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사용 의혹으로 얼룩진 중앙동아리 터
공금 사용 의혹으로 얼룩진 중앙동아리 터
  • 이승훈 기자
  • 승인 2023.10.09
  • 호수 1572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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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캠퍼스 중앙동아리 ‘영화연구회 터’(이하 터)의 공금 사용 및 횡령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2학기부터 1년간 터의 자금운영에 대한 지적이 이뤄진 것이다. 터 운영진 측은 학내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자료의 불충분성과 미지근한 대응 태도로 논란이 이어졌다. 이와 동시에 총동아리연합회(이하 총동연)의 미흡한 동아리 관리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논란의 발단은 터의 불투명한 자금 사용이었다. 지난 1년간 터 운영진이 △동아리 박람회 △종강 파티 △주점 등 동아리 활동에 공금을 과도하게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장부에 제대로 기재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학생 A씨는 “공금 사용에 의문을 가지고 내역서를 요구했으나 제대로 된 장부를 받지 못했다”며 “받은 장부를 비교해 봐도 과도하게 측정된 금액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과 관련된 장부엔 실제 거래 명세보다 적게는 3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가량 부풀려 기재해 동아리원들에게 공지됐다. A씨는 “영수증 및 증빙서류 또한 미흡한 점이 많았다”며 “불일치하는 자료들에 대해 터의 제대로 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터 일부 운영진의 횡령 의혹도 존재한다. A씨의 반복된 요청으로 제공된 터의 회계 장부엔 약 240만 원의 금액이 누락돼 있었다. A씨가 부정확한 자료에 대해 지적하자 약 240만 원의 공금을 개인 계좌에 맡아 두었다가 뒤늦게 다시 채워놨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지난 1년 동안이나 공금을 개인 계좌에 맡아둔 점은 엄연한 횡령”이라며 “이를 공론화하지 않았으면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른 채 묻혔을 것”이라 비판했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터 운영진 측은 당시의 미숙한 회계처리와 불투명한 자금 사용을 사과하며, 실추된 동아리 이미지 회복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터 회장 B씨는 “전 총무의 미숙한 회계 관리 문제를 인지했다”며 “지적된 사안들을 반면교사 삼아 더욱 투명하고 형평성 있게 동아리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동아리원의 수를 고려해 총무를 두 명으로 늘리고, 공동 계좌를 개설해 동아리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터 운영진은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횡령 의혹에 대해선 부정했다. 개인 계좌에 공금을 맡아 뒀지만 장부 정리 과정에서 이를 인지하고 공금을 원상복구 했기에 문제가 아니란 입장이다. B씨는 “공금을 개인 계좌에 맡아둔 것은 사실이지만 전 총무가 실수를 인정하고 터 계좌에 다시 복구해 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총동연이 소속 동아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문제가 방치됐단 비판이 이어졌다. A씨는 총동연 회장에게 직접 해당 의혹에 대해 제보했음에도 불구하고 4개월이 지난 현시점까지 별다른 진행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A씨는 “학내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공론화되기 전까지 총동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장학금을 받으며 일하는 총동연의 존재 목적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실제 총학생회 자금운영세칙 제5조에 따르면 학생 자치 기구는 거래 건별로 △거래 내역서 △이체영수증 △카드 전표 등을 구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중앙동아리를 관장하는 총동연이 소속 동아리를 담당해야 하지만 소극적으로 대응한 점과 자료 확보가 미흡하게 이뤄진 점이 지적된 것이다. 

이에 총동연 측은 해당 사건의 사실 여부 파악에 어려움을 겪어 대응이 지연됐다고 인정했다. 총동연 회장 유재혁<자연대 수학과 20> 씨는 “제보가 개인 연락망과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져 공식적으로 대응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총동연의 개입이 동아리 자치의 자율성 침해를 초래할 우려를 고려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동연 부회장 이은재<공대 건축학부 18> 씨는 “총동연이 개입하는 순간 개인이 아닌 동아리 전체의 문제로 변질될 우려도 존재해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웠다”며 “자금운영이나 임원진 등에 대한 특혜 등 학생 자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은 더욱 면밀히 검토해 원활한 동아리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 말했다.

매년 동아리 활동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 모인 구성원들의 목적이 다른 이유로 얼룩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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