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불안, 월세는 고공행진… 학생들 ‘감당 힘들어요’
전세는 불안, 월세는 고공행진… 학생들 ‘감당 힘들어요’
  • 김연우 기자
  • 승인 2023.09.18
  • 호수 1571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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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가 위치한 서울시 성동구 인근 부동산이 제공하는 전월세 시세 안내다.
▲ 한양대가 위치한 서울시 성동구 인근 부동산이 제공하는 전월세 시세 안내다.

청년들의 주거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민간 전세사기의 여파로 정부 주관 사업인 청년전세임대 지원이 조기 마감되는가 하면 대학가 원룸의 월세 또한 급등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급등한 월세 수요를 분산할 방안이 필요하다며 민간에서 일어나는 전세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민간 전세시장의 위기, 청년전세임대로 몰렸다
반복적인 민간 전세 사기로 인해 청년층이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난 동시에 정부 주관 공공임대주택의 수요가 높아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 전세 가구 중 깡통전세와 역전세 위험이 있는 가구는 각각 8.3%와 52.4%로, 지난해 1월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아직까지 전세 사기의 위험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에 전세 사기의 주 피해자였던 청년층은 위험한 민간 전세 임대를 피하고 정부 주관 전세 임대를 선택하고 있다.

정부에선 LH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대학생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취업준비생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하여 기존주택을 전세 계약 체결하여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청년전세임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높아만 가는 청년층의 수요를 맞추지 못해 현재의 청년전세임대 제도론 청년들의 주거 불안정을 해소하긴 역부족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청년전세임대 수요가 급등한 것에 반해 공급 물량은 반토막 나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LH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 마감된 서울지역 청년 매입임대주택 50가구 모집에 2만 903명이 신청해 418대 1의 경쟁률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모집 경쟁률이 87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해 6개월간 5배가량 높아진 것이다.

이렇듯 정부 주관 공공임대주택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LH 청년전세임대 공급 물량은 편성 예산이 축소됨에 따라 3천500가구로 지난해 물량인 6천 가구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의 공공 주택공급 사업 예산을 지난해 편성 예산에 비해 4조 1천억 원 적게 집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 예산의 초과를 우려해 공급 목표인 3천500가구를 넘기자 청년전세임대 사업은 4월에 조기 마감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 A씨는 “올해 청년전세임대 물량을 3천500호 공급했으며 예산이 조기 소진될 것을 우려해 조기 마감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조기 마감에 LH 청년전세임대를 신청하지 못한 청년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이지원<서울과기대 건축학부 19> 씨는 “서울의 보증금과 월세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워 청년전세임대 제도 신청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청년전세임대가 상시 모집 형식이어서 군 제대를 앞두고 신청하려 했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조기 마감된 것을 깨닫고 막막했다”고 말했다.

민간 전세 기피, 월세 선호 현상으로 이어졌다 
한편 전세 사기 위험이 커지며 월세를 선택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민간 전세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체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전세 사기 위험을 방지하고자 월세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현석<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전세 사기로 인해 전세시장이 불안정해지며 전세 자체를 기피하는 사례가 늘고 월세의 수요가 높아졌다”며 “그에 비해 월세 공급량은 크게 늘지 않아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부동산업계에서도 이런 전월세 수요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서울시 성동구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도 “평년에 비해서 학생들이 전세방은 찾지 않고 대부분은 월세방을 찾는다”며 “확연히 늘어난 월세 계약에 월세방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서울시 주요 대학가 원룸의 월세 또한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지난 18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발표한 ‘2022년 2학기(8월)/2023년 2학기(8월)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 비교’에 따르면 10개 대학의 인근 보증금 1천만 원 기준 원룸의 평균 월세는 총 59만 9천 원으로 집계됐다. 인상률은 △연세대 50.16%(79만 원) △고려대 13.47%(55만 원) △경희대 8.1%(62만 원) △서울대 6.76%(50만 원)을 기록했다. 한양대 서울캠퍼스 또한 월세 상승률 5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월세 인상으로 학생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장이수<성신여대 윤리교육과 21> 씨는 “지난 2020년 처음 자취를 시작하던 때와 최근을 비교해 보면 원룸 보증금이 대략 2배, 월세는 10만 원 이상 올랐다”며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스스로 벌어 월세를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왕십리역 인근 투룸에 거주하는 정지웅<국제학부 19> 씨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월세가 상승한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시설은 점점 노화되는 데에 비해 가격은 올라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정 씨는 “고정 수입이 일정치 않은 학생의 입장에서 월세가 부담스럽다”며 “월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친구와 함께 투룸에 거주를 결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와 대학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주거 지원에 관한 청년들의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량도 함께 증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서진형<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2030세대의 주거복지를 위해 영구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대학 차원에서 기숙사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수<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외국대학의 경우 대학 기숙사 수용률이 우리나라 2배 이상”이라며 “우리나라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현저히 낮은 편”이라 지적했다. 이 교수도 “현재는 기숙사가 부족해 학생들이 인근 원룸을 구할 수밖에 없어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대학 차원에서 기숙사 수용률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란 견해를 보였다.

지난해 있었던 대규모 전세 사기의 여파로 수많은 청년이 주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여지껏 명확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빠른 시일 내에 청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


도움: 김현수<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서진형<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
이현석<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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