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연금제도 개혁, 청년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낡은 연금제도 개혁, 청년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 이지원 기자
  • 승인 2023.10.09
  • 호수 1572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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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고갈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저출생·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연금 소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근본적인 연금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이란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국민이 63세가 되기 전까지 최소 10년 이상 월 소득 중 9%의 보험료를 국가에 납부한 후 연금 정년에 다다르면 월 소득의 42.5%를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사회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은 국내 노인 복지 중 가장 중요한 노후 생계대책으로서 작용한다. 전영준<경금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평균 수명 연장이 빠르게 진행되며 은퇴 후 노후 빈곤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국가가 국민의 노후 빈곤 문제를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 설명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에 중추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복지 제도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위기
그러나 국민연금은 현재 고갈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1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발표한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험계산에 따르면, 32년 후인 오는 2055년엔 국민연금이 바닥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8년 발표한 4차 재정추계 당시보다 2년이나 앞당겨진 시기다.

이는 연금제도의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출발한다. 현행 복지제도에 따라 국민들은 직장에서 급여를 받으면 의무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한 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연금급여를 지급받는다. 이때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의 총액과 국가에서 지급하는 연금급여의 합계가 같아야 연금제도가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지출하는 보험료에 비해 국가에서 지급하는 연금급여의 총액이 2배 가량 크기 때문에 재정난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용하<순천향대 IT금융학부> 교수는 “저부담·고급여 구조의 연금제도가 지속된다면 후세대에게 연금을 더 이상 지급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저출생·고령화 현상의 영향으로 국민연금 고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보험료를 납부할 사람은 줄어들고 지급받아야 할 사람은 늘어나는 상황이 제도의 안정성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지난달 제공한 ‘2023년 5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약 2천225만 명이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말 가입자가 2천232만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7만2천여 명이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감소세가 지속돼 국민연금의 존망이 위태로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 교수는 “지난 1988년 도입된 연금제도는 그 당시의 인구 추계 전망에 맞춰 설정됐다”며 “당시 예상보다 현재의 저출생이 심각해졌기 때문에 연금제도가 사회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혁 시급한 국민연금, 논의는 제자리
앞으로 연금제도에 가입해야 할 청년들은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연금을 수령할 세대인 청년층은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청년층이 받을 연금액이 아예 고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예담<서울시 성북구 22> 씨는 “국민연금이 나의 노후 보장을 위해 투자하는 것보단 기성세대에 대한 부양책임을 수행하는 것으로 전락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정치권에선 연금 개혁을 위해 대안을 내놓고 있으나 그 실정은 녹록치 않다. 보건복지부에선 이번 달까지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 밝혔지만, 아직 연금 구조 개혁에 대한 첫 발조차 떼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지난 2일엔 이번 달로 종료되는 연금특위의 활동 기한이 내년 5월로 미뤄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 교수는 “국민연금을 개혁하기 위한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치권에서 쉽게 개혁을 언급하지 않는 추세”라며 “개혁의 필요성을 모두가 인지했음에도 아무도 나서고 싶지 않아하는 상황”이라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금 개혁의 실마리를 정치권에서 제시해야 하며 청년층은 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한 국회의 주도와 정부의 중장기적인 계획이 동반돼야 연금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며 “이해 당사자인 청년층 역시 연금개혁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연금을 수령할 청년세대의 적극적인 참여 없인 연금개혁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단 것이다. 전 교수 역시 “정치권에서의 논의를 통해 우선적으로 제도가 유지 가능할 정도의 보험률을 재설정하고, 그 다음에 연금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청년세대를 위한 고려가 이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이 개선돼야 한단 논의는 연금제도가 도입된 지난 1988년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왔으나 여태껏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하루 빨리 대승적인 결단을 통해 모든 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혁안을 도출하길 바란다.
 


도움: 김용하<순천향대 IT금융학부> 교수
전영준<경금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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