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열정으로 세정을 밝히다
배움의 열정으로 세정을 밝히다
  • 김유선 기자
  • 승인 2022.11.07
  • 호수 1556
  • 8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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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분당세무서> 서장

독특한 이력을 자랑하는 김용진<분당세무서> 서장은 우리 학교 경영학과 85학번 동문이다. 직업적인 경력이 화려할 뿐만 아니라 세무대부터 한양대 경영학과까지 두 번의 대학 생활을 할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늘을 꿈꾸고 법을 공부하다
어린 시절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해 밤마다 하늘 보는 것을 즐겼던 김 동문. 천문학도를 꿈꿨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에 보탬이 되고자 취업이 수월한 공학 계열로 대학 진학을 희망했다. 그러나 막상 학력고사를 보고 나니 대학 갈 돈마저 없던 궁핍한 가정형편 탓에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을 두고도 그는 세무대에 진학하게 된다. “그때도 한양대 공대는 충분히 갈 수 있는 점수였어요. 문제는 등록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죠. 공부는 더 하고 싶어서 대학엔 가야겠고, 가려니 돈은 없고. 그땐 경찰대나 교원대같이 국가에서 전문인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대학이 제법 있었어요. 국립대인 만큼 지원도 풍부했고, 등록금도 없었어요. 그중에서 저는 점수에 맞춰 세무대에 간 거죠.”

학창 시절 줄곧 이과 공부만 해오던 그에게 입학한 세무대에서 배운 법학, 회계와 같은 과목들은 다소 생소했다. 김 동문은 “배우면서도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학교에서 배우는 법학이 민법이나 상법이 아닌 생소한 세법이었기 때문에 학문의 깊이를 곧장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세무회계 공부에 흥미가 없으니 2학년에 올라서는 학교를 새로 가야겠단 마음을 갖게 됐죠. 그해 여름방학부터 학력고사를 준비했어요.” 두 번째 학력고사를 치르고 목표했던 대학에 성적이 못 미치자, 그는 하는 수 없이 세무대에서 2년 동안의 공부를 마치고 세무공무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 그렇게 국세청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끝내 공부에 대한 의욕을 놓을 수 없었던 김 동문은 직업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마지막으로 본 학력고사 점수를 가지고 야간대학을 가기로 다짐한 것이다. 마침 한양대 경영학과가 야간 대학이 있단 것을 알게 돼 김 동문은 한양대에서 두 번째 대학 생활을 맞이한다.
 

아쉬움 없이 공부할 결심
하지만 김 서장이 야간에 학교를 다닌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입학하고 나서 한 학기 정도 지나고 입영통지서가 날아왔어요. 전역하고 복학하기 위해 학교에 갔더니 글쎄 그새 야간 대학이 폐지됐단 거예요.” 그가 군 복무로 휴학을 하고 있을 동안 학교에선 야간 대학이 폐지됐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직업과 학업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된다. “학교에선 주간으로 복학할 수 있으니 낮 동안 수업을 들으라 하더군요. 난감한 상황이었어요. 복학도 해야 하는데, 복직도 해야 했거든요.” 이때 학업을 놓을 수 없던 김 동문은 과감하게 휴직계를 내고 주간으로 복학한다. 휴직계를 내러 회사에 갔을 땐 이미 대학 졸업과 취직을 했는데도 다시 대학을 다니겠단 자신을 만류하던 선배들도 있었지만 김 동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꺾을 순 없었다.

김 동문은 돌아온 캠퍼스에서 보낸 3년간의 대학 생활을 ‘고민 걱정 없이 하고픈 건 다했던 순간’으로 추억했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공부를 가감 없이 양껏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문대에 가서 논리학이나 윤리학 같은 철학 강의를 들어보기도 하고, 공대에 가선 데이터 관리나 프로그램을 짜는 수업도 들어보고, 졸업을 앞둔 막 학기까지도 21학점을 꽉 채워 강의를 들었던 게 기억나네요.” 취업으로 결석이 잦았던 동기들과 달리 텅 빈 강의실에서 꿋꿋하게 강의를 듣는 자신을 의아하게 바라보셨던 교수님이 생각난단 김 동문. 수강생이 너무 적은 나머지 교수님의 부탁으로 대학원에서 같은 내용의 강의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 교수님께서도 몇 명 듣지 않는 수업인데, 시간을 내서 수업하시기 힘이 드셨나 봐요. 수강생들에게 양해를 구하시곤 대학원에 지금 이 강의랑 비슷한 강의가 있는데, 거기서 들어줄 수 없겠냐 하셔서 대학원 수업을 듣기도 했죠.”
 

