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진화한 메타버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다
한층 진화한 메타버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다
  • 나태원 기자
  • 승인 2022.01.03
  • 호수 1541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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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는 첨단 기기로 자신의 자아를 다른 세계의 존재와 연결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당시엔 그저 공상 과학으로만 느껴졌던 내용이 최근 메타버스를 통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일상에 스며든 메타버스
메타버스란 초월을 뜻하는 영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단어로, 디지털 세계에서 사회·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을 의미한다. 이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일상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활용됐다. 

우리 학교를 비롯해 여러 대학에선 메타버스를 통해 입학식,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39곳 중 23곳이 채용설명회, 신입사원 연수 등에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문화계에선 가상 세계를 콘셉트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이 등장했으며, 정치인들은 메타버스에서 대선 경선 선거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디지털 세계
한편, 일각에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단말기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는 지금의 메타버스는 기존 게임과 다를 바 없어 아쉽단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빠르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많은 정보통신기업이 메타버스에 몰입감을 더하기 위해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운택<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원장은 “최근엔 디지털 공간에서 오감을 느낄 수 있는 기술과 이를 구현할 기기가 개발되고 있어 빠른 시일 내로 이전보다 정교한 메타버스가 등장할 것”이라 설명했다.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삶
메타버스가 보다 정교하게 구현되면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져 이용자가 원할 때 언제,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다. 이런 세상이 펼쳐지면 디지털 헤리티지를 통한 과거로의 시간여행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디지털 헤리티지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훼손되거나 소실된 문화유산을 복원 및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문화재의 외형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까지 구현할 수 있다. 박진호 문화재디지털복원가는 “유물이 존재했던 시대상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문화유산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와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훼손·소실된 문화유산을 메타버스를 통해 재현함으로써 우리 문화 보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디지털 휴먼 기술을 이용해 고인이 된 가족, 지인 등도 다시 만날 수 있다. 디지털 휴먼이란, 디지털 세계에서 마치 사람처럼 구현된 존재를 말한다. 메타버스에선 고인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일상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소통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강유정<비브스튜디오스> 이사는 “향후 촉각, 후각 등의 감각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실제 인물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인의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세상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구현되면 콘텐츠의 탈중앙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의 탈중앙화란, 특정 기업이나 집단뿐 아니라 대중 누구나 콘텐츠의 생산자가 되는 것을 말한다. 현재도 영상 플랫폼, SNS 등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지만 메타버스에선 그 범위가 훨씬 확장된다. 우 원장은 “메타버스에선 게임을 만들거나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하는 등 훨씬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이라 전했다. 

이에 따라 최근엔 메타버스에서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직업들도 등장했다. △메타버스 건축가 △아바타 패션디자이너 △크리에이터 등이 그 예시다. 우 원장은 “메타버스에선 원하는 바를 자유롭게 만들면서도 소유권을 명확히 할 수 있어 콘텐츠 제작 관련 직업에 안정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계인 메타버스는 현실에서 적용되는 법만으론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제도적 차원의 정비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유진<한국메타버스연구원> 부원장은 “메타버스에서의 새로운 범죄가 나타나기 전에 전문가들이 모여 법·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휴먼을 통해 메타버스 이용자들을 감시하는 것도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보격차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새로운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통해 구현되는 시스템인 만큼 고연령층이나 저소득층의 접근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 원장은 “정부가 나서서 전 연령대가 메타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용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교육, 기기 지원 사업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영화에서나 볼 법한 가상 세계가 이제 현실이 되려 한다. 메타버스는 어쩌면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것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지 모른다. 법과 제도 등 새로운 세계를 안정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규제가 마련돼 앞으로 더욱 활약할 메타버스의 행보를 기대해보자.


도움: 강유정<비브스튜디오스> 이사
박진호 문화재디지털복원가
우운택<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원장
유 진<한국메타버스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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