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팝업스토어
# 팝업스토어
  • 김여진 기자
  • 승인 2023.10.09
  • 호수 157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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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유명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는 미리 줄을 서는 사람들로 붐빈다. 매장 문을 열자마자 입장하려는 일명 ‘오픈런’이다. 팝업스토어를 즐겨 방문한단 A씨는 “인기 있는 팝업스토어에서의 밤샘 줄서기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팝업스토어, 인기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 이면엔 또 어떤 문제가 있을지 알아보자.

# 팝업스토어, 그게 뭔가요?
팝업스토어는 그 이름처럼 ‘Pop-up’, 불쑥 나타나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과거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제품 홍보를 통한 매출 극대화를 목적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최근엔 브랜드 자체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화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 감각적인 인테리어 등을 제공한다.

이렇게 변화한 팝업스토어는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기 팝업스토어는 대기 번호를 부여할 정도로 인파가 몰리고, SNS 언급량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백화점 ‘더현대 서울’과 성수에서의 팝업스토어 열풍은 많은 이들이 체감할 정도다.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게임 △금융 △스포츠 △음악 △일상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은 팝업스토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4월 성수동에서 진행된 상쾌환 팝업스토어의 모습이다.

# 한정판 놀이터
“팝업스토어엔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가 많아서 즐거워요.” 팝업스토어는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들을 만족시킨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시대지만 이커머스(E-Commerce)로는 충족될 수 없는 체험적 욕구가 커지며 소비자들은 되레 오프라인에서의 실제적인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한 투자 증권사의 팝업스토어는 슈퍼마켓에서 주식을 쇼핑하는 콘셉트의 체험을, 주류 회사에선 관람객의 심장 박동을 이용한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팝업스토어에서 소비자들은 서비스와 제품 체험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이색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팝업스토어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전도 있고, 지속해서 운영되는 게 아닌 금방 사라지는 공간이잖아요.” 게다가 팝업스토어는 일정 기간만 즐길 수 있는 ‘한정판’ 공간이다. 이 교수는 “팝업스토어의 한시적 특성은 소비자들을 안달복달하게 만든다”라며 “이 기간이 아니면 안 된단 느낌은 희소성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 지난 5월 성수동에서 진행된 삼화페인트의 팝업스토어다.

# 브랜드의 전략적인 공간
기업은 팝업스토어에서 장기적으로 구축하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다. 안희경<경영대 경영학부> 교수는 “팝업스토어에서 경험을 제공하는 이유는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체화하여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소통 창구가 적은 보수적인 산업군에선 팝업스토어가 좋은 방안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 한 카드사의 팝업스토어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이벤트로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젊은 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단 호평을 받았다. 해당 팝업스토어는 하루 평균 1천여 명이 방문할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이런 팝업스토어의 마케팅 효과는 소셜 미디어를 즐기는 소비자들의 특성으로 인해 극대화된다. 안 교수는 “팝업스토어의 방문자들이 소셜 미디어에 직접 올리는 콘텐츠는 공간을 방문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까지 도달한다”며 “잘 기획된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방문자가 많을 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서의 파급력도 좋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소셜 미디어에 글과 사진을 공유하는 행위가 구전 효과를 일으켜 간접 마케팅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보통 단기 임차 형태로 진행되는 팝업스토어는 그 콘셉트에 따라 유동적으로 장소를 옮길 수 있다. 안 교수는 “팝업스토어의 △운영 시기 △주제 △타겟 고객 등에 따라 적절한 장소가 다를 수 있다”며 “단기 임차 형태의 팝업스토어는 이러한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좋다”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 9월부터 한 유명 주류 브랜드는 △성수 △용산 △강남 등의 주요 상권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20·30세대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여럿 활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단기간 진행되는 팝업스토어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기에도 좋다. 안 교수는 “신제품 출시는 굉장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팝업스토어는 개발 중인 제품에 대한 반응을 취합할 좋은 기회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한 식품업체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대체육과 비건 식품을 한시적으로 선보였다. 운영 종료 이후 재오픈 요청이 계속되자 해당 식품업체는 올해 대체육 판매 정규매장을 오픈했다. 이렇듯 기업은 팝업스토어를 통해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살피고 새로운 사업의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지난 8월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된 디즈니 팝업스토어의 모습이다.

# 팝업 스토어의 그림자
한편 팝업스토어의 화려한 모습 뒤엔 울상 짓는 소상공인들이 있다. 널찍한 공장과 창고를 개조한 건물이 많은 성수는 팝업스토어를 열기에 적합한 장소다. 이에 성수동은 유명 기업들의 팝업스토어가 줄줄이 들어서는 등, ‘팝업의 성지’란 이름이 붙었다. 문제는 그 결과 터무니없는 가격까지 올라버린 성수동 일대 상권의 임대료다. 실제로 성동구청에 따르면 2018년 평당 10만 원이었던 임대료는 50% 상승해 지난해 15만 원이 됐다. 박상희<소상공인연합회> 과장은 “지금 성수동 임대료는 최고 수준인 데다 공실률이 0%에 수렴하는 상황이라 임대료가 낮아질 요인이 없다”라며 “소상공인들이 성수동에 입지하기엔 수익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문제 상황을 설명했다. 

팝업스토어는 특색있고 화려한 모습으로 조명받지만, 몇 달 혹은 며칠이면 사라질 공간을 위해 소모되는 자원은 환경에 커다란 부담이다. 최근 ‘폐기물 제로’ 팝업 매장으로 주목받은 김하은<누아믹> 대표는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작된 자재들엔 다양한 재료들이 섞여 있어 재활용이 어려울 것”이라며 “매출 증대를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될 폐기물을 만들어 내기보단 이미 있는 것들을 활용해 폐기물을 줄여가며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곳저곳 보이는 수많은 팝업스토어는 운영이 종료된 뒤 처리하기도 애매한 폐기물들이 된단 소리다.

‘이번 주, 꼭 가봐야 할 팝업스토어’. SNS 피드에서 해당 문구를 본 적 없는 이가 드물 정도로 최근 팝업스토어의 열풍이 대단하다. 팝업스토어가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매력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즐거운 경험 뒤에 가려진 팝업스토어의 그림자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팝업스토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금 소상공인, 환경과의 공존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


도움: 김하은<누아믹> 대표
박상희<소상공인연합회> 과장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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