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쏘다, 심궁회
마음으로 쏘다, 심궁회
  • 박정민 기자
  • 승인 2023.10.09
  • 호수 1572
  • 8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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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서울캠퍼스의 중앙동아리 ‘심궁회’는 우리나라 전통 활 무술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학내 유일한 국궁 동아리다. 과녁의 명중에 집착하기보단 곧은 정신과 평온한 마음으로 활을 쏜다는 심궁회의 회장 윤희지<생과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22> 씨와 부회장 김소현<생과대 식품영양학과 19> 씨, 교육 팀장 정서현<공대 융합전자공학부 22> 씨와 장비 팀장 장형준<공대 건설환경공학과 22> 씨를 만났다.
 

▲ 심궁회의 활터 활동 모습이다.


| 심궁회가 말하는 ‘심궁회’

심궁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희지: 심궁회는 2013년, 전통 무예 동아리 ‘갈무리’ 산하의 소모임으로 시작해 이젠 어엿한 중앙동아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희는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우리나라 전통 활 무술을 배우고 연습하는데요. 국궁에 우리 조상의 얼과 슬기가 담겨있는 만큼, 심궁회에선 신체 수련과 더불어 정신 수양도 소홀히 하지 않는답니다.
소현: 마음 심, 활 궁, 모일 회라는 이름의 의미는 ‘마음으로 쏘다’로, 동아리명 자체가 곧 슬로건입니다. 활을 쏘는 마음은 타인과의 경쟁을 향하지 않아요. 자세를 익히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과의 경쟁을 통한 발전을 이룩하는 것에 방향성을 둡니다.

우리에겐 생소한 스포츠, 국궁이란 무엇인가?
서현: 비교적 익숙한 종목인 서양의 양궁과 비교하자면, 양궁에서 활을 쏠 땐 두 발이 팔의 방향에 수직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하지만 국궁은 발도 어느 정도 과녁을 향하고 있습니다. 화살을 잡는 손도 양궁은 세 손가락으로 활시위를 당기지만, 국궁은 중지로 엄지를 감싸는 자세로 활시위를 당깁니다. 또 국궁이 양궁보다 장비가 더 간소해요. 그래서 사람이 직접 조절하고 통제해야 하는 요소가 더 많습니다.
희지: 맞아요. 저는 학창 시절에 양궁도 경험했는데요, 국궁이 양궁보다 신경 쓰고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국궁에서 마음을 정돈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됐어요.

| 저희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드립니다

심궁회의 주요 활동이 궁금하다.

서현: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정기 교육과 원사 활동입니다. 우선 학기마다 신입 부원을 대상으로 정기 교육인 멘토링 활동이 있어요. 이 교육을 수료한 부원들은 활터에 직접 가서 활을 쏘는 원사 활동을 합니다. 원사 활동의 묘미는 다양한 활터를 방문하는 것인데요. 사대*와 무겁*의 높낮이에 따라 평평한 평사, 과녁이 더 높은 앙사, 과녁이 더 낮은 하사로 나뉩니다. 활터는 야외에 있어서, 높이에 따라 시선이 향하는 풍경이 달라지기에 자연이 주는 매력을 느낄 수 있고, 숲이나 강 등 각 지형 에 따른 특징적인 모습도 볼 수 있어요.
형준: 알고 보면 활터는 전국 곳곳에 많이 분포돼 있습니다. 서울에만 8개가 운영 중이고, 한 지역에 활터가 3개씩 모여 있기도 해요. 원사 활동 시엔 활터 ‘살곶이정’에 가장 자주 갑니다. 그 외엔 TAC라는 실내 국궁장 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어요.
 

▲ 원사 활동이 이뤄지는 활터의 모습이다.

 

▲ 원사 활동이 이뤄지는 활터의 모습이다.

신입 부원을 위한 정기 교육(멘토링 활동)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서현: 신입 정기 교육은 활을 쏘기 위해 가장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부분들을 교육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참여율이 가장 높은 활동이에요. 기존 부원과 신입 부원이 1 대 2로 짝지어 실력 상승과 친목 형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죠.
소현: 처음 멘토링 받던 때를 회상하자면, 과녁에 화살이 꽂히는 소리에 맛 들여서 열심히 했어요. 과녁에 꽂히지 않고 흙에 꽂히면 소리가 나지 않거든요. 또 그땐 몰랐는데 멘토 입장이 돼보니 가르치는 입장도 쉽지 않더라고요. 멘티 때가 생각나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형준: 저도 생각해 보면 처음 들어왔을 때 자세는 지금이랑 아예 다른 자세였거든요. 미숙한데도 당시에 멘토 분이 격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교육 초창기에 그렇게 응원 받으면서 배우다 보니 심궁회 활동을 지속 하는 데 큰 독려 지점이 된 것 같아요.

원사 활동에서 배우는 국궁의 전통 예절이나 관습이 있는가?
형준: 우선 국궁엔 기술과 관련된 규범인 집궁제원칙과, 마음가짐과 타인에 대한 예절인 구계훈(九戒訓)이 있어요. 모두 활쏘기를 처음 시작할 때 배우게 되는 기본적인 예절과 사법의 지침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내려 오는 관습이 있죠.
서현: 예컨대 활터의 사대는 7개 정도예요. 가장 실력이 좋은 분이나 직책 있는 분들이 가장자리에 서고, 중심으로 올수록 초보자가 섭니다. 활터에 가면 어르신들을 뵙고 첫 발을 쏘기 전에 “활 배웁니다.” 라고 인사드려요. 그러면 어르신께서 “많이 맞히세요.” 라고 말씀해 주시는 전통이 있습니다.

