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배움터 학내 게시판 탐방기
서울배움터 학내 게시판 탐방기
  • 조아라 기자
  • 승인 2006.11.06
  • 호수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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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전경련에서 주최한 ‘2006년 대학신문기자 중국산업시찰’에 참가해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다시 나에게는 학내 사건들을 취재하라는 부장의 지시가 내려왔다. 내 몸속에는 아직도 여독이 풀리지 않고 몸속을 맴돌고 있었다. 일단 나는 취재거리를 찾기 위해 배움터를 한 바퀴 돌기로 마음먹었다. 보통 학원 보도 기사의 경우는 배움터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포스터들과 플랭카드 등을 보고 많은 정보를 얻는다.
나는 취재수첩과 볼펜을 들고 사회대 앞 게시판부터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게시판에는 몇몇 학내 소모임의 공연 포스터를 제외하면 모두 대부분 상업적인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다른 단대 앞의 게시판도 쭉 돌아봤지만 거의 사회대 앞 게시판과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이제 학내 게시판은 학내 소식이나 사건을 고발하는 등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공간에서 외국어학원 광고로 대표되는 상업적 포스터들의 홍보처로 탈바꿈했다.
물론 상업적인 포스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게시판의 주요 목적이 학생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니만큼 여러 가지 정보로 채워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학원 홍보 게시물의 경우는 취업을 우선시하는 대학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문대의 게시판의 경우는 교수·외부광고·학과·학생회게시판 이렇게 4개의 용도로 게시판이 구성돼 있음에도 모든 게시판이 하나의 학원 광고 포스터만이 게시돼 있었다. 이런 상황을 단순히 대학사회의 분위기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게다가 학내 게시판의 게시물들을 보면 제대로 정비된 느낌을 받을 수 없다. 덕지덕지 붙어있는 포스터들을 볼 때마다 어지러움을 느끼곤 한다. 하나의 포스터로 꽉 채워진 게시판을 보면 씁쓸하다. 좀 더 많은 학생들의 시선을 끌고 홍보하기 위해 자신의 게시물로 게시판을 꽉 채우는 학생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남의 게시물이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나는 결국 배움터 탐방 후 아무것도 쓰지 못한 기자수첩과 볼펜을 들고 신문사로 돌아왔다. 내 옆으로 어떤 학생이 한손에는 스테이플러를, 다른 손에는 둘둘 만 포스터를 들고 지나갔다. 아마도 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이겠지...
나는 다음주에도 취재 아이템을 찾기 위해 나의 서울배움터 게시판 탐방은 계속될 것이다. 다음주에도 외국어 학원 홍보 포스터들이 나를 맞이하겠지... 아니 어쩌면 편입학원 홍보물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많은 학생들이 오며 가며 게시판을 접한다. 이 학생들의 좀 더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게시판이 탈바꿈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학교 게시판들이 처음의 취지처럼 학내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조아라 취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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