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 국내여행은 누가?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 국내여행은 누가?
  • 이정윤 기자
  • 승인 2023.08.28
  • 호수 156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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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동안 여행을 위해 여행 경비를 계산하던 A씨는 고민이 많다. 국내 유명 관광지를 찾아봤지만, 숙박비와 식비가 너무나 비쌌기 때문이다. A씨는 “국내 여행 경비에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해외여행 경비와 비슷해 차라리 해외로 여행갈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어째서 국내 여행보다 해외여행을 찾게 된 것일까?

줄어드는 국내 여행 수요
최근 소비자들이 국내 여행보다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엔데믹에 접어들고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국내 관광지의 관심도는 오히려 감소하고 해외여행의 관심도는 올라간 것이다. 소비자 리서치 연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관광지에 대한 관심도는 전국적으로 감소했으며 이 중 제주도가 약 17%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저가 항공권과 엔저 현상으로 인해 가성비와 만족도 차원에서 국내 관광보다는 해외 관광이 여행 매력도 측면에서 확연히 앞서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국내 여행의 수요는 왜 감소하는가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물가상승 △바가지 인식 △인프라와 콘텐츠 부족의 복합적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선 계속해서 올라가는 물가는 내국인의 국내 여행을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고물가 상황에서 여행 관련 물가가 빠르게 치솟으며 여행경비도 잇달아 오르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여행 경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호텔 숙박료 (11.1%) △외식 물가 (6.3%) △수영장과 휴양시설 이용료 (3.9%)씩 증가했다. 반면 △일본 △베트남 △태국 등 한국인이 자주 가는 해외 국가의 여행경비는 △엔저 현상 △저가 항공권 △저렴한 현지 물가 등으로 국내 여행 경비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유 소장은“국내 물가는 올라갔지만, 엔저 현상과 저렴한 현지 물가 등으로 인해 소비자 입장에서 국내 여행보단 해외여행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관광지의 과도한 바가지 인식 또한 국내 여행의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 방영 이후 재래시장 바가지요금이 논란이 됐다. 바가지요금은 관광지 내에서 일부 상품에 대해 터무니없는 가격이 제시되거나 해변가에선 자릿세를 받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류시영<한라대 문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관광지에서의 바가지요금이 미디어에 연이어 노출되며 국내 여행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수요가 줄어들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에 반해 동남아 같은 해외지역은 바가지의 부담이 비교적 덜해 국민들이 해외로 나가게 된단 것이다. 유 소장은 “동남아 지역은 워낙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바가지가 존재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선 큰 부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기 관광지 중 하나인 일본은 지역 축제의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입점 부스의 선정과 운영을 감독하고 있다. 유 소장은 “일본은 입점을 위한 까다로운 매뉴얼을 적용해 자연스럽게 가격이 안정 된다”며 “지자체에서 매뉴얼을 통해 관리하기 때문에 품질도 유지하며 바가지 씌우는 일도 자연스럽게 줄어 여행객의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해외 관광지에선 관광객들이 국내 관광지처럼 과도하게 바가지를 당할 걱정이 없는 것이다.

또한 국내 관광지는 특색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단 의견도 존재한다. 국내 관광지와 달리 해외 관광지는 내국인에게 비교적 이색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유 소장은 “한국은 국토의 면적이 좁아 상대적으로 지역만의 특색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는 국가 선택지가 넓고 자연적, 문화적 요소로 인해 콘텐츠가 다양하지만 한국은 지형적 한계로 인해 그렇지 않단 것이다.

국내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이런 국내 관광객 감소는 지역소멸과 해외 관광객 유치에 영향을 미치기에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선 안정적인 국내 관광객 확보가 선행돼야 하는데, 국내 관광객이 감소하면 해외관광객 또한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줄어든 관광객은 지역 관광산업의 부진으로 이어져 인구 감소지역의 침체를 가속화시킨다. 류 교수는 “먼저 국내 관광객을 유치해야 해외 관광객도 찾아온다”며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찾아온다면 지역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국 지자체와 상인들은 국내 여행의 문제점을 개선해 등 돌린 국내 관광객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과도한 바가지를 잡기 위해 제주도는 △비싼 가격 △위생 불량 △호객 행위 등을 점검하고 축제 별로 현장 평가단을 투입해 물가를 점검했다.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에선 바가지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으로 시장 상인과 어업인 단체가 모여 자정대회를 열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각 지역의 지자체도 국내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여행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업을 통해 소비자들의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주겠단 것이다. 최근 대전광역시는 숙박 예약 기업인 야놀자와 민관협력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전북 진안에선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알뜰 관광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노력이 해결 방안이 되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단순한 보여주기식의 캠페인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바가지 사례를 줄여 소비자가 이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각 지자체에선 까다로운 신청 절차를 수반한 지원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유 소장은 “국내 여행 지원 정책의 절차가 번거로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경비 지원 정책보단 국내 관광지를 계속 찾도록 이차적 볼거리나 참신한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여행의 문제점과 해외여행의 인기로 인해 국내 여행의 관심도는 떨어지고 있다. 국내 여행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광지 지역상인과 지자체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등 돌린 국내 관광객을 다시 잡기 위해선 하루빨리 관광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도움: 류시영<한라대 문화관광경영학과> 교수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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