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 김여진 기자
  • 승인 2023.08.28
  • 호수 156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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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 테마 ‘전쟁 속 개인’
한 명의 희생은 슬픔이지만, 천 명의 희생은 통계라는 말이 있다. 한 번 전쟁이 발발하고 그 희생의 크기가 커지면 우리는 개인의 희생에 무뎌진다. 하지만 천 명의 희생은 천 번의 슬픔이어야 한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사진전과 영화는 전쟁 속 평범한 개인의 기록을 담았다.

총탄 아래 개인의 연대, 영화 「덩케르크」

영화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 대전 기간 영국에서 있었던 대규모 군 철수 작전을 그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초반인 1940년, 연합군은 수세에 몰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다. 그러나 탈출은 번번이 실패하고, 독일군은 점점 해안 가까이 진격해 온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전의를 상실하던 그때, 독일군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흘간 진격을 멈추고 이들의 마지막 탈출이 시작된다.

영화는 △말단의 병사 △전투기 조종사 △구출을 위해 바다로 나가는 어부 각각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감독은 수뇌부의 치열한 전략 싸움보다는, 전쟁 속 평범한 개인이 어떠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 개인은 위대한 영웅도, 겁 없는 전사도 아니다.  전투 중 연료가 얼마 남지 않은 조종사는 복귀를 고민하며 갈등하기도, 구조선을 기다리는 병사들은 먼저 탈출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병사들은 서로 물을 나눠마시고 위기의 순간에 손을 내밀어 서로의 생존을 돕는다. 조종사 역시 갈등 끝에 결국 전장으로 향해 연료가 다할 때까지 싸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모두 나부터 살고 싶고, 죽음이 두렵지만, 그럼에도 옆 사람이 눈에 걸리는 평범한 누군가의 모습이다. 

영화 「덩케르크」는 전쟁 속 개인의 현실적인 모습을 몰입감 있게 담아냈다. 대사도 몇 없는 이 영화를 보며 어느 순간 우리는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한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인물들의 얼굴과 표정이 담긴 이 영화는 ‘전쟁’ 자체가 아닌 전쟁 속 ‘사람’을 기억하며, 수많은 희생 속에서 잊혀 가는 개인의 얼굴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아픔을 기록하다,
사진전 「Unbreakable. Chronicles of the war in Ukraine」

온라인 사진전 「Unbreakable. Chronicles of the war in Ukraine」엔 수십 명의 우크라이나 사진가들이 목격한 전쟁의 현실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이들이 찍은 사진은 잔혹한 전쟁의 증거이자, 선전과 위조에 맞서는 강력한 무기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사진전은 올해 12월 31일까지 진행되며, 우크라이나 전문 사진가 협회(UAPP)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가상의 전시장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진을 감상하면 된다.

사진들에 기록된 것은 전쟁 속 평범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들의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하지 못하다. △러시아 미사일 직격에 숨을 거둔 11살 아이 △공습 이후 목숨을 걸고 불길을 진화하는 소방관들 △남편의 죽음 앞에 무너진 아내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눈으로 엄마를 쳐다보는 아기의 사진은 너무도 직면하기 괴로운 순간들이다. 사진 속엔 상실감과 슬픔이 가득하다. 사진을 보고 작품 설명을 읽다 보면 보는 이의 마음마저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살아낸다. 그리고 언젠가 평범한 일상이 돌아올 것이란 믿음 아래 연대한다. 

사진전 속 사진들이 어쩌면 조금은 충격적일지 모른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는 전쟁의 현실이다. 다만 전쟁이란 큰 단어에 이들이 가려지지 않길 바라며, 온라인 사진전을 통해 잠시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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