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그 이상의 힘 HERC
러닝, 그 이상의 힘 HERC
  • 김다빈 기자, 박정민 기자
  • 승인 2023.09.04
  • 호수 1570
  • 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학교 ERICA캠퍼스의 ‘HERC’는 2019년부터 이어져 온 러닝 동아리다. 러닝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단순한 운동이지만 HERC만의 다양한 러닝 방법은 단조로움을 줄이고 △운동의 지속과 실력 향상 △개인의 건강한 루틴 형성 △러닝을 매개로 하는 소통과 성장을 이룩한다.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커리큘럼을 통해 건강한 러닝 문화를 확립하는 HERC의 회장 황대훈<국문대 중국학과 20> 씨, 부회장 김종민<공대 기계공학과 19> 씨, 그리고 부원 김건우<과기대 해양융합공학과 20> 씨와 문성윤<언정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20> 씨를 만나 그들의 러닝 이야기를 들어봤다.
 

▲ HERC의 단체 사진이다.
                                                                  ▲ HERC의 단체 사진이다.

| 평범한 달리기가 특별해질 때

HERC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회장 황대훈<국문대 중국학과 20> 씨: HERC는 원래 러닝 크루였어요. 처음엔 사람들 몇 명 모여서 가볍게 뛰려는 목적의 소모임에서 시작한 활동이었으나 점차 인원도 늘고, 잘 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2019년부터 정식 동아리로 만들게 됐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다가 작년부터 급격히 인원수가 증가해서 약 170명까지 늘어났어요. 동아리 명칭인 HERC는 ‘한양대학교 에리카 러닝 크루’의 앞 글자를 조합한 건데, 어벤저스에 나오는 헐크와 발음이 같아요. 뛰어난 체력으로 어디든 마음것 누빌 수 있단 헐크의 특징이 동아리의 정체성과 이어지기도 하죠.

비교적 최근에 창설된 동아리임에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대훈: 저희는 창설 전부터 러닝 크루로 활동 중이었다 보니 정식 활동에 앞서 예비 러닝까지 진행할 만큼 철저히 준비된 채로 동아리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러닝이 ‘단순한 운동’이란 생각을 타파하고자 세션을 세부적으로 나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동아리 활동을 체계화하는 데 신경 썼습니다. 또한 동아리 공식화에 성공한 후로도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론 저렴한 회비와 더불어, 저희의 주 활동인 러닝이 누구나 가볍게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진입 장벽이 낮은 운동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별다른 준비물 없이도 신발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제약 없이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러닝 세션이 다양한데, 소개 부탁한다
대훈: 현재 운영 중인 러닝 프로그램 종류엔 △그룹런 △번개런 △정규런 △한강런 △KM 챌린지 등이 있어요. 우선 정규런은 페이스별 그룹을 네 가지로 나눠서 뛰는 세션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8시마다 진행합니다. 한강런은 인원을 모아 안산에서 서울 한강으로 원정 러닝을 가는 프로그램이에요. 정규 활동을 비롯해 외부 활동마저도 근방에서 참여하는 데 비해 더 멀리 간단 점에서 시간 조율이 중요합니다. 또한 KM 챌린지는 △15km △30km △50km의 기록 구간 중 하나를 목표로 잡고 달리기 측정 앱을 통해 측정된 기록을 인증해 응모하면, 목표 달성시 월말에 상품을 증정하는 이벤트예요. 
김건우<과기대 해양융합공학과 20> 씨: 그룹런과 번개런은 부원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어 가장 선호도가 높은 세션이에요. 그룹런은 5~6명으로 구성된 팀이 빙고판 칸마다 적힌 ‘드레스코드 맞춰 러닝’, ‘안산천 3km 러닝’ 등의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이에 따라 상품을 받는 활동인데, 구성원들과 미션을 수행하면서 성장하고 친목도 깊이 다질 수 있어 재밌단 평이 많습니다. 그리고 번개런은 말 그대로 갑자기 만나는 러닝이에요. 장소나 일정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열기 때문에 부원들끼리 시간과 마음만 맞으면 언제든 활동할 수 있단 장점이 있죠.

▲ HERC의 단체 사진이다.
▲ HERC가 정규런을 진행하고 있다.

 

| 건강도 챙기고 소통도 챙기고

‘같이 뛰는 러닝’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부회장 김종민<공대 기계공학과 19> 씨: 처음엔 러닝 중 계속 옆 사람들의 페이스를 체크하며 소통하고, 부원들 격려에도 힘 쏟는 등 여러 방면에 에너지를 분산해야 하니 혼자 할 때보다 쉽게 지칠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같이 뛰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오히려 제가 동기 부여를 얻게 되더라고요. 때론 누군가 나와 같이 달리고 있단 든든함만으로 힘이 나기도 해서,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문성윤<언정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20> 씨: 혼자 뛸 땐 자기 합리화를 하게 돼 실력이 느는 속도가 더뎠는데, 동아리에 들어온 뒤론 오히려 목표 거리 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해요. 상대방과 얘기하고 즐기면서 뛰다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도착할 때가 많아 예상 밖의 성취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동아리 부원들 간 실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숙련자들의 코칭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가?
종민: 초심자와 숙련자의 비율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숙련자들이 앞에서 페이스를 잡아줘요. 최근에 저도 그런 역할을 몇 번 해봤는데, 부상 방지나 페이스를 잘 맞추는 법, 호흡에 대해 조언해 줍니다. 예를 들어 제가 요즘 강조하는 부분은 ‘미드풋러닝’이예요. 발의 앞꿈치나 뒤꿈치가 아닌 가운데로 착지해서 땅을 박차고 나가는 게 체력 안배나 속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최근에 각광받는 러닝 방법이죠. 이렇듯 서로 러닝 지식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성윤: 숙련자 중에서도 범상치 않은 실력의 고급자들이 소수 계세요. 저는 한 선수 출신 부원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요. 같이 뛰면서 제 자세나 습관을 교정해 주시기도 하고, 노하우도 많이 전해 주셨어요. 이를 바탕으로 러닝 기록을 계속 줄여나갈 수 있었습니다.

