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된 전과제도, 여러 학생들 위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 필요해
개편된 전과제도, 여러 학생들 위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 필요해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2.03.14
  • 호수 154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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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은 전과제도가 개편된 후 학생들이 맞이한 첫 달이다. 우리 학교는 전과 모집인원을 늘리고, 다른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 학년의 제한을 없애는 등 기존 전과제도를 탈바꿈했다. 하지만 전과하는 학생이 늘어날 경우 또 다른 학습권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한 염려로 지난해 열린 제6차 대학평의원회에서 심의가 한 차례 보류된 바 있다. 당시 제기됐던 우려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 학교 측은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우리 학교의 기존 전과제도는 평점평균 3.0 이상의 2학년만 전과가 가능했고, 학과별 입학정원의 10% 이내로만 학생을 모집했다. 그러다 올해부터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늘리기 위해 △성적 기준 폐지 △입학정원의 20% 이내 확대 모집 △학년 제한 폐지 등 기존의 조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과제도를 개편했다. 서울캠퍼스 학사팀 관계자 A씨는 “다른 학교에 비해 우리 학교의 전과제도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었다”며 “기존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은 전과가 어려웠다”고 답했다. 실제로 고려대는 전과 조건으로 학과별 입학정원의 20% 이내에서 3학기~6학기를 수료하고 평점평균 2.0 이상 받은 학생을 모집하는 등 우리 학교에 비해 비교적 기준이 완화돼 있다.

전과의 문턱이 낮아져 다수의 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특정 단과대나 학과에 학생들의 전입·출이 몰리는 현상이 전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학교에서 전출하는 학생 수가 많은 곳은 서울캠 인문대와 자연대, ERICA캠 국문대와 과기대인데, 인문대를 포함한 일부 단과대에선 지난해보다 전출하는 학생이 소폭 증가한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인문대 학장 유성호<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인문대 내 특정 소수학과가 존폐의 기로에 놓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전출하는 학생이 증가해 단과대 차원에서 관리 및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 밝혔다.
 
서울대에선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전공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소수학과를 포함한 몇몇 학과에서 신입생을 선발할 때 전체 모집 정원 중 일부를 학적변경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국대에선 불교학부로 입학한 학생의 전과를 불허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학교가 전과제도를 도입하되, 대학에 있는 학문 분야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전과 제도로 인해 기존 학부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될 우려도 있다. 학과에선 여러 사정을 고려해 수업의 적정 인원을 배치한 뒤 기존 학부생과 다중전공생의 정원을 나눈다. 여기서 전과로 인해 학생들의 유입이 늘어나는데도 수강 정원에 변동이 없다면, 기존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일례로 이번 학기 서울캠 융합전자공학부에선 지난해보다 2학년 학생이 17명 더 선발돼 총 29명이 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학부에선 전공 수업의 정원이 별 다를 바 없이 유지돼 수강신청 당시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융합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인 학생 B씨는 “반도체 트랙을 배우기 위해 입학했지만, 주요 교과목을 수강 정원 문제로 듣지 못했다”며 “전과제도를 개편할 계획이었다면 수강 정원을 탄력적으로 늘릴 방안이 마련돼야 했을 것”이라 말했다.
 
학교 측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단 입장이다. 공대 행정팀 관계자 C씨는 “지난 학기보다 전과 모집 인원이 확대되면서 융합전자공학부 학생들이 늘었고, 전공 수업 정원에 있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 전했다. 이에 융합전자공학부는 늘어나는 학생을 고려해 추후 추가로 분반할 계획 중에 있다. 서울캠 경영학부에선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고 추후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이번 학기는 기존 전과제도대로 유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경영학부 학부장 신유형<경영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학부는 전부터 수강신청이 어려웠다”며 “학생들의 중도탈락을 방지하기 위해 전과는 꼭 필요하지만 수강정원 관련 문제를 해결한 후 점진적으로 모집인원을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이번 개편된 전과 제도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데 분명한 의의가 있다. 다만 이 제도로 인해 여러 학생이 불편을 겪어선 안 된다. 그러므로 학교는 전과제도 개편 이후, 학생들의 수업권을 살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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