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차별이 만들어 내는
가난과 차별이 만들어 내는
  • 이지혜 수습기자
  • 승인 2005.09.12
  • 호수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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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자살폭탄테러

이희수 교수 (국문학 문화인류전공)
가난은 혁명을 꿈꾸게 하고, 차별은 분노를 잉태한다. 가난이 차별을 만나면 그 분노는 자포자기를 낳고, 복수의 응어리가 되어 상상할 수 없는 폭발력을 지난 채 우리 앞에 다가온다. 거의 매일처럼 반복되는 팔레스타인과 이라크에서의 자살폭탄테러를 보노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적어도 팔레스타인의 유대인과 아랍인들은 갈릴리 호수와 요르단 강 서안의 지극히 제한된 생태계를 공유하며 1700여년을 평화롭게 공존해 왔다. 그런데 95%를 차지하던 아랍인들은 유럽에서 버림받은 또 다른 희생자 유대인들을 데려다가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을 세우고는 그곳의 원주민들을 쫓아냈다. 졸지에 나라와 영토를 잃은 4백만의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난민이 되어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 더욱이 19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빼앗은 아랍 영토마저 38년간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나 국제법, 헤이그 국제사법 재판소의 판결도 그들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다. 오히려 그곳에 유대인들을 위한 정착촌을 짓고 있다. 모든 희망이 무너진 비무장의 팔레스타인들은 이제 폭탄을 안고 또 다른 생명의 둥지를 향해 자신을 내던진다.

이라크는 졸지에 미국의 침략을 받았다. 그들은 9.11 테러와 무관하고 미국 사람 하나 죽이지 않았는데... 미국의 부당한 공격과 점령으로 10만 이상의 무고한 형제와 가족들이 학살당했다. 빵과 물, 전기를 공급하는 삶의 터전은 유린당하고, 인류문명의 요람이었던 성스러운 조국 땅은 초토화되었다. 그래서 이라크 사람들은 일어섰다. 첨단무기로 치장한 미군을 향해 몸에 폭탄띠를 두르고 차에 폭탄을 싣고 침략자에게 돌진한다. 이것은 정당방위이고 가장 순수하고 고귀한 민족 해방 투쟁이다. 외국군대가 불법으로 자신의 조국들 침략해서 석유자원을 약탈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무차별 살해하고 있음에도 침묵하는 것은 더 이상 민족으로서의 존재를 상실하는 것이다. 여기서 순니파니 시아파니 하는 종파의 차별은 거의 의미가 없다. 서방이 그들의 분열을 촉진시켜 이라크를 효과적으로 지배하려는 고도의 술책일 뿐이다.

쿠르드는 중동 최대 민족의 하나임에도 국가를 갖지 못했다. 영국이 1923년 로잔 조약으로 나라를 동강내어 주변 다섯 나라로 쪼개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졸지에 소수민족이 된 그들은 말과 글이라는 원초적 권리는 물론 쿠르드족으로서의 민족권 정통성과 문화적 정체성이 부정당했다. 민족이 사라지는 위기상황에서 PKK(쿠르드 노동당)를 비롯한 쿠르드 과격단체들은 폭력과 요인암살을 포함하여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려 하고 있다. 과거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과격 투쟁으로 세상 사람들의 관심과 동정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것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약소민족에 대한 부당한 침략과 침탈을 멈추지 않는 한 불행히도 빼앗긴 자들의 온몸을 던지는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지구촌의 테러는 그 이전보다 3배가량 더 늘어났다는 슬픈 현실이 이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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