, 얼마 전 리뉴얼된 서울캠의 캐릭터와 학생증도 우리 학교 대외협력처 디자인 경영센터에서 진행한 브랜딩 프로젝트의 일종이다(본지 1566호 7면).

재학생들 역시 학교 브랜드에 큰 관심을 보이는 만큼, 대학 총학생회도 브랜딩에 적극적이다. 성균관대 55대 총학생회는 올해 학생증 디자인을 바꾸고 한글 슬로건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대대적인 브랜딩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조준범<성균관대 영상학과 18> 씨는 “우리 대학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키워드로 대학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브랜딩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학교 서울캠 브랜드관리TF 역시 라치오스 브랜드 지침서 제작, HYU-LEAGUE 개편 등 브랜딩 활동에 한창이다. 브랜드관리TF장 조형조<공대 자원환경공학과 16> 씨는 “라치오스 축제는 한양대학교의 브랜드를 가장 극적이고 확실하게 나타내는 행사”라며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라치오스가 브랜드로서 지속될 수 있도록 지침서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조 씨는 “국내외 대학 브랜딩 사례를 통해 ‘대학 스포츠 문화가 대학 브랜딩의 기반’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이에 우리 대학의 스포츠 문화를 끌어올리기 위해 HYU-LEAGUE를 개편해 활성화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대학 브랜딩의 물결이 닿는 곳

        ▲ 지난 9월 열린 정기 고연전(연고전)의 모습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학의 브랜드는 재학생들의 결속력, 애교심을 고취할 수 있다. 특히 대학 축제와 스포츠 행사는 재학생 결속력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브랜딩 전략이다. 안새길<고려대 경제학과 23> 씨는 “학교 연합 스포츠 행사를 통해 재학생끼리 단합하며 결속력을 다지고, 학교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지원<국제학부 23> 씨는 “대학에서 캠퍼스 시설, 축제 정비 등 다방면으로 신경 쓰는 게 느껴질 때 이 학교에 오기 잘했단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은 다양한 전략으로 긍정적인 대학 이미지를 형성해 재학생의 결속력을 도모하고 있다.

긍정적인 대학의 브랜드는 수험생의 대학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입시 컨설팅 관계자 A씨는 “지원 대학을 고르는 데엔 많은 조건이 고려되지만, 비슷한 지원 조건에선 대학에 대한 학생의 개인적인 호감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 씨는 “마음에 드는 대학 슬로건 문구를 메모지에 적어두고 마음을 다잡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학의 브랜드를 이용한 수익 사업도 가능하다. 각 대학의 기념품점이 그 대표적 예시다. 특히 수능이 가까워지면 대학의 기념품점은 바빠진다. 수험생에게 대학 기념품을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몇몇 대학에선 학교 공식 상품이 담긴 수능 응원 키트를 판매하기도 한다. 서울대 기념품점 직원 B씨는 “입시철이 되면 온라인 매출이 급격히 증가한다”며 “기념품점의 수익은 ‘천원 학식’ 등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쓰인다”고 설명했다.

대학 브랜딩을 둘러싼 고민들
다만 대학 브랜딩은 아직 과도기 단계로, 아직 미숙한 부분이 존재한다. 김지헌<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학 브랜딩 활동들엔 방향성이 부족하고, 명확한 콘셉트가 없단 게 아쉽다”라며 “대학 구성원 모두와 외부 관계자들이 좋아하는 의미 있는 콘셉트를 만들고, 이를 일관성 있게 가져가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 씨는 “학생회는 임기가 정해져 있는 불연속적 단체이기에 장기적인 브랜딩 전략 수립이 어렵다”며 “연속성이 중요한 브랜딩 사업에 대해선 대학 본부 차원에서의 지원과 학내 구성원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내외적 이미지에 매몰돼 가장 중요한 대학 내실화에 대한 논의가 흐려지고 있단 비판도 존재한다. 김누리<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대학 운영에 마케팅 용어가 거론되는 것부터, 현재의 대학이 교육 기관이 아닌 완전한 이윤 추구 기업이 돼버렸단 뜻”이라며 “대학 브랜딩은 대학 기업화 문제에 있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 설명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경영의 논리로, 소비자 유치하듯 학생들을 유혹하는 한국의 대학은 교육 기관으로서 완전히 몰락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학이 본래의 정체성을 잃고 제구실 못 하고 있단 것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요즘, 브랜딩은 대학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전략이란 말도 있다. 하지만 대학의 정체성은 앞으로의 대학 방향성을 결정지을 요소로써 대학 브랜드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도움: 김누리<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김지헌<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사진 제공: 최유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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