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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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영미 수습기자
  • 승인 2006.10.01
  • 호수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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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나를 채우는 일
서울배움터 백남학술정보관에는 흙도 나무도 없지만 가슴 훈훈해지는 숲이 있다.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도와주는 봉사시설 ‘더불어 숲’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달 27일 그 곳에서 수업 내용을 대필해 주는 봉사를 맡고 있는 곽경진<인문대?역사 05>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더불어 숲’ 외에도 동아리 ‘한양 어린이학교’의 임원으로 1주일에 한 번 한양대학병원 소아암 병동에 장기 입원한 어린이들에게 적응교육을 하고 있다. 또, 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봉사커뮤니티 ‘Sunny’에 참가하는가 하면 ‘IT 봉사단’으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대필 수업을 하는 강의실로 향하는 길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IT 봉사단’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담당 아이가 나에게 적대감을 표현해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참고 따뜻하게 대해 주려고 노력했어요. 봉사 마지막 날 그 아이에게 동물원에 같이 가고 싶다는 쪽지를 받고는 눈물이 핑 돌았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그럴 때 봉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의실 앞에서 청각 장애가 있는 대필 대상 학생을 만났다. 봉사활동을 한다기보다는 친한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수업이 시작됐다. 인문대 2학년 학생이 정통대 3학년 수업의 영어 필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이에 “전공 위주로 봉사활동을 배정해 주면 편한데 봉사활동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다른 학과와 조를 짜 주거든요”라고 설명한다. 1시간 반의 힘든 수업이었지만 둘은 서로 돕고 가르쳐 주기도 하면서 수업을 마쳤다. 대필 대상 학생은 “필기할 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나중에 도우미가 끝나더라도 계속 연락하고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라며 그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돌아오는 길에 봉사활동을 시작하려는 학생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관심 있는 분야의 봉사로 시작하는 게 좋아요”라며 “꿈이 선생님이라 처음에는 가르치는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불가항력으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에게 관심이 생겨 ‘더불어 숲’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학교에는 사회봉사단같이 마음만 먹으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지만 학생들이 잘 모르는 듯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그는 “봉사는 나를 채우는 일”이라며 “처음에는 인간관계를 넓히려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봉사가 나를 변화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필기를 하는 작은 활동이지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학생에게는 빛이 되는 시간이었다.
윤영미 기자 yym081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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