세법의 전문가로 거듭나다
졸업 후, 다른 진로를 찾아 새 출발을 고민할 겨를도 잠시 김 동문은 곧바로 국세청으로 복직한다. 사회 진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이에 압박을 느낀 것이다. “당시엔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10대 그룹, 대기업을 다 갈 수 있을 정도로 취업이 잘되던 시기였어요. 하지만 사기업 같은 곳에 취업하려다 보니 함께 경쟁해야 하는 동기들과 나이 차이를 느낀 거죠. 서른을 앞둔 나이에 모험하기보단 안정적인 직장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일선 세무서에서 일을 시작한 김 서장은 국세청 본청으로 들어간다. 업무 강도가 높은 본청에서 근무하길 자진한 것이다. 세무서에서의 안락함 속에 있기보다 본청에서 자신의 열의를 불태우고자 한 결정이었다. “워낙 본청 일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고되다 보니 많이들 기피하는 분위기였는데도 자진해서 본청에 지원했어요. 그 배경엔 몇 년간 군대에, 대학에 입사 후 휴직 기간이 길었다 보니 동기들에 비해 승진에서 뒤처졌던 데서 온 위기감이 있기도 했고요.”

그렇게 그의 삶은 본청에서 근무를 시작한 99년부터 바빠지기 시작한다. 본청에서 근무하며 그는 어느덧 양도세나 상속·증여세에 관해선 모르는 게 없는 전문가가 됐다. 국세청의 다양한 업무 중에서도 주로 사회적 요구에 맞게 조세제도에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는 등 세법을 개정하는 일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세법을 전공 삼아 일하고 싶었다던 김 서장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 처음 대학에서 세법을 배울 때 익숙지 않아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였지만, 이왕 국세청에서 일하는 만큼 세법에 있어선 전문가가 돼야겠단 다짐이자 일종의 도전이었다.

그는 오랜 기간 △상속세 △양도세 △증여세 등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일을 처리했다. “국세청에선 업무 지침을 만들어 전국 도처의 세무서를 지휘해야 하고, 조세 업무의 경우에도 조세법정주의를 엄격하게 따르기 때문에 주로 법을 따라 세정을 집행하는 일을 도맡아 했어요. 이때 만일 현행 법률이 사회상과 맞지 않을 시 자연히 세법의 개정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저는 이런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세금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개정 업무를 처리하기도 했죠. 법을 개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특히 국세청엔 직접적인 권한이 없기 때문에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출입하기도 하고, 국회도 출입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던 것 같아요.”

오는 해를 마지막으로 정년 퇴임을 맞는 김 서장. 기자가 그간 37년의 공직 생활 중 아쉬웠던 것은 없었는지 묻자, ‘학문을 깊이 있게 해보지 못한 것’을 꼽았다. 그는 학문을 심도 있게 발전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공직에 몸담는 동안 목격한 것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집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이 세법의 개정인데, “이런 규제가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파악하지만 이런 직관만으론 제도를 바꾸긴 힘들다”며 행정적인 어려움을 토로한 김 서장. 이에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김 서장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삶과 밀접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금은 곧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납세는 사람 사는 것과 맞물려 있어요. 누구나 집을 사고 집을 팔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상속이란 것을 경험하죠. 이런 과정 속에 있는 한 개인으로서, 국세공무원으로서 제가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감사한 일이죠.” 머무는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 없이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김 동문. 곧 인생 2막이 오를 김 서장의 밝은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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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20:17:12
세무대와 한양대 경영학과까지 두 번의 대학 생활을 이어나가며 항상 배움을 추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세금과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이해하며 사회적 요구에 맞추는 세법 개정에 기여한 그의 노고를 인정하며 퇴임 후 연구와 새로운 도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