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허물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면
벽을 허물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면
  • 김영주 수습기자
  • 승인 2006.11.20
  • 호수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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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담장허물기 사업 기사를 취재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약자에 대한 강자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됐다. 우리학교와 노점상을 비교하자면 당연히 노점상 측이 약자일 것이다. 이 말이 우리학교가 노점상 문제에 어떤 형태로 완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이번 문제는 서울시와 노점상 측의 문제인 것이다. 다만 우리학교와 관련된 사업이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학교가 그 일에 관련이 있든 없든 간에 노점상 측에 비해 강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노점상 측에서 우리학교에 대책을 요구할 수 있는 원칙적인 근거는 없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우리학교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기반이다. 상인들 중 오래된 점포는 15년 이상 그곳에서 장사를 해왔다. 우리학교의 외곽에서 단 한 번도 주목받은 적이 없지만 우리학교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곳 관계자 한 분은 나이 지긋하신 노인이었다. 그 분은 20년 가까이 이곳에 계신 분이었다. 노인은 과거 학생들이 경찰과 대치해 시위하던 기억에서 몇 년 전 학교 측에서 철거를 요구했을 때 총학생회의 도움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기억까지 말해주셨다. 그런 그들에게 우리학교는 동반자이자 어머니 같은 존재가 아닐까?

 우리학교가 그들에게 어떤 권리도, 책임도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가까이에 존재하는 이웃으로서 배려해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학교는 국내 4위의 대학이라고 자부한다. 그렇다면 4위에 준하는 책임을 다해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학교가 인재를 많이 배출하고 멋진 캠퍼스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만큼 우리 주위의 이웃을 보듬을 수 있는 아량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것에서 국내 1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담장허물기 사업은 녹지공간을 조성해 이웃과 함께하는 학교로 거듭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이웃이라는 단어에는 그곳의 노점 상인들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에서 대학이란 학문과 도덕, 정의의 산실이다. 게다가 우리학교의 건학이념이 사랑의 실천이 아니던가! 그 도덕과 사랑이 먼 곳에 있는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 글은 어쩌면 감정에 호소하는 푸념으로 그칠지도 모른다.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번 기사를 쓰면서 사실에 엄격했음을 생각하면 결코 근거 없는 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우리학교를 이끌어갈 차기 총학생회가 우리학생들의 입장뿐만 아니라 우리학교와 동고동락하는 이웃의 입장도 돌아볼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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