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젖은 추억 속 「가을로」
눈물에 젖은 추억 속 「가을로」
  • 강동오 기자
  • 승인 2006.10.31
  • 호수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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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영화를 말하다

올 가을 관객들의 가슴을 빨강 노랑으로 촉촉이 적셔 줄 영화 「가을로」는 지워지지 않는 옛 사람에 대한 추억을 찾아가는 영화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를 생각하고 있는 현우(유지태 분)는 결혼을 약속한 민주(김지수 분)를 백화점 붕괴 사고로 잃은 뒤 모든 것이 변한다. 그 뒤, 여론에 밀려 휴직 처분을 받고 절망감에 빠진 현우가 민주의 아버지(최정원 분)에게 건네받은 다이어리를 들고 민주의 흔적을 밟는 여행을 떠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지난 1995년 6월, 전 국민을 경악에 빠뜨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실감나게 재현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손질한 티가 조금 나기도 하지만, 현우의 눈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거대한 건물은 그 때의 기억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고 직후 사람들의 반응을 묘사한 장면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에 힘입어 마치 그 때의 상황을 고스란히 옮겨 온 듯한 느낌마저 준다. 소품 하나까지도 당시의 상황을 좀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극중 현우는 검사임에도 요즘 초등학생들도 가지고 다니는 최신식 휴대전화가 아닌 ‘삐삐’를 허리에 차고 호출을 받는다.
구조 작업이 한창인 현장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빈 수화기를 들고 흐느끼는 현우의 모습은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진한 슬픔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가을로」는  ‘볼거리’가 풍성한 영화다. 민주가 다이어리에 적어 넣은 곳을 찾아다니는 현우의 모습 뒤로 보이는 한국의 다양한 색깔은 ‘참 곱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여행길 마다 마주치는 세진(엄지원 분)과 함께 바라보는 석양은 따뜻하면서도 슬프다. 또 세진과 민주가 좋아하는, 이름을 불러 주고 싶은 ‘7번 국도’는 우리나라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풍경을 담고 있다. 
영화가 모두 끝난 뒤,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다른 곳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엇갈린 남녀의 애절한 사연에 안타까움의 눈물을 쏟는 한편, 어떻게 찾았는지 궁금하고 ‘이런 곳이 정말로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드는 우리나라 가을 풍경을 배우들의 잔잔하고 아련한 대사로 실컷 구경한 뒤 ‘마음 끝에 나무숲이 가득한’ 뿌듯함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강동오 기자 kangd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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