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숨 돌린 대학, 한숨 쉬는 학생들
[사설] 한숨 돌린 대학, 한숨 쉬는 학생들
  • 한대신문
  • 승인 2023.01.02
  • 호수 1559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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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교육부는 현 정부 들어 첫 번째 대학 규제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내용으론 △대학 운영 4대 요건 전면 개편 △학과 신설·통폐합 정원 증원 허용 △대학기본역량진단 제도 폐지 등 대학의 운영 자율성을 높이는 규제 완화가 주요 골자이다. 하지만 해당 개혁안으로 인해 △학습의 질 저하 △학문 불균형 △고등교육 관리 부실 등 학생들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먼저 대학 운영 4대 요건 중 교사(건물) 기준의 완화는 학업의 질을 낮출 것이다. 교사 요건에 있어선 △공학 △예체능 △의학 △자연 계열 학생의 1인당 기준 면적이 최대 30%까지 축소된다. 해당 규제 완화를 통해 학과 인원 증대 기준 충족을 쉽게 하겠단 것이다. 이로써 실험과 실습 공간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은 학습 공간을 빼앗기게 되고, 학습권도 침해당한다. 과거부터 실험과 실습 공간의 부족 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정부는 왜 개선은커녕 이를 더욱 악화시키는가. 결국 대학은 학습의 질 향상에 대한 노력 없이, 재원이 되는 학생 수만 마음껏 늘릴 수 있게 된다.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짓밟고 자유를 쟁취하는 꼴이다.

또한 학과 개편 자율성이 크게 확대되는데, 이로 인한 학문 불균형이 우려된다. 기존엔 대학이 학과를 없애거나 새로 만들려면 교원 확보 조건이 전제됐다. 하지만 오는 2024년부터 이를 완전히 폐지하고 학과 미달 정원과 편입학 잔여석을 활용해 다른 학과의 정원을 유동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정원 미달이 빈번한 기초 학문 분야의 학과들을 포함한 비인기학과에선 정원 감축 또는 학과 폐지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첨단 분야 학과 지원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과 개편 규제마저 사라지면, 인기학과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진리의 상아탑으로 남아야 할 대학이 시장 논리의 노예가 된 채 취업 사관학교로 전락하진 말아야 한다. 

이에 더해 대학기본역량진단 폐지로 정부의 대학 감시가 소홀해질 수 있다. 교육부가 일반 재정 지원 대상 선정을 위해 진행해 온 대학기본역량진단이 폐지되고, 대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기관평가인증과 사학진흥재단의 경영진단 평가로 대체된다. 이는 평가 부담을 호소해 온 대학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엔 대학이 정부가 정한 평가 항목에 따라 자료를 준비한 반면, 개정 이후엔 대학이 제시하는 자료 외엔 확인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대학에서 예산상의 전횡과 비리, 범법 등이 발생하더라도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다. 학생들의 피 같은 등록금이 어떻게 사용되든 국가는 그저 방치하겠단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번 규제 완화로 대학은 혜택을 얻겠지만, 학생들은 불이익을 떠안게 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정부는 이런 식의 부작용을 동반하는 졸속 규제 완화는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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