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취재일기]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 박정민 기자
  • 승인 2023.09.18
  • 호수 1571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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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민<사진·미디어부> 정기자

3학기 내내 필자의 마음을 흔들었던 한대신문에 이제야 발을 들였다.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진 길을 빙 둘러왔다. 발표와 질문엔 자신 있지만, 평소엔 말보다 글이 편한 필자다. 혹자가 취미를 물어도, 특기를 물어도 글쓰기라고 대답하곤 한다. 이에 누군가는 필자를 행운아라고 칭했고, 필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어른들은 첫째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셨고, 둘째 잘하는 일을 하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장래희망을 물으면 언론인, 특히 신문사 기자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기자가 되는 것을 숙명처럼 여겼다. 따라서 원래대로라면 진작 교내 신문사의 문을 두드려야 했으나, 대학 입학 이후 언론에 대한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극으로 치닫는 정파성 △끊임없이 퍼져나가는 가짜뉴스 △부패해가는 대형 언론사 △자극적인 언론 보도까지.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당연하게 키워온 꿈과 적성에 확신을 잃은 순간들이었다. 학교에서 진로 상담을 받고, 적성 검사를 반복하고, 다양한 직업에 대해 알아봤지만 새롭게 맞는 일은 보이지 않았다.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미래는 더욱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상심한 필자를 어머니께서 다잡아주셨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한 번만 해보라고 말이다. 겁이 난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겠냐는 물음에 발끈해 기어코 피하려던 한대신문을 찾았다. 필자는 면접에서, 떨지 않는 자신을 봤다. 발표를 잘한다고 했지 면접을 잘 본다고 하진 않았다. 입시에서도, 동아리 면접에서도 바들바들 떨던 필자가 매섭게 쏟아지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답하고 있었다. 일종의 고백이었다. 무심한 척했고, 싫은 척했지만 사실 많이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대학보도부를 목적으로 들어온 학보사에서, 잘 알지도 못했던 사진·미디어부의 유일한 부원이 되기로 정했다. 그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필자다. 수습 교육을 받으며 해당 부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션이 인터뷰이 선정임을 알게 됐고, ‘말은 하라고 있는 것’이란 가르침 아래 대화를 시도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는 필자에게 사진·미디어부는 사심을 채우는 수준이다. 인터뷰이들은 어린 후배를 맞이하듯 따뜻하게 응해주고, 필자는 그에게 무한한 관심을 보내면 현장은 금세 화기애애해진다. 진솔한진 취재가 양질의 결과물을 낳는다.

버겁고 힘들던 기억을 뒤로 하고 어느샌가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나갈 무렵, 주변에선 “굳이?” 를 묻기 시작했다. “정말 언론인이 될 작정인 거야?” 라고 물으면, 아직은 당황하고 만다. 하지만 “왜?” 라는 질문엔 서서히 명확한 대답이 그려지고 있다. 처음엔 언젠가 놓을지도 모르는 꿈을 더 늦기 전에 쥐어보고 싶었고, 그다음엔 고통으로 낳은 결과물이 예뻤고, 마지막엔 사람이 남았다. 무너질 것 같은 학생회관 건물에서 ‘굳이’를 함께하는 신문사 사람들이 있다. 함께라는 건 보기보다 큰 힘이라 그저 존재만으로 못할 것 같던 일도 할 수 있게 하더라. 필자에게 돌고 돌아 찾아온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의 행운이 독자에게도 닿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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