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한계 넘어 새로운 미래 연다
학문 한계 넘어 새로운 미래 연다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6.11.06
  • 호수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문 간 하이브리드의 활성화
사회 변화에 따라 세계가 원하는 인재상도 변화하고 있다. 기업의 헤드헌터들은 ‘폭넓게 많이 아는’ 제너럴-스페셜리스트를 찾으려 애쓴다. 또한 대학에서도 단일 학과의 경계를 넘어 점차 다양한 통합학문을 가르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맞아 점차 많은 학생들이 단순한 복수·이중전공을 넘어 다른 분야를 종합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능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편집자주
하이브리드란 무엇인가.
하이브리드(Hybrid)란 원래 이질적인 요소가 서로 섞인 것으로 혼합, 혼성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학문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재를 중시하던 때는 이도저도 아닌 ‘잡종’이라고 폄하됐으나, 최근에는 서로 다른 분야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종합해 발상의 혁신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왜 일어나는가.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는 지식 경영(Knowledge management)의 시대이며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많은 가치가 동시에 충돌하는 다변화된 사회에서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으로 떠오른 창의성을 개발하는 데는 기존의 단일 학문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한 하이브리드 인재가 가장 우수하다. 과거엔 전문화된 학과가 처음부터 아카데믹한 학문의 존재형태로 간주됐다. 학자는 전문가이며 개별화된 학문의 연구자라는 것이 당연한 전제였다. 유럽 학문의 근원에 있으면서 그것을 지탱하는 사상과 문화로부터 분리돼 독립적으로 분화하고 기술화된 학문의 틀 속에 틀어박혔다. 그 결과 에리히 프롬이 “지식의 전문화는 일정한 틀에 박힌 정신만을 낳을 뿐이다”고 말한 것처럼 각 학문은 사회의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됐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이브리드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하이브리드, 왜 필요한가.
최근의 단일 학문은 극도로 분할된 나머지 한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고착돼 같은 계열이라 해도 타 분야와 의사소통이 힘들 정도다. 지식의 전문화에 따라 학문적 패러다임이 현실과 유리되는 경우도 나타났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군나르 뮈르달은 이미 이를 두고 “자기들끼리만 이야기를 나누고 대중을 소외시키려는 그릇된 과학주의의 야심을 다른 전공분야에서도 너무나 많이 보게 된다”고 갈파했다.
전문분야를 넘어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DNA 구조를 처음 밝혀낸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그들이 전공했던 동물학과 물리학의 개념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하이브리드는 혁신의 원동력과 함께 의외의 발상을 통한 도약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이 “전공은 물론 주변기술에도 두루 정통한 T자형 인재가 절실하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는 비단 이공계 학문뿐만 아니라 인문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집필하는 존 그리샴은 문학 전공이 아니라 법대 출신 유명 변호사이며, ‘과학수사대 CSI’를 쓴 맥스 알란 콜린스는 정치학 전공자이다. 이처럼 문학이라는 틀을 넘어서 더 많은 분야를 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문학특기생 정선욱<인문대·언어문학부 06>은 “이제는 글을 쓰려면 소설가도 과학 및 사회학을 깊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학교의 하이브리드는 어떠한가
지난 8월 취임한 서울배움터의 윤달선 부총장 역시 하이브리드 인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학교는 공대와 자연대, 인문대와 사회대가 모두 모여 있는 종합대학으로 다양한 전공의 수업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어서 학생들이 하이브리드 인재로 성장하기에 가장 우수한 환경조건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우리학교의 하이브리드 성향은 이공계 계통으로 편향돼 있다. 현재 이공대 학생이 경영. 사회학 또는 철학 수업을 듣는 경우는 있지만, 인문대나 사회대 학생이 이공계 수업을 듣는 경우는 거의 없어 일방통행적인 교류만 이뤄지고 있다. 권순용<공대· 화공 01>은 “우리는 영어를 비롯한 기타 과목을 들으러 가지만, 인문·사회대생들은 우리 과목을 거의 전혀 듣지 않는다”고 말해 불균형을 드러냈다.
이런 불균형 현상을 보완하기 위한 수행인문학 융합전공 프로젝트가 내년부터 전공을 불문하고 모든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학교 측은 과학기술학(STS)·공공수행인문학·미디어문화·외국어커뮤니케이션으로 이뤄진 다중전공 프로그램이 하이브리드 인재를 위한 적절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명수 기자 ddrddrddr4@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