동아리에 들어오고 나서 건강 증진이나 러닝 실력 향상 등의 변화가 있었나?
성윤: 개인적으로 활동 중인 학군단 특성상 체력 단련도 주기적이고 평소에도 체력 관리를 해야 하는데, 러닝이 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어요. 처음 들어갈 땐 거의 꼴찌 성적이었는데, HERC 활동을 병행하면서 달리기 하나로 1급을 찍었죠. 그래서 실력이 더 늘어야겠단 생각이 들 때마다 러닝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종민: 동아리 활동과 함께 개인 최고 기록을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어요. 한 달 전쯤엔 기록 10km를 넘기면서 *러너스 하이를 경험했어요. 4km쯤 됐을 땐 몸도 아프고, 땀도 많이 나서 나중에 러닝이 끝나고 매고 있던 머리띠를 쥐어짜니 땀으로 웅덩이가 만들어질 정도였죠. 그런데 7km쯤 넘어가는 지점에서 갑자기 아프던 무릎이 괜찮아지는 거예요. 원래 이 정도 페이스로 달리며 살아왔던 것처럼 느껴지면서 웃음이 나오고, 다리가 저절로 움직였어요. 끝나고 기록을 보니 힘들었던 생각이 싹 사라질 정도로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 HERC가 러닝 시작 전 다 함께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 HERC가 러닝 시작 전 다 함께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HERC만의 방법이 있는가?
대훈: 우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뛰기 전에 꼭 스트레칭을 다 같이 진행하고 있어서 준비 미비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습니다. 이와 별개로 대규모 러닝이 이뤄지는 정규런 운영에선 다인원으로 인한 피해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다 같이 출발하면 인도가 포화되기 때문에 출발 시간을 30초 간격으로 다르게 설정하고, 두 줄 서기로 출발해 인도를 안 벗어나고 보행자들에게 방해되지 않게끔 진행하죠.
종민: 기상환경이 불안정한 경우엔 안산천 대신 학교에서 뛰거나 아예 러닝을 취소해 부상 피해를 방지합니다. 또한 많이 힘들어하거나 뒤처지는 부원은 임원진이나 다른 부원들이 곁에 붙어서 뛰어주고, 코스에 장애물이 존재할 때면 선두 주자들이 안내를 해주는 등 여러 부분에서 신경 쓰고 있기에 지금까진 부상이나 사고가 없었어요.

러닝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종민: 한강에서 달릴 땐 러너들 사이에서 인사하는 문화가 있어요. “파이팅!”이라고 말해주거나 힘들면 손 인사를 주고받는데, 모르는 사람끼리의 인사여도 힘이 납니다. 그런 순간이 정말 좋았어서 학교 근처에서 러닝을 할 때도 러너를 만나면 제가 앞장서서 인사를 해봤더니 마주치는 분들이 인사를 받아주기 시작하더라고요. 앞으로 안산에도 이런 문화를 확산시키고 싶어요.
건우: 야외에서 러닝을 하다 보면 종종 동물들을 마주쳐요. 고라니도 자주 봤고, 고양이와도 러닝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러닝 과정에서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소소한 순간들이 즐거워요.

| 한양 PRIDE

앞으로 재학생들에게 어떤 동아리로 다가가고 싶은가?
대훈: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동아리, 언제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동아리로 남고 싶습니다. 전 언제 어디서든 본인의 의지로 외부로부터 속박받지 않고 달릴 수 있단 점에서 HERC의 정체성을 ‘자유’라고 생각하거든요. HERC가 이런 정체성을 유지한 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임원진으로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려 합니다.
종민: ‘만만한 동아리’였으면 좋겠어요. 스트레스가 생길 때면 언제든 풀러 오고, 같이 동기부여도 하며 친목도 다지는 편안한 동아리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어떤 학생에게 동아리 가입을 추천하고 싶나?
종민: 러닝은 가장 기본적이고 접근도 쉬운 운동이라, 개인적으로 모든 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한 매번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러닝의 특성상 단순 운동 효과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갖추는 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러므로 누구나 와서 한 번쯤 참여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러너스 하이: 격렬한 장시간 달리기에서, 고통이 정점을 찍을 때 갑자기 찾아오는 짜릿한 쾌감이나 도취감을 말한다.
사진 제공: HERC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