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대신문 문예상 시 대상] 모나리자의 사라진 눈썹
[2022 한대신문 문예상 시 대상] 모나리자의 사라진 눈썹
  • 배예빈<인문대 국어국문학과 21> 씨
  • 승인 2022.11.28
  • 호수 1558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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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솎아 내는 성긴 수풀이 사라지자

그녀의 얼굴에서 자주 범람이 인다

 

모래사장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는 파도처럼 숱한 슬픔이 얼굴에 쏟아져 내린다 수몰된 눈물샘에서는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잦은 범람에 쉽게 잠기고 쉽게 말라비틀어지는 눈가, 투명한 울음이 흘러내릴수록 눈두덩이 움푹 패인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로 태어나는 표정, 막아낼 것 없이 슬픔은 온전하게 드러난다 사라진 눈썹 밑으로 범람의 흔적이 자욱하다 침식과 풍화로 빚어진 굴곡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위태로운 절벽 같은 눈썹뼈 밑으로 손을 대어 보면 말라붙은 눈물의 수맥이 짚인다 그녀는 출렁이지 않는다

 

다만 말려 올라간 입꼬리를 유지할 뿐이다

사라진 눈썹을 덧칠하듯이,

반복될 범람을 받아낼 것을 예감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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