대학 연합 국궁 친선 경기나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어떤 경기에 참여했는가?
형준: 최근 서울권 대학 국궁 연합(이하 서궁연)에서 대학별 교류전에 참여하고 있어요. 1학기에 예선전을 3차까지 진행했는데, 저희는 본선에도 진출해서 조만간 참가 예정입니다. 연초에 단체전으로 참가한 대회에서 장려상 수상도 했고요. 개인전으로 출전해도 메달 하나씩은 갖고 오는 만큼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회에 출전했을 때 부원들과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희지: 대회에 나가게 되면 긴장한 탓에 자세를 잘못 잡아서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활은 스포츠 이전에 무기입니다. 부상 위험이 적지 않은 종목이에요. 시위를 놓는 손의 얼굴 쪽에 상처가 나거나, 팔에 멍이 드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항상 출전하기 전에 가장 먼저 “여러분,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를 외치고, 장비도 하나하나 다 점검합니다. 또, 활을 쏠 때 옆에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위험해 보이면 다가가 ‘다시 마음잡고 쏘라’고 조언을 드리기도 해요.

| 과녁을 향해, 온 마음으로

활쏘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현: 활쏘기는 혼자서도, 여럿이서도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죠. 홀로 할 땐 자기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 질 수 있고, 다른 분들과 할 땐 함께하는 재미가 있어요. 정적인 운동이라는 점도 특별한데요. 활쏘기 덕분에 운동을 원래 좋아하지 않던 제게 처음으로 좋아하는 운동이 생겼습니다. 좋아하게 되니 무모할 만큼 다양한 도전을 하게 되더군요. 활을 쏠 때 허리춤에 매는 궁대라는 장비가 있는데, 원단을 떼서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서현: 활을 낼 땐 활을 잡는 손과 화살을 잡는 손 각각에 신경 써야 할 게 정말 많아요. 이때 활에 집중하면 스트레스 받던 다른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에요. 또, 동아리로서 전통 무예인 국궁을 만나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제겐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형준: 활쏘기는 마치 보석을 다듬는 것과 같아요. 스스로 배우면서 고쳐나가는 부분이 큽니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가꿔나가는 과정 자체가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활쏘기는 공부에 가까워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경쟁보다는 자신의 목표를 향한 배움과 익힘에 더 신경 써야 하니까요.

활을 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형준: 가장 집중하는 건 자세예요. 동아리방에 그물 커튼이 달려있는데요. 경기를 앞두고 훈련장에 갈 수 없을 때나 자세를 점검할 때 활용해요. 이곳에서 카메라로 자세를 촬영하면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궁력도 중요해요. 활을 당기는 힘이죠. 멀리 보내려면 더 센 장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이 힘이 받쳐줘야 자세가 안정될 수 있어요. 자세가 안정되면 불필요한 저항이 없어지고 화살이 곧게 날아갈 수 있습니다.
소현: 한편 국궁에선 마음가짐도 중요합니다. 전 안 그럴 줄 알았는데도 사대에 올라 서있으면 마음이 많이 요동치기도 하고, 긴장과 부담도 느껴져요. 그렇기에 과녁과 나 사이에만 집중하는 게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한 발을 위해 마음과 자세를 단단히 만들어야 해요.
 

▲ 심궁회 부원이 동아리방 내 그물 커튼에 활을 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 동아리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서현: 저희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반구저기(反求諸己)’라는 고사성어인데요. 활을 쏘고 난 자신을 되돌아보자는 의미에 서 골랐어요. 자세를 아무리 잘 익힌다 한들, 그날의 기후나 컨디션 등의 영향을 받으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도 마음을 잘 다스리고, 스스로를 보완해서 자세를 다시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 자체가 신체와 정신을 함께 정돈하고자 하는 우리 동아리의 정체성이에요.

| 한양 PRIDE

앞으로 어떤 동아리로 재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싶은가?

희지: 전통을 이어 나가는 동아리가 많지 않다 보니, 우리 동아리가 한국의 아름다움을 이어 나가는 동아리로 알려졌으면 해요. 동아리 운영 차원에서도 전통에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가까이 체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서현: 또 우리 동아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서로 존중하고 존대하는 문화예요. 선후배 여부와 나이를 불문하고 공식적인 활동에선 무조건 존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희는 배려를 바탕으로 단단히 결속하는 동아리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학생에게 동아리 가입을 추천하고 싶나?
형준: 지난 학기 교육을 담당했던 입장에서, 끈기 있는 사람에게 권유하고 싶습니다. 종목 특성상 생소하고 처음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습 과정이 길어질 수 있거든요. 물론 누구나 흥미를 느끼고 시작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지루해하는 경우도 생겨요. 이런 점을 이겨내고 연습하다 보면 진짜 성과를 볼 수 있답니다.
소현: 덧붙이자면, 국궁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8회의 신입 부원 정기 교육을 모두 이수할 수 있을 만큼만 돼도 정말 좋습니다.

 

▲ 심궁회의 단체 사진이다.

 


* 사대: 활을 쏘는 위치
* 무겁: 과녁이 있는 위치
박정민 기자 judy3873@hanyang.ac.kr
사진 제공: 심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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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2023-10-09 16:18:41
마음을 모아 과녁으로 슈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