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스치지만 말고 챙겨가면 즐겁다
[독자위원회] 스치지만 말고 챙겨가면 즐겁다
  • 한대신문
  • 승인 2023.08.28
  • 호수 156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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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生)들이 치열하게 스치는 평일의 지하철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현대인의 애환이란 그 분주한 발걸음과 공허한 눈빛 속에 있다. 필자는 아침마다 대중교통 소음을 차단해 줄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스마트폰으로 몇 분 뒤에 환승할 열차가 오는지, 몇 번 칸으로 가야 가장 하차가 빠른지 검색한다. 그리고 앞을 보고 걷는다. 또 걷는다. 무수한 인파가 함께한다. 그 풍경 속에서 주변을 돌아보는 사람을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 걸음 멈춰 내가 그 사람이 되어 본다면, 그것은 즐거운 발견의 기회가 되어준다.

필자에게 한양대역 2번 출구나 인문과학대학 정문 한편에 놓인 한대신문은 ‘즐거운 발견’ 중 하나다. 수없이 스쳐 지나가다가도 어느날은 발걸음을 멈추고 한 부를 집어 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면을 펼쳐 읽어보는데 지면 위의 글자들이 마치 나를 기다렸단 듯 힘차게 다가왔다. 이는 기자들의 밤낮 없는 고민의 결과물이기도 했지만, 필자가 별생각 없이 거닐던 캠퍼스의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들이 드러난 것이기도 했다.

한대신문 1568호는 2023학년도 1학기를 마무리하며 발행됐다. 대한민국 대학생들에게 있어 불후의 관심사 중 하나인 축제가 발행 직전에 서울캠퍼스에서도 진행됐고, 축제 진행 전반에서 아쉽게 발생했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보도한 기사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02면의 축제 주점 논란과 주세법 관련 기사가 인상 깊었다. 필자도 논란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현행 법령을 위반하기 때문이었단 점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해가 안 된다”며 마치 학교가 학생들의 즐거움을 방해한단 식으로 말하던 주변 학우가 많았다. 캠퍼스 내에서 일어나는 의문과 오해를 명확하게 짚어내기 위해 학내보도는 꼭 필요한 것이란 점을 독자로서도 실감했다.

다만 기사를 읽으면서 조금 더 ‘내부로의 접근’이 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 예로 보도 전반에서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입장을 대변할 때, 나아가 학생 사회의 입장을 담을 때까지도 당시 서울캠 총학생회장 한 명의 목소리만이 인용되는 점을 들고 싶다. 물론 총학생회장은 학생 사회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발언할 수 있는 대표성을 지닌 인물이지만, 총학생회장보다 해당 사안에 대해 더 직접적으로 관여한 학우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고, 그들의 말도 기사에 실린다면 더욱 세밀하고 독자로서도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보도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여덟 면의 신문 안엔 기자들의 땀이 서려 있다. 추모 공간을 다룬 05면에선 생생한 보도를 위해 직접 발로 뛰었을, ‘다크패턴’을 다룬 04면에선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얻어내기 위해 무수히 고민했을 기자들의 몸고생,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많은 학우가 알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선 간과하는 사실인데, 우리의 캠퍼스는 정말 드넓고, 많은 구성원이 그 속을 채우고 있다. 또 기자들은 그 모든 목소리를 수집하고 반영하는 언론의 역할을 맡으면서 동시에 학생의 역할 또한 겸하고 있다. 그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제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며 기꺼이 그 고생을 다시 감내할 한대신문 기자들에게, 일상에서 훌륭한 ‘즐거운 발견’으로 한대신문을 만났던 독자로서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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