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애지문 에스컬레이터 설치 사업, 재개 가능성 저조해
무산된 애지문 에스컬레이터 설치 사업, 재개 가능성 저조해
  • 김연우 기자
  • 승인 2023.09.04
  • 호수 1570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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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애지문 계단을 오르고 있다.
 ▲ 학생들이 애지문 계단을 오르고 있다.

한양대역 2번 출구에 위치한 애지문 에스컬레이터 설치 사업이 무산됐다. 해당 사업은 지난 여름학기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애지문 부지 소유권과 기존 협약서 재협의 문제로 인해 공사가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애지문은 서울캠퍼스와 한양대역을 연결하는 출입 통로로,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이 많아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달란 학생들의 요청이 많았다. 이에 지난해 1월 ‘2022학년도 제4차 등록금 심의위원회’에서 애지문에 에스컬레이터 설치가 결정됐다. 학교 측은 용역업체를 발주해 지난해 9월 설계도 제작을 완료했으며 애지문 에스컬레이터에 6억 6천만 원의 예산을 책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하철 공사와의 사전 협의 과정에서 애지문 부지 소유권과 기존 협약서 재협의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 측에서 사업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선, 부지 용도 변경에 따른 소유권 문제가 존재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될 해당 부지는 현재 ‘교육연구시설’ 용도의 부지로 등록돼 있어 ‘철도’로의 용도 변경을 해야만 성동구청의 공사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용도 변경을 할 경우 해당 부지가 지하철 공사에 무상귀속 될 수 있단 입장이다. 김승덕<관리처 시설팀> 대리는 “학교는 철도 용도로 정해진 부지를 소유할 수 없다”며 “용도가 변경될 경우 결국 애지문 부지가 지하철 공사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에 지하철 공사 측은 애지문 부지 소유주를 바꾸지 않을 수 있단 방법을 제시했지만 학교 측은 이를 신뢰하기 어렵단 견해를 보였다. 지하철 공사 관계자 A씨는 “설치할 에스컬레이터의 유지·보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부지 소유주가 결정된다”며 “한양대 측이 지하철 공사에 에스컬레이터의 유지·보수를 맡는다고 약속하면 지하철 공사의 땅으로 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65조에 따르면 ‘새로 설치된 공공시설은 그 시설을 관리할 관리청에 무상으로 귀속된다’고 명시돼 있다. 지하철 공사 측은 한양대가 ‘관리청‘이 될 시 문제 없단 것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부지 귀속 여부에 있어 유지·보수 주체에 관계 없이 부지 용도 변경에 따라 애지문 부지의 귀속이 결정될 것이라며 사업 무산의 뜻을 고수했다. 김 씨는 “전문가에게 여러 차례 자문을 구한 결과 공사를 진행하며 애지문 부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편 학교 측에선 양측이 부지 용도 변경에 동의했다고 해도 교육부의 허가가 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됐을 수 있단 입장을 밝혔다.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89조 4항에선 학교의 결정기준에 대해 ‘고속국도·철도 등에 근접한 지역에 설치하지 아니할 것’이라 명시해 학교 부지 인근에 철도를 두지 못하게 막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현재 애지문 부지가 교육연구시설이어서 학교에 귀속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를 철도로 바꿔 소유하는 것을 교육부가 허가할 리가 없다”고 전했다.

과거 학교 측과 지하철 공사가 벽면 광고 비용에 관해 체결한 구두 계약을 증명할 수 없어 이번 공사를 통해 해당 비용을 일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있단 것도 문제가 됐다. 지난 2002년 한양대역에서 캠퍼스로 직통하는 출구를 만들기 위해 한양대역의 벽면을 허물었다. 이후 애지문을 건설하며 허문 벽면으로 인해 기존과 같이 광고 설치가 불가능해지자 양측은 한양대가 지하철 공사에 광고비를 지불한단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계약서 상에 이를 명시했으나, 이후 상호 합의 하에 해당 광고비를 받지 않기로 구두계약했다. 

그러나 애지문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위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며 학교 측이 지하철 공사에 미지급한 광고료를 일괄 청구받을 수 있단 것이다. 학교 측이 20년도 더 된 구두계약을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해당 계약을 맺었을 때 근무하시던 분들이 남지 않아 구두계약 내용을 증명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그간 누락된 광고비를 지급하려면 예산이 많이 소모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애지문 에스컬레이터 설치 사업에 책정됐던 6억 6천만 원의 예산은 아직까지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인재개발처 직원 B씨는 “현재 애지문 에스컬레이터 설치 사업이 무산된 이후 해당 사업에 배당된 예산을 근거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애지문 에스컬레이터 설치 무산이 아쉽단 반응이다. 학생 C씨는 “학생들이 계단을 오르지 않으려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면 이 부분이 해소될 것 같았는데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해당 예산이 적절하게 분배돼 캠퍼스 내 접근성 개선에 사용됐으면 좋겠단 의견도 존재했다. 학생 D씨는 “애지문에 에스컬레이터가 생겼으면 좋았겠지만, 이외에도 계단을 오르기 너무 힘든 곳이 너무 많다”며 “해당 예산이 다른 곳에 잘 쓰이면 좋겠다”고 전했다.

애지문 에스컬레이터 설치가 무산됐다. 해당 사업에 책정됐던 예산이 적절한 곳에